“봉사는 베푸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박용근 서울시설공단 연합노동조합 위원장

 

진정성 없는 봉사는 크나 큰 ‘죄악’이라고 말하는 박용근 서울시설공단 연합노동조합 위원장. 봉사의 크기는 중요한 것이 아니며, 봉사는 자기 자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선물하는 고귀한 행위라고 강조한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 서울 종로구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는 하루에 250~300명의 노숙자와 어르신들을 위해 365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무료급식을 하는 곳이다. 이 분들에게 나눠 주기위해 하루 전날 떡을 준비하고 2시간 동안 밥과 국을 퍼주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직장인으로서 휴일에는 쉬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어느새 피로는 싹 사라진다. 이것이 바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할 때 마다 느끼지만 한 끼 식사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평상시 집에서 먹는 한 끼의 식사도 이와 같이 소중한 것이고, 가족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깊게 느낀다.

▲ 또 다른 ‘감동’을 말해 달라.

- 서울시내 사당5동 경로당 봉사활동 때다. 경로당 5군데를 돌기위해 아침부터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나누어 드릴 선물을 포장하고, 남자들은 경로당을 순회하면서 선물을 드리고, 여자들은 어르신들에게 드릴 귀한 음식을 준비하느라 이마에 땀이 매치고 더워도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한 봉사활동이라 그런지 정말 행복했다.

무엇보다도 봉사자의 어린자녀들까지 참석해 작은 손으로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선물을 드리고 음식상을 차리고 수저를 놓고 있는 어린소녀의 모습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됐다.

작은 선물과 냉면을 드신 어르신 분들이 나의 거친 손을 꼭 잡고 정말 잘 먹었다고 하실 때, 그리고 고맙다고 하실 때에는 제 가슴은 정말 뜨거웠다. 아니 뭉클한 무엇인가가 내 가슴에 한가득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은 아마 나눔의 기쁨과 같이하는 기쁨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봤다.

▲ 독거 어르신에게 특별한 봉사도 한다는데.

- 한 평생을 열심히 살아오신 분들인데 인생 말년에 홀로 살고 있다는 것에 애틋한 마음이 있다. 그래서 더욱 자주 찾아뵙도록 노력하고 있다.

어는 어르신 댁에 봉사를 갔는데 세탁기가 고장 나 있었는데 언제부터 고장난지도 모르고 계셨으니 그 동안 직접 빨래를 했던 것이다. 그 세탁기는 오래된 전기선의 문제로 작동이 되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전선 교체하고 노출되어 위험한 전기선 정리, 벽지, 간단한 미장작업 등으로 어르신께 기쁨을 드렸다. 그런데 우리가 더 큰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혼자 사시는 할머니 집에서 수도꼭지 교체를 수리하던 일이다. 수리를 마치고 나니 할머니께서 밥상을 차려 주셨다. 너무 고마워서 밥이라도 먹이고 싶다하시면서 상을 차려 주실 때 돌아가신 어머님이 생각이 났다.

독거 어르신 대부분들은 하루 종일 말 할 상대가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날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잊지 않고 찾아와 말 상대라도 해주면 너무 고맙다고 한다.

겨울이 다가올 때는 연탄이 쌓여 있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는 어르신, 눈이 안 좋아 손자가 주고 간 편지를 못 읽어서 읽어 달라도 하시는 어르신들이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주름살이 너무나 많은 얼굴이지만 활짝 웃으실 때는 정말 소녀같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다.

▲ 최근 김포대교 인근에서 구조 활동을 하던 소방관 보트가 전복된 사고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펼친 소감을 말해 달라.

-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김포대교 아래서 수난구조 활동 중 보트전복 사고가 발생했다는 한 통화의 전화를 받고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한쪽에는 미수습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고 정신없이 긴급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직접 행동할 수는 없었다. 단지 늘 현장에서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과 봉사자들에게 따뜻한 차 한잔 전해주는데 전부였다.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래도 행복했다. 내가 직접 어떤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과 아쉬움에 마음이 아파왔다.

