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상 匠人

1천년 전통 ‘삼해소주’, 100일간 익힌 명주…‘느림’과 ‘맑음’의 精髓

1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서울술 ‘삼해주’. 삼해(三亥)는 12간지 중 마지막인 해일(亥日, 돼지 날)에 세 번에 걸쳐 담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술이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올 수 있었던 건 1993년 삼해소주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이동복 여사의 뒤를 이은 아들 김택상 장인(匠人) 때문이다. 김 장인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선정하는 전통식품명인 제69호로 지정됐다.

고려시대부터 이어진 명주를 알리기 위해 35년째 ‘술장이’ 외길을 걷고 있는 김 장인은 해일(亥日)에만 제조하는 삼해소주를 ‘느림’과 ‘맑음’의 정수(精髓)라고 말했다. 삼해소주는 맵쌀과 찹쌀, 누룩을 주재료로 음력 정월 첫 해일(1월)에 담기 시작해 그 다음 해일(2월)에 재밑술하고, 3월 첫 해일에 덧술한다. 마지막 덧술을 1개월 이상 숙성시켜야만 ‘진짜’ 삼해소주가 된다고 한다.

김 장인의 술(酒)과의 인연은 태어나자마자 시작된다. 양조장집 귀한 아들이기 때문이다. 당시 김 장인의 부모는 삼해소주에 무한한 애정을 갖고 전통을 이어가지 위해 노력했다. 이 모습을 본 김 장인 역시 삼해소주를 온 몸으로 느끼며 성장했고 결국 가업을 잇게 된 것이다.

김 장인은 “고려시대부터 이어진 삼해소주 명맥이 일제 강점, 양곡 관리, 밀주 단속 등 어려운 시기에도 잘 견뎌왔다”며 “그러나 아직 삼해소주에 대해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장인은 삼해소주 주조(酒造)에 집중함은 물론 세상에 알리는데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술 빚기 개인수업을 통해 아름아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참여도 적극적이라고 한다.

김 장인이 정의하는 전통주는 조상이 만들던 방식을 최대한 재현해 그 당시 맛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수입 쌀, 첨가제 등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김 장인의 ‘옹고집’은 경제적 고통을 동반했다. 삼해소주는 늦가을에 빚어 봄부터 1년 내내 마시는 탓에 생산량이 많을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량생산을 요구하는 주변의 유혹(?)도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장인은 “대량생산은 곧 전통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생각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장인은 일반 국민들이 삼해소주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자세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무형문화재 보유자를 단순 기능인 정도로 여기는 것이 아쉽다고 한다.

그러나 김 장인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다. 그는 “삼해소주가 무형문화재로 등록됐으니 명주 단계까진 온 것 같다. 최대한 복원해 국주를 넘어 세계 품평회에서 인정받는 술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삼해주 빚기>

김 장인은 삼해주를 빚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환경, 재료, 사후관리를 강조했다. 즉 쉽고 편하게 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전통을 잇는다는 정체성과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느림의 미학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궁금한 건 삼해주의 ‘안주’. 김 장인은 맵고 짠 강한 풍미의 음식은 술 고유의 향미를 잃게 함으로 견과류나 싱싱한 회 또는 육회, 산과 밭에서 나는 우리 농산물 요리를 곁들이는 게 최상이라고 말했다.

삼해주는 본래 ‘계절주’의 성격을 띤다. 한겨울에 술을 빚어 저온에서 발효시킨다. 술 빚는 기간과 술 익는 시간이 오래 걸려 백일주(百日酒)라고 불리기도 한다. 삼해주 제조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450년경 어의(御醫) 전순의가 편찬한 요리책 ‘산가요록’에 기록돼 있다.

삼해소주가(家)는 서울 삼청동 소담한 한옥에 자리 잡고 있다. 삼해주 향이 진하게 풍기는 내부에는 크고 작은 술항아리들 자리를 잡고 있다. 김 장인은 술 재료의 다양화도 꾀하고 있다. 상황버섯주, 포도소주, 귤소주 등이 그것이다. 삼해소주 도수는 45도에 이른다. 어느 정도 독하지만 은은하게 올라오는 향이 진하다.

- 김택상 장인이 귀띔한 삼해주 빚는 법

① 정월 첫 해일, 찹쌀 5.4kg을 씻어 침지한다.

② 물 빼기 후 가루를 내어 푹 찐다.

③ 끓는 물 31L로 죽을 쑨다.

④ 식으면 누룩가루 2.8kg, 밀가루 960g을 섞는다.

⑤ 둘째 해일, 멥쌀 37.1kg을 씻어 침지한다.

⑥ 이튿날, 물 빼기 후 가루 낸다.

⑦ 끓는 물 27.3L로 익반죽하여 식힌다.

⑧ 항아리에 밑술과 합한다.

⑨ 셋째 해일, 멥쌀 63.6kg을 씻어 침지한다.

⑩ 물빼기 후 가루 낸다.

⑪ 끓는 물 41L로 익반죽을 한다.

⑫ 식혀서 항아리에 넣는다.

⑬ 4월 초순쯤 열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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