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김재원과 함께하는 DMZ여행, “여성이 많이 동참해야 아름다운 통일 이룰 수 있어”
페미니스트 김재원과 함께하는 DMZ여행, “여성이 많이 동참해야 아름다운 통일 이룰 수 있어”
  • 강승균 기자
  • 승인 2016.09.0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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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일. 전날부터 시작된 폭우(暴雨)가 계속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강렬한 아침 태양이 솟아오르면서 말끔히 사라졌다.

이날은 우리나라 페미니스트 1호인 김재원 회장과 함께하는 ‘DMZ여행’이 계획된 날이었다. 김 회장은 ‘여원’이라는 여성 잡지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국내 매거진계의 ‘대부’로 통한다. 그러나 그의 명성을 높인 것은 바로 70년대 초부터 주창해온 ‘여성권인 신장’ 때문이다.

김 회장은 “세상은 여성중심으로 가야 평화롭고 행복해진다. 따라서 어느 분야에서든지 여성의 능력이 발휘되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절대 발전할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이번 투어는 여성을 중심으로 남성이 포함돼 관광버스 두 대에 나누어 타고 출발했다. 처음 도착한 곳은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애기봉(愛妓峰). 설명을 들으니 사연이 많은 곳이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옛날 것들이고, 현재는 해병대가 지키고 있는 DMZ(비무장지대) 내에 있다. 따라서 민간인은 미리 신청하고 허락을 받아야만 발을 들여 놓을 수가 있다.

애기봉은 매년 성탄절에 ‘트리’를 설치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북한이 반대하고 협박하는 바람에 몇 년 전부터는 하지 않고 있다. 그곳을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이 선동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愛妓峰’은 단지 작은 봉우리가 아니었다

실제 애기봉에 오르니 한강 건너로 북한 마을을 육안(肉眼)으로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애기봉관리소 소장의 설명을 들으니 마을사람들의 모습도 그대로 보이며, 망원경을 이용하면 그들의 표정까지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북한마을 뒤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개성 송악산도 손에 잡힐 정도로 보였다.

북한 주민들을 비참한 삶에서 해방시키기 위해서도 하루 빨리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그날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 되었다. 특히 김 회장은 ‘여성 중심의 통일’을 강조했다. 그래야만 ‘부드러운’ 융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애기봉의 일정을 마치고 일행은 김포국제조각공원으로 발을 옮겼다. 그곳에 도착하기 전에는 약간 넓은 평지에 작품 몇 점을 진열한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뒤집혔다. 적당한 높이의 산 몇 개가 세계적 작가의 작품들로 구성돼 있었다. 작품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내내 김재원 회장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조각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점심식사 시간이 되고, 조강리 마을회관으로 이동했다. 마을 부녀회에서 준비했다는 음식들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이용해 만들었으며 주민들의 정성이 듬뿍 들어가서인지 매우 맛이 좋았다.

이후 이동한 곳은 덕포진 교육박물관. 옛날 ‘국민학교’ 모습을 한 이곳에는 과거의 교과서는 물론 학용품 등 다양한 ‘유물’들이 비치돼 있었다. 이곳의 백미(白眉)는 ‘학생’들이 오면 정신교육을 시키는 여자 선생님. 할머니 정도의 연세인 선생님은 앞을 보지 못한다. 서울 모 여고에서 교편생활을 하다 시력을 잃어 남편에 이곳으로 내려와 작은 학교 모습을 갖춰놓고 계속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역사에 대한 애정이 바로 우리를 성장하게 하다

이날 여행은 ‘덕포진’으로 이어졌다. 조선시대 군영지로 오늘날의 'GOP'나 마찬가지 역할을 했던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전략지대다. 우리가 지금의 덕포진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데에는 이곳 해설사로 근무하는 김기송 씨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발굴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의 노력이 배어 있지 않은 곳이 없었다.

‘짠한’ 덕포진의 역사를 공부하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인삼쌀맥주 갤러리로 자리를 옮겼다. 김포가 인삼의 고장이다 보니 인삼을 이용한 맥주까지 개발된 것이다. 관계자의 배려로 시음(試飮)을 했는데 맥주의 시원함은 기본이고 인삼의 쌉쌀한 맛이 혀와 목구멍을 자극했다. 신선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이곳을 끝으로 그날 여정은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버스 속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루라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분단된 남북의 실정, 과거의 역사, 미래를 향해 가는 ‘일꾼’ 등 다양한 면면을 체험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결코 짧거나 가볍지 않은 것이었다.

김재원 회장은 “여성의 활동 영역이 어느 특정 분야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 만일 계속 그렇게 된다면 인류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며 “이제 여성이 보고, 느

낄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해 져야 한다. 그래야만 세상이 좀 더 부드러워 지고 아름다운 성장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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