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얼굴’이 ‘하나’돼 영혼을 위로하는 행복한 그림

단순히 ‘집’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집’이 아니다. 아니 집이다. 그런데 사람 얼굴이 아른거린다. 좀 더 보니 다양한 인간의 ‘삶’이 담겨 있다.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정신을 휘감는다. 김명식 작가의 작품과의 첫 대면 느낌이다.

그의 작품을 누구보다 열광하는 지앤아트스페이스 송철민 큐레이터의 이야기에 귀 기울려 보자.

김명식 작가의 작품은 마치 날씨 좋은 봄날, 햇살이 잘 비치는 창가에 앉아 마주하는 원두커피 한 잔과도 같다. 잔잔하게 흐르는 피아노 선율을 들으며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브런치를 마주할 때 느끼는 행복감을 선사한다고나 할까.

그래서 사람들은 그 행복감을 자신의 거실에서도 느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커피가 씁쓸한 첫맛에 이어 입안을 한 바퀴 돌아서 달콤한 여운을 만들어내듯이 작가의 작품도 씁쓸한 맛과 달콤함이 함께 한다. 파스텔톤을 베이스로 하는 경우 자칫 달콤함에 그쳐 깊은 맛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씁쓸한 맛이 콘트라스트를 더해줌으로써 단일한 맛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경지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자유분방하게 달리는 나이프에 의해 색은 형태의 경계를 넘어 타오르고 색채와 마티에르(matiére)의 향연 가운데 형태는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집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아니고 관객이 집을 연상할 수 있을 만큼까지만 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관객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루어지는 데, 라디오를 들을 때처럼 최소한의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이나 취향에 따라 자신이 생각하는 집의 심상(心象)을 떠올리고 작가의 작품에 오버랩(overlap) 시키게 된다.

바로 그 찰나의 순간에 집과 관련된 유년의 기억이, 자신의 가족이나 옛적에 살던 고향마을 등의 이미지가 추억으로 떠오르면서 무채색을 주조로 세월을 두고 퇴색한 듯한 질감의 배경은 추억과 상념이 떠오르는 여백이 된다. 그러나 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변주와 색채의 향연에 의해 상실된 기억의 편린들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그러한 소중한 추억들을 되새김질하는 동안에 영혼의 위로를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의 근원적 회귀욕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각자의 가슴에 담고 있는 이상적인 유토피아의 도시풍경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영혼의 위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그리는 집은 맨해튼 동쪽( East-side)의 집들일지는 몰라도 구체적인 그 마을의 풍경이라기보다는 각자의 가슴속에 담고 있는 ‘집’의 원형을 제시하는 것이며 적극적으로 ‘관객’의 참여가 이루어지게 만드는 효과적 테마로 역할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작가의 과감한 데포르마숑(déformation) 또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펼칠 수 있는 여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작가를 얘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수식어가 있으니 ‘색채의 마술사’ 또는 ‘색채의 연금술사’라는 것이다. 이러한 수식어들이 개인적으로는 식상한 느낌이라 쓰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작품을 마주하노라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다만 거기에 덧붙인다면 작가가 사용하는 ‘마술 봉’에 관한 것이다. 작가가 현재 사용하는 마술봉은 ‘East Side Story’ 연작이 시작된 직후인 2004년경 집을 단순화된 사각형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전 작품에서 보여주던 경쾌한 붓질의 연장선에서 페인팅 나이프가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붓질로는 표현하기 힘든 여러 가지 표현들이 가능해지기 시작했고 그이후로 화면은 풍성한 마티에르로 밀도감을 더해간다.

이렇게 추억을 상기시키는 소재인 집과 데포르마숑에 의해 촉발되는 상상력, 페인팅 나이프가 만들어내는 색채의 향연이 함께하면서 작가의 작품은 때론 화사한 봄 햇살을 연상시키는 건강한 에너지로 가득차고 때로는 낯선 도시에서 마주하는 이국적 아침풍경을 통해 매력적인 시적 감수성으로 가득하기도 하다.

