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향기를 오롯이 그림으로 발산하는 신비한 감성

‘초록향기’를 좋아 하는 나옥자 작가의 작은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차갑고 딱딱한 돌이나 질그릇위에 초록의 이미지를 더하면서 청량감과 푸름의 싱그러움으로 편안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즐거움은 바로 늘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무심히 지나쳐 버리는 작은 돌 틈에서도 초록의 향연이 있고 태양빛이 온 대지를 감싸며 초록이 우리를 마중 나온다.

작은 목소리로 내 곁에서 노래하고 있다. 걷다가 잠시 쉼표를 찍으라며…

행복은 문득 문득 찾아오는 작은 기쁨이며 깊이 있는 즐거움은 바로 날마다 우리들이 받는 선물인 것이다.

초록의 신선함과 푸르름, 정직함은 나를 진정 쉬게 하고 때론 일상을 빛내주는 사람들과의 소소한 에너지가 되어 주기도 한다.

초록향기는 우리의 삶을 살아 숨쉬게 하며 우리의 생을 얼마나 풍성하고 소중하게 만들어 주는가!

일상의 아름다움을 안다면 오늘도, 내일도,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다.

나의 의미로 일상의 행복을 만들어본다.

생활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생활이듯 하얀 캔버스에 지금도 멋진 인생을 그려나간다.

이렇게 감성적인 나옥자 작가를 미술평론가 장준석 씨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화가로서의 나옥자는 마음의 향기를 오롯이 그림으로 발산하는 신비한 감성을 지닌 화가이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그림엔 빈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있다. 이는 마치 눈부신 대낮에 커튼을 쳐놓은 방에서 느껴지는 것과 같으며, 마음의 고향이나 그리운 어머니의 따스한 품 속 같기도 하다.

작가는 예술적인 감성과 꿈이 잔잔히 흐르는 한편의 시와 같은 그림을 담담하게 그린다. 여기에는 소박한 심성과 고운 미적 감성에 의한 삶의 이야기가 가득 채워져 있다. 그것은 아마도 순수한 사람의 냄새와 자연의 향기 같은 감미로움일 것이다.

작가는 보기에 하찮은 대상에도 애정 어린 따뜻한 시선과 세심한 손길로 다가가고자 하였다. 그리고 소박한 예술가적 심성과 감흥으로 이를 캔버스 안에 담고자 노력해 왔다. 또한 남들의 생각이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사람과 자연의 향기를 형상화하고자 노력해왔다.

오직 그림으로만 교감하기를 희망한다. 이는 단순히 손재주에 의한 테크닉이 아니라 이는 다분히 인간적이며 서정적인 형상미를 담아 낼 수 있는 독특한 감성의 끼라고 할 수 있다.

작가에게 내재된 미적 감흥은 그만큼 특별한 것이다. 이처럼 자연미 같은 순수성이 있기에 작가의 그림은 소박하면서도 아름답다 그리고 형상과 구도 및 공간자체에는 자연스럽게 편안함이 흐른다.

때로는 저녁놀을 바라보며 감미로운 음악 속에서 인생의 아픔을 담담히 떠올리는 듯도 하다. 나옥자의 빈 공간은 아련하면서도 외롭지 않은 어떤 것을 우리들에게 전해주는 메시지인 것이다.

이 공간은 사람의 향기를 풍기는 독특한 정취일 수고 있고, 어머니의 손길 같은 따스함과 포근함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나옥자는 포근함이 흐르는 공간속의 공간을 만드는 특별한 작가가 아닐까 싶다. 평범해 보이면서도 평범하지 않음과 밀도 있는 구도로 어느 한곳도 빠지면 안될 것 같은 공간을 담아 내는게 그만의 그림인 것이다.

독특한 색의 감흥을 지닌 작가의 그림은 한국인의 일상의 자연스러움과 공존하고 있다. 세상에 찌든 온갖 것들은 그림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털어내면서 형성된 작은 공간들은 한국의 자연의 빛과 감흥 속에서 마음의 고향의 색으로 화한다.

그가 표현하는 조형공간은 마치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비치는 창호지 문처럼 소담하기도 하며, 모든 것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무미한 색이나 여백의 맛처럼 정갈스럽다.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면서도 은은하여 회색도 은색도 미색도, 달걀색도 아닌 여백의 색이자 자연의 색이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나옥자는 우리의 전통 한옥이나 손때가 묻은 여러 종류의 기물들에서 자신의 모티브를 찾고자 노력해왔다. 작가는 조형성과 미적 능력이 뛰어나서인지 다양한 성향의 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추구해 보려는 열정이 뜨겁다.

단색인 미색계통의 흐름이 주를 이루면서도 다양한색이 조화롭게 자리하여 한국인의 일상의 자연스러움이 흐르는 것이 인상적이라고도 하겠다. 미색 계통의 색층과 질박한 형만으로 보는 사람의 미적 정서를 충분히 자극할 수 있다.

우리의 전통 가옥과 토담, 가구 등등을 애정 어린마음으로 바라보며 사색하기를 즐기는 작가의 고운 심성 또한 순수한 가을 하늘처럼 맑아 보인다.

나옥자의 그림은 삶에 지쳐버린 현대인들에게 편하고 청량한 자연의 공기 같다. 이러한 청량감은 그림이라는 차원을 넘어 순수한 조형미를 맛보면서 그림의 아름다움에 취하게 한다.

그림의 아름다움에 취한다는 것은 그림이라는 틀을 넘어서 순수한 조형미를 맛보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같은 조형미는 작가의 그림에 대한 뜨거운 열정에서 비롯된다. 또한 훌륭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사색하며 독특한 조형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받쳐주는 감성이 있다는 것도 나옥자 그림의 강점이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한국화에서 볼 수 있는 여백의 여유를 자신의 조형세계에 반영하였다. 이는 작가의 은근한 미적 감흥과 함께 하나가 되며 자연에서 오는 여유로운 공간을 체득하였던 것으로볼 수 있다.

이 공간은 우리들의 삶의 공간이며 마음의 휴식 공간이라 하겠다. 그러기에 작가의 그림들은 우리를 여유로운 휴식의 공간으로 초대한다. 그것은 마음의 휴식공간일 뿐만 아니라.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는 쉼터이다.

작가는 우리의 감성으로 우리의 삶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삶의 토대인 공간과의 대화를 통해 조화된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이를 조형화시켜 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과 만족감을 추구한 그림에는 감미로운 삶의 향기가 있다

그의 그림은 서양적 표현 수법을 사용하였지만 서양화 같지않고, 부드러운 느낌의 깊은 맛과 한국의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친근함을 준다.

한국인의 고즈넉한 향수와 버무려져 담담히 형상화되어 세상에 찌든 온갖 것들을 하나씩 털어낼 수 있는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밝고도 은은한 그림은, 한국인의 정서와 호흡하며 한국의 감성과 미적 정서가 흐르는 가장 한국적인 현대 그림 가운데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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