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108년 한반도와 요동 평원에 걸쳐 2100년 동안 대제국을 영위했던 고조선은 강력한 철제 무기로 무장한 한나라군과 1년여에 걸친 전쟁 끝에 멸망합니다. 이 드라마는 고조선의 정신을 이어받은 주몽이 혼자 몸으로 수 천만 대군을 상대해 빼앗긴 고조선의 하늘을 되찾고 고구려의 하늘을 연 고구려 개국의 영웅 주몽의 일대기를 그렸지요.

 

역사 속 재미있는 철(鐵) 이야기

박명원 대한민국명장(재료시험)

공대(工大) 철(鐵)학과를 졸업하고 철과 함께 삶을 살고 있는 철학도로서 우리 역사 속 재미있는 철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로 드라마 속 철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2006년도부터 2007년까지 MBC 81부작 ‘주몽’(송일국, 한혜진 주연)이라는 역사 드라마가 방영되었는데 평균 시청률이 40% 이상으로 최고의 인기 드라마로 여러분들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기원전 108년 한반도와 요동 평원에 걸쳐 2100년 동안 대제국을 영위했던 고조선은 강력한 철제 무기로 무장한 한나라군과 1년여에 걸친 전쟁 끝에 멸망합니다. 이 드라마는 고조선의 정신을 이어받은 주몽이 혼자 몸으로 수 천만 대군을 상대해 빼앗긴 고조선의 하늘을 되찾고 고구려의 하늘을 연 고구려 개국의 영웅 주몽의 일대기를 그렸지요.

드라마 초반부에는 강력한 무기인 부러지지 않는 검으로 무장한 한나라 군에게 패하게 된 주몽은 지금으로 보면 차세대 전투기 사업 정도의 무기 개발 사업인 부러지지 않는 검을 제작하기 위해 철기 장인 모팔모(이계인 역)와 혼신의 힘을 기울이며 국운을 걸게 됩니다.

이 시대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칼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몽의 다몰군의 검은 주철 종류의 검으로 한나라군의 칼과 부딪치면 부러져 병사들이 목숨을 잃고 전쟁에 패했던 겁니다.

철기 장인 모팔모가 갖은 고생 끝에 부러지지 않는 검을 만들고 주몽은 바위에 검을 내려쳐 부러지지 않음을 확인하고 기뻐하면서 모팔모에게 개발과정을 묻게 되고 조개껍질 가루와 황토를 넣어 쇳물을 끊여 칼을 만들었다고 하며 기뻐합니다.

여기에서 과학적 근거로 접근해 보려고 합니다.

우선 부러지는 검(주철)은 제강 기술이 발전하지 못해 쇳물 중 탄소(C)와 불순물을 걸러내지 못하고 검 속에 존재하고, 주철 상태로 검을 만들어 쉽게 부러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우리가 어릴 때 가마(무쇠)솥 뚜껑을 보면 귀퉁이가 깨어져서 김이 세어 나오는 것을 많이 보았을 겁니다. 이것이 주철 솥 또는 무쇠 솥입니다.

주철은 탄소 함유량이 2,1∼6,67% 탄소를 함유한 철을 주철이라 하며, 0,02∼2.1%의 탄소를 함유한 것을 강이라고 합니다. 주철은 용융점이 낮아 제조하기 쉽고 매우 강하나 강도가 적으며 충격에 쉽게 깨어지는 성질을 가졌습니다.

철기 장인 모팔모는 불순물이 없는 강철 검을 만들기 위해 황토와 조개껍질 가루를 쇳물 속에 넣었다고 했는데 황토 주성분은 석회, 알루미나, 산화철 등이 들어있는데, 이 산화철이 쇳물속의 탄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이산화탄소 형태로 탄소를 제거하였고, 조개껍질은 주성분이 탄산칼슘(CaCO3)으로 석회석의 주성분과 같으며 현재 고로에서 철광석, 코크스, 석회석을 넣고 용해하여 쇳물 얻는데 이때 철광석 속 철을 녹이기 위해 코크스가 열원으로 사용되고 석회석은 쇳물 용해 시 불순물을 포집하여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조개껍질가루로 쇳물 중의 불순물을 완벽하게 제거하여 고품질의 쇳물로 검을 만들었기 때문에 철이 부러지지 않을 정도의 강한 검으로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설화 속 철(鐵) 이야기입니다.

신라시대 대표적인 종선덕대왕신종(봉덕사종, 에밀레종)은 771년에 만들어진 범종으로 국보 제29호입니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최대의 큰 종으로 제작 연대가 확실하고 각 부의 양식의 풍요하고 화려한 동종의 하나입니다.

