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근 복수초요양원 원장

 

노인요양원 입소는 현대판 고려장?

구자근 복수초요양원 원장

저는 100여 명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는 노인요양원의 3년 차 시설장입니다.

저에게는 87세의 노모가 계십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요양원에 대한 말씀도 꺼내지 않았는데도“나는 요양원에는 절대로 안 간다. 요양원은 한번 들어가면 죽기 전에는 못 나온다고 하더라”고 하십니다. 다른 어르신들에게서도 이런 말씀을 많이 듣습니다. 노인 요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대단하십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어르신들이 건강상의 문제로 입소하셨다면, 시간이 갈수록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집으로 다시 가신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더구나 일부 노인요양원의 불법 운영과 어르신에 대한 학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어르신들의 요양원에 대한 인식이 더욱 나빠졌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시다시피 노인요양원은 ‘치매ㆍ중풍 등 노인성 질환 등으로 심신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하여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을 입소시켜 급식ㆍ요양과 그 밖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입니다. 몸이 불편하여 어르신 스스로 일상생활을 하실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 요양원에 입소하시게 됩니다.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함은 도움을 주어야 할 가족이 없거나 있더라도 생계 활동 등으로 인해 바빠서 모실 수 없을 경우, 집에서 모시기에는 벅찬 질환이 있을 경우, 또는 더욱 전문적인 케어를 받고자 하는 경우입니다.

집에서 모실 수 없는 사정으로 가족 간에 많은 갈등을 겪다가 요양원에 들어오시는 분도 많습니다. 이때 대부분의 보호자는 부모님을 집에서 모시지 못하고 요양원에 입소시키게 된 점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반면, 어르신들 또한‘내가 고생해서 키워놨더니 이것들이 나를 요양원에 갖다 버렸다’고 하는 배신감으로 입소 초기에는 매우 분노하십니다.

요양원은 어르신들의 안전과 편안한 생활을 위하여 건강보험공단의 지침 준수는 물론, 창의적인 노력을 많이 합니다. 요양원의 운영방침은‘어르신 관점에서’생각을 하고, ‘모든 초점은 어떻게 하면 어르신이 편안한가?’에 둡니다. 모시기가 어려운 어르신들도 많고, ‘나는 입소 비용을 내니 너희는 모든 걸 다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까칠한(?) 보호자도 많습니다. 서운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음에 담아 두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정성을 다할 것이니까요.

가장 보람 있는 일은 요양원에 입소 한 후 어르신의 건강이 좋아졌을 때입니다. 어떤 어르신들은 자녀와 멀리 떨어져서 계시다 보니 식사도 제때 들지 못하시고 약도 제대로 드시지 못하시다가 요양원 입소 후 질환 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식단에다 시의적절한 투약, 인지 및 신체훈련을 하다 보면 건강이 많이 좋아지게 됩니다. ‘노인은 밤새 안녕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실감하고 있습니다.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는 어르신들도 있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연세가 들수록 대체로 건강이 나빠지게 되면서 입소 당시의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가정으로 복귀가 어려우니 ‘요양원에 들어가면 못 나온다’라는 말이 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입소하신 보호자들께 “어르신을 편안하게 잘 모시려면 요양원과 보호자, 정부가 긴밀히 협조하고, 함께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말씀드립니다. 어르신들의 질환이나 생활습관, 행동에 대해 요양원과 보호자는 서로 숨김이 없어야 합니다. 어르신의 상태가 위급하여 병원 진료가 필요하면 보호자는 지체 없이 병원으로 모셔서 정밀한 진단과 조치를 받아야 어르신이 편안합니다. 정부도 요양보호사들을 비롯한 노인요양시설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노인요양원 입소’가 ‘현대판 고려장’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전통적인 우리의 ‘효 사상’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 아직 존재할 따름이지요. 그러나 이것도 저는 과도기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위를 보면 지금 50~60대들은 늙어서 스스로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될 때면 당연히 노인요양원에 가는 것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노인요양원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종사자를 비롯한 모두가 노력해야 합니다.

노인요양시설과 문화가 우리보다 발달한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어르신 자신이 오랫동안 생활해 온 가장 익숙한 환경 아래서 편히 여생을 보내다가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였거나 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부분의 요양원은 4인실 위주로 되어있지만, 기업들이 참여해서 건립하고 있는 요양원은 1~2인실과 가족실의 비율을 대폭 높여 사생활을 보호하고 고급화하고 있습니다만 고비용으로 인해 서민이 입소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7,882,454명입니다. 이 중 13.7%인 1,080,272명이 등급을 신청하여 735,690명이 1등급~5등급, 인지지원등급 판정을 받았는데, 이 인정자 중 83.1%인 611,075명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국의 장기요양기관은 총 5,410개이나 지역에 따라서는 입소 시설이 부족한데도 많습니다. 일본에서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에 대한 재정지출이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합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늙어서도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개인이 노력하고, 국가사회가 이를 뒷받침하여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노인요양시설을 더 짓지 않아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구자근 복수초요양원 원장
구자근 복수초요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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