결국 실종됐던 두 소방관들은 주검으로 발견돼 유족은 물론 주위 사람들을 오열하게 했다. 나 역시 깊은 슬픔을 감출 수가 없었다. 타인을 구조하려다 자신의 목숨을 잃은 소방관들에게 진심으로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 서울상상나라 소속인데 어떤 곳인가.

- 서울상상나라는 서울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제일 넓고 체험거리가 많은 곳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는 아이들의 교육에만 열중했던 부모들이 많았으나 시대의 흐름에 맞춰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체험하며 얻을 수 있는 창의력, 친구와의 소통, 협동심 등을 중시하는 추세다. 그러나 그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서울상상나라는 어린친구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직접 손으로 만지고, 생생한 놀이와 경험, 친구들과의 존중, 더 나아가 체험을 통해 어린아이들의 꿈을 발견하는 국내 유일한 체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하1층부터 지상3층으로 총 4개 층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00카페처럼 그냥 놀이터가 아닌 요리체험, 자연, 과학, 예술, 기획전시실, 생각놀이터, 신체놀이 등을 접할 수 있는 오직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공간이다.

부모를 위한 공간도 당연히 마련되어 있다. 편리한 주차 공간, 간식이나 도시락으로 온 가족이 식사할 수 있는 넓은 식당, 가족쉼터, 대화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영유아에 관련된 서비스시설(모유실)을 갖추고 있으며 의무실도 갖춰져 있다.

특히, 장애아동도 당연히 참여가능하다, 요즘 00카페에는 장애아동 출입을 금하는 곳이 많다는 것을 들었다. 장애아동이든 비장애아동이든 어린이라면 그 누구도 소외받아서는 안 된다. 모든 어린이들이 편견 없이 뛰어놀고, 직접 참여 가능한 공간으로 유일한 곳이다.

또한 분기별, 테마별로 각 분야 전문가인 서울상상나라 교사들이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늘 준비하고 있으며, 서울상상나라에 상상극장이 있어 어린이를 위한 연극, 마술 등을 공연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설공단의 우수한 시설팀이 재난, 안전, 시설물 관련 점검 및 매월 소방훈련, 심폐소생술교육, 공기질측정, 미아발생시 바로 대응할 수 있는 교육도 하고 있다.

▲ 노조 위원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것은.

- 중지동천 적토성산(衆志動天 積土成山)이란 말이 있다. 세상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만드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단어 속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서로 보호하고 아끼고 항상 나의 곁에서 함께 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위원장으로서 조합원의 권리증진 및 복지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끌려 다녀야만 했던 시절, 아파도 ‘아프다’고 말도 못 했던 시절, 이런 시간 속에서 하나 둘 모여 우리의 권리를 찾고, 지키고, 견디어 준 선배들이 있었고, 그들 때문에 지금의 대한민국은 국민의 권리를 지켜나가고 있다고 본다.

매일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다보면 한강 쪽으로 큰 태극기가 있다. 그 태극기를 바라보면서 “우리 대한민국을 지키신 어떤 수호신이 계시다면 저희 힘없고 작은 연합노동조합 조합원도 꼭 지켜주십시오”라고 매일같이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간절한 마음으로 출근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조합원 구성율은 10%도 안 된다. 조합원의 권리를 찾고 복지향상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다. 하지만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면, 그 역할을 내가 해야 한다면 위원장 임기동안 최선을 다해 조합원의 권리 및 복지를 위해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나 다음 위원장 역시 조합원의 권리와 복지를 위해 단결과 투쟁함으로써 우리의 염원은 이루어질 것이다. 비록 그 길이 죽을 만큼 힘들고 험난하더라도 목숨을 다해 동지들과 함께 하면 하늘도 감명하여 우리의 뜻을 이루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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