경덕왕이 아버지인 성덕왕의 공덕을 널리 알리기 위해 종을 만들고자 하였으나 완성은 771년 혜공왕 때에 이루어졌지요. 성덕대왕은 엄청나게 큰 신종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해서 스님들이 집집마다 쇠붙이를 시주받으러 돌아다녀야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가난한 집에서는 “마음 같아서는 시주하고 싶지만 있는 것은 갓난아이뿐이니 이 아이라도 시주받을 수 있으신가요?"라고 말하자 스님은 “그럴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그 말을 무시하고 그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열심히 시주받아 종의 제작에 보탰습니다. 그러나 이상스럽게도 종은 완성되지 않았죠.

스님이 이상하게 여겨 점을 쳐보니 ‘받을 시주를 받지 않아서 종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괘가 나왔고 그때 스님이 문득 갓난아이를 시주하겠다던 부인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일 때문에 종을 만드는 데 계속 실패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그 집에 찾아가서 아기를 받아와 쇳물에 던져 넣었습니다. 그러자 그제야 종이 완성되었습니다. 종을 치자 종은 마치 아기가 어미를 원망하는 소리처럼 엄마를 부르듯이 ‘에미 탓’ ‘에미 탓’이라 했고, 그것이 ‘에밀레’라고 울었다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이 종의 이름을 에밀레종이라고도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에밀레종 설화

통일신라시대에 에밀레종처럼 거대한 종 제작은 지금의 현대 기술로도 제작하기가 쉽지 않고 어려운 것을 주조한 장인들의 기술에 대해 깊은 존경심과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설화를 과학적 근거로 접근하면 범종 소리의 질은 범종의 일정한 두께와 내부 결합의 존재 유무가 좌우하는데 이는 쇳물이 낮은 온도에서도 주형 속으로 잘 흘러가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성질을 쇳물의 유동성이라고 합니다.

유동성을 좋게 하는 대표적인 합금 원소가 인(P)입니다. 그러므로 인체 뼈의 주성분은 인(P)이며 범종을 주조시 쇳물 속에 아이를 넣어 유동성이 좋아졌고 이를 통해 주물 속 기공, 편석 등 내부 결함이 없어 소리가 일정하고 은은하게 울렸다는 가설이 존재합니다.

그러면 정말 에밀레종의 설화는 사실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이 종을 만드는 일이 너무 힘든 나머지 생겨난 설화가 아닐까 합니다. 이 종을 만들 때 힘든 일이 많았겠지만, 엄청난 양의 주물이 필요한 것부터가 그랬을 겁니다. 그리고 이 많은 양의 주물을 한꺼번에 넣어야 하는데 이때 어려움이 설화로 변형되어 전해 내려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대 과학으로 에밀레종을 합금 성분을 분석하면 인은 존재하나 인체의 인과는 다른 인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철강산업은 ‘산업의 쌀’이라 불리며, 세계 각국은 기간산업으로 육성시켜 왔습니다. 산업의 모든 분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는 용광로의 발전, 특히 코크스를 이용해 철을 정련하는 방법이 개발된 뒤에 급속하게 발전하였습니다.

철은 철광석과 탄소가 섞이는 비율에 따라 강철, 연철, 주철 등 다양한 종류로 제련되는데 제철 기술자들은 어떤 비율로 혼합했을 때 어떤 성질의 철이 나오는지도 잘 모르는 채 시행착오를 거듭했습니다.

18세기 중엽에 이르면 철의 질이 상당히 향상되어 건설 분야에서 나무 대신 철을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주철은 점차 사라지고 단철이 사용되면서 19세기에 강철이 생산될 기초를 마련하였으며. 철강산업이 발전하자 용광로에 연료를 대기 위해 석탄의 수요가 늘고 이때 증기기관이 광산의 골칫거리인 배수 문제를 해결하여 깊은 갱도에서도 작업이 가능해져 석탄 생산량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한 분야의 발전은 톱니바퀴처럼 다른 분야의 발전으로 이어졌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늘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현재의 편리함만을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의 자동차, 전화기, 전기등의 발전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는 장인들은 남들은 웃고 넘기는 드라마 속 한 장면도 나에게는 지금까지 배웠고 익혀온 기술에 대한 내용이라 허투루 넘기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다.

한복 명장님들은 역사극 속에 한옷이 과연 그 시대에 한옷이 맞는지, 도자기 명장님들은 소품으로 나오는 도자기가 더 눈여겨볼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의문과 사물의 관심에서 시작되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의문을 던지지 않으면 기술의 발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프로필>

대중금속공고 열처리과 졸업

영남이공대 금속과 졸업

2015년 우수숙련기술자 선정

2018년 재료분야 재료시험명장(630호)

현 대한민국공군 군수사 제82항공정비창 물리분석실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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