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꽃울 피우고, 그 꽃이 또 꽃을 태운다.

 

 

 

작가 황두순

꽃이 꽃울 피우고, 그 꽃이 또 꽃을 태운다

◎ 황두순, 노트를 덮으며…

풍경 그림위에 꽃,

꽃 속에 있는 인형,

나, 당신 또는 가슴에 묻은 그리운 사람이다.

그 어떤 비바람 혹은 추운 눈 속에서도 피는 꽃

온 세상을 아름다운 색깔로 피어나는 꽃

어김없이 때가 되면 활짝 피어 반겨주는 꽃,

그 꽃은 어떤 모습으로든 어디를 가든

내 곁을 지켜주고 행복을 안겨줍니다.

그건 아름다운 꽃입니다.

그건 위대한 사랑입니다.

◎ 평론가가 본 작가 황두순

사실성 사의(寫意)를 회화적 사유(思惟)로 성립

박명인(미술평론가, 한국미학연구소 대표)

사실적인 사물을 표현할 때 필연적인 대상이라고 해서 그대로 표현한다면 그 화가의 개성표현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개성이란 화가의 감성에 따라 자유롭게 자신의 화의(畵意)를 전개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근자에 많은 화가들이 꽃을 주제로 삼고 있어서 귀추가 주목되었는데, 황두순의 꽃을 주제로 한 전람회를 계기로 심층적 분석을 다시 한번 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일반적인 정물화의 개념과 다른 깊이 있는 화의와 작가적 의도를 발견하게 되었다.

첫째 배경처리가 단순한 단색으로 처리되어 있으나 그 화의(畵意)는 남다르다. 정물에 대한 배경이 아니라 모든 것을 품고 있는 공간이다. 특히 공간표면이란 공기와 접촉하고 있는 물체의 일부이고 이 공기라는 물체에 빛이 반사되면 색채는 무색이 된다. 이러한 공기 역학적 색채논리를 응용하여 꽃이라는 물체를 부각시키면서 직물 평면에 색채에 의한 공간감과 원근감을 조성하고 꽃이라는 매체를 공간에 존재하는 자연의 생명으로 완성했다.

그런 다음 황두순은 그 공간을 통해 세계의 많은 매체와 대화를 한다. 시간과의 대화, 역사 속에 묻혀있는 많은 궤적과의 대화, 자신의 인생 여정에 있었던 질곡의 사연들과의 대화, 형제와의 대화, 멀리 떠난 가족간의 대화, 헤어진 가족과의 대화. 다시 만난 친구와의 대화, 그리고 무엇보다 그림과의 대화. 그렇기 때문에 무형상의 단순한 공간일지라도 많은 형상들이 은유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발언하는 꽃. 그것은 일상적인 경험에서는 얻을 수 없는 미적 체험의 결실이고 화가로서 사물을 주제적으로 전개시키는 자연적 태도이며 천붕지괴(天崩地壞) 이후에 변화를 가져온 황두순의 이성적 자연주의 태도이다.

둘째, 구성적 주관의 사실 존재인 꽃을 만선만색의 질과 양이 가득찬 물질로 파악하는 것이다. 질은 직감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대상으로부터 받아들인 표상을 스스로 쾌 또는 불쾌의 감정 여하에 따라 대상을 식별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양은 인간의 공통개념으로서 대상의 미적 판단을 공유하고 있는 것. 그리고 감성보다 주어진 자극을 그 상에 적용시킨다.

결국 질과 양은 직감적 반응과 감성적 자극을 대상에 적용하게 되는데 이 질과 량이 협화를 이루면서 황두순의 표상은 완성되어 간다. 특히 명제에서 나타나듯이 여린 생명과의 대화에서 본질적인 아름다움이 무엇인가 하는 매체적 의미 파악으로 염원하는 기도가 담겨있다.

셋째, 사실 결여의 미적 의미가 있다. 황두순의 표상을 분석해 볼 때, 근자에 화가들이 꽃을 주제로 묘사하면서 주변에 많은 사물들을 채워 넣어 전체 화면에 꽃이라는 존재는 장식적 역할뿐인데 비해 소재의 배경을 밀대로 밀어내어 단색화한 것이 독특한 개성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꽃이라는 사물의 형상을 실제보다 크게 또는 작게 하거나 불가사의한 색으로 표현함으로써 환상적인 상상력을 배가하여 정신력을 과시하고 있다. 작품에서 사물의 형태를 밀대로 밀어낸 공간에는 작품 안에 사실 형상의 결여로 생기는 미적 효과가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공간은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형태는 아니다. 그러나 밀대로 밀어냄으로써 마치 의도적으로 구도를 잡고 표출시킨 것과 같은 디테일 효과가 있다.

흔히 꽃이란 소재에 대해 단순한 소묘적 견해로 말하는 경향도 있지만 꽃이야말로 가장 많은 선과 가장 많은 색을 풍부하게 지닌 유일한 사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꽃을 주제로 삼느냐 부제로 삼느냐 하는데 그 역할은 달라진다.

현대미학에서 미술이란 인류 최후의 조화의 현상이라고 말한다.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것도 자연현상도 모두 미적 조화현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인간의 정신이 요구하는 것은 삶을 가치있고 윤택하게 만드는 지혜, 영성, 정신에 의한 진과 선과 미이다. 노자의 도경에도 같은 말이 있다.

착하지 않은 사람은 아름다울 수 없다는 것이다. 착한 사람의 선행은 인의예지신을 행동규제의 덕목으로 삼고 선의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고 한다. 그만큼 선에 도달하기도 어렵고 착한 사람으로 존재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노자는 이러한 경지에 도달해야 착한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어서 착하게 산다는 것, 아름답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가를 실감하게 한다. 현대사회에 노자가 말하는 착한 사람이 존재하는지 의구심이 앞선다. 진실된 선으로 미에 도달해야 한다는 노자의 사상이야말로 진선미의 교본인 것이다. 왜 고대로부터 미를 다루는데 진과 선이 전제되어야 했는가를 뭇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미를 추구하는 화가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상철학이라고 생각된다.

천붕지괴의 고통을 이겨낸 의지, 무욕절제의 편안함, 예술에 대한 집념, 진실을 추구하는 선한 마음, 그리고 이러한 개념들이 뭉쳐서 이룬 것들이 황두순의 미적 개념의 바탕인 것이다.

<프로필>

○ 계명대학교 공예과 졸업

○ 개인․초대전 29회개, 그룹전270회

○ 국제아트페어 및 초대전 - 베이징, 홍콩, 미국, 독일, 프랑스, 네델란드, 도쿄, 뉴욕, 싱가포르, 대만, 서울, 부산, 경주 등

○ 200호 및 300호전, 현대미술작가100인 초대전, 오승우미술관 초대전

○ 목우회입선(국립현대미술관), 대한민국미술대전입선(국립현대미술관)

○ 대한민국미술대전(양화)구상부문 심사위원

○ 작품 게시 : 서울지방경찰청, 대청문화전시관 등

○ 2018대한민국문화경영대상(코리아헤럴드, 헤럴드경제 주최)

○ 현재 - 한국미술협회, 신작전, 서울아카데미, 한국예문회, 대한민국회화제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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