김 작가의 작품은 생각보다 가볍다. 풍부한 마티에르와 변주로 밀도 있는 화면을 보면서 제법 묵직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보기보다 가볍다는 느낌이었다. 이는 작가가 자신이 사용하는 기법에 대해 정통한 경지에 있다는 증거다.

작가는 시각적으로 풍성한 마티에르를 획득하기 위해 필요한 효과적인 방법에 있어서 정통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간과하기 쉬운 문제이지만 미술재료학적으로 캔버스 등의 지지체에 물감 같은 질료 층이 두껍게 올라갈수록 작품의 컨디션을 보장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과도하게 두터운 물감 층으로 획득된 화면보다 오히려 밀도감 있는 마티에르를 보여주고 있으며, 중요한 것은 이 마티에르가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화면에 중후함을 제공하면서 깊은 맛을 더해준다는 사실이다.

속도감 있는 나이프로 발라진 물감 층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누적되는 과정에서 두툼한 층을 형성하기도 하고 때론 바닥에 있던 물감 층이 노출되기도 하며 두툼한 물감 층을 질료자체로 쏟아내기도 한다.

씁쓸한 맛에 더해지는 달콤함으로 깊은 맛을 더해짐에 작가는 이를 연출하기 위해 전술한 모든 기법과 심리적 장치들-추억을 이끌어내는 집과 데포르마숑, 마술 봉으로 극대화된 색채의 마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감수성 짙은 시적 심상의 세계를 그려내는 작가만의 레시피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러한 장치들과 이들의 유기적 결합을 뒤로 하고 전면으로는 화사하게 비취는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지붕과 벽면에서 펼쳐지는 색채의 향연과 낙관론적인 이상향의 모습들이 펼쳐지고 있다.

분명 보기 좋고 편안한 느낌이다. 지나치게 무겁거나 과도함이 없이, 지나치게 기름지지 않고 담백하고 깔끔한 뒷맛이다. 그렇게 풍성하고 조화로운 가운데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작품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편안하게 보인다고해서 그림을 편하게 그리는 것은 아니다. 그 배후에는 오랜 세월동안 축적된 내공과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된 작가만의 레시피가 있기에 편안하게 보이면서도 깊은 맛이 우러나고 있는 것이며 그러한 까닭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영혼의 위안과 행복한 추억을 얻게 되고 그 때문에 작가의 작품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리라.

 

-1970~81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무등미술대전, 부산미술대전, 단원미술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현재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명예교수

-국내외 개인전 60여회(1984-2015)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동경 오사카 고베 후쿠오카 시코쿠 삿포로 마드리드 시드니 밴쿠버 뉴저지 항주 상해 마이애미 뉴욕 외

- 단체전(수백회)

2004 3 Asian Artists (Reece Gallery New York)

2004 뉴욕아트엑스포 (Javit Jacob Convention Center New York)

2005 Art Off The Main (Puck B/D New York)

2006 마이애미 아트페어 (Miami Beach Convention Center,Miami Fl)

2007 KIAF 2007 (COEX Seoul Korea)

2007 상해아트페어 (Shanghai Mart China)

2007 아트바젤마이애미 (Miami Beach Convention Center)

2008 북경아트엑스포 (북경무역센터)

2009 ASIAF (Chelsea New York)

2008 싱가폴 아트페어 (Suntec City 싱가폴)

2010 동방의 빛 IN Gallery(798,북경)

2011 KIAF (COEX 서울)

2013 Hampton Art Fair Long Island(New York)

2014 Asia Contemporary Art Show Conrad Hotel ( Hong Kong)

- 작품소장

문화관광부, 주중한국대사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리움미술관, 모란미술관, 전쟁기념관, 삼성, 엘지, 기업은행 홍콩지점, 뉴서울컨트리클럽, 맥스웰하우스, 동아대학병원,부산지방검찰청, 센텀리더스마크, 부산성모병원, Grace Institute 뉴욕, GS 컨트리 제주, 토마토저축은행, 한국전력, GS 강촌컨트리, 고바야시 신경과병원, 하나노수우 호텔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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