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부당한 지시 견제하고 부정부패 배격위해 ‘감시와 견제’ 기능 강화할 터”

제4대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 이연월 위원장은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많이 갖고 있다. 공노총이 처음으로 실시한 조합원 직선제를 통해 선출됐고, 공노총 역사상 첫 여성 위원장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 3년간 전국 15만 조합원의 눈과 귀, 입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 3월 18일 ‘이연월체제’가 출범했다. 각오를 말해 달라.

▲ 3월 18일 일산 킨텍스에서 전국 조합원 1만여 명과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공노총 제4대 출범식을 가졌다. 우선 이 자리를 빌려 그 분들께 감사의 말씀부터 드리고 싶다.

출범식에 즈음하여 사상 초유 현직 대통령 파면 결정이 있었다. 출범식이 열린 시기는 공무원 사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반에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헌재의 결정이 내려진 지금, 이제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기 위해, 또 민생 안정을 위해 국민 모두가 힘을 내야 할 때이다.

이에 공노총은 4대 출범식에서 ‘흔들리는 대한민국, 공노총이 다시 바로잡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공직사회 적폐청산과 함께 조합원 모두가 일선 현장 곳곳에서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자는 결의를 다졌다.

공노총 제4대 집행부는 ‘공무원 노동자의 정당한 권익실현과 복지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노조,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는 사회적 노조’를 비전으로 삼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11대 과제 추진에 온 힘을 다할 것이다.

 

- 구체적으로 공약사항(11대 과제)은 무엇인가. 또 실현가능성은.

▲ 공무원은 ‘공직자’이기에 앞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다. 공노총은 공무원을 대변하는 역할과 동시에 국민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를 위해 공노총은 공무원 조직 내 합리적 제도 개혁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국민의 시각에서 거시적(巨視的) 차원의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11대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공직사회 내 근로조건 향상 및 처우 개선을 위해 △공무원 노조법 개정(근로시간 면제제도 도입, 노조 가입범위 확대, 중앙부처 공무원 노조의 최소설립 단위 완화) △공공부문 성과주의 폐지 △대정부 교섭 재개 △정부조직 개편 시 노조 참여 △공무원 노동자의 정치참여 기본권 보장(지지 정당에 대한 재정후원 방식 도입) △공무원 제도 개혁(직급체계 개편, 입직경로 단순화 등) △학교조직 법제화의 7가지 과제를 추진 중이다.

또 국민의 시각에서 고용, 사회적 안전 시스템 등의 거시적 차원의 제도 개선을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국민안전 시스템 구축 △공적연금 강화 △지방분권 강화 등의 4가지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 중 공무원 노조법 개정(홍영표 의원 대표발의)과 공무원 노동자의 정치참여 기본권 보장(윤소하 의원 대표 발의), 학교조직 법제화(유은혜 의원 대표발의)는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이 상정돼 있다. 다른 과제들도 관련 법 개정이나 정부와의 협의 등을 통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들 11대 과제는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공공부문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라 생각한다.

 

- 출범식 당일 많은 대선주자와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는데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는가.

▲ 유력 대선후보들을 비롯해 정치권의 많은 인사들이 출범식에 참석한 것은 건전한 공직사회 구축과 공공부문 제도 개선에 그만큼 관심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노총은 국민과 조합원을 위해 앞장서 온 국내 최대 공무원 노조이기 때문에 정치권 인사들이 전국 행정 현장의 목소리를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정치권 인사들이 공공부문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가 됐길 바란다.

다만 일부에서 이번 출범식을 ‘공무원 기득권 수호를 위해 뭉쳤다’는 식으로 인식한 부분은 다소 안타까웠다. 국정농단 등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너무 부정적인 것 같아 한편으론 씁쓸했다.

 

- ‘국정농단’으로 나라 전체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이 사건의 와중에 공무원의 자세가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는 국민과 공무원 사회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공무원 사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현장에서 열심히 근무 중인 수많은 공무원들에게는 ‘이러려고 공무원이 됐나’ 하는 자괴감마저 안겨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개인’의 자세를 문제 삼고 있지만 실은 공무원 사회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공직사회에 만연한 수직적 관료주의 문화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거절한 공무원 개인을 그 누구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농단의 비리 속에서 법적 원칙과 절차에 따라 본연의 책무를 수행한 공직자들은 ‘나쁜 사람’으로 찍혀 직무에서 배제되거나 자리를 내놓기까지도 했다.

건전한 공직사회 구축을 위해 공무원 개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공무원이 권력의 입맛이 아닌 국민의 뜻에 따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합리적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특히 공무원 통제수단으로 작동되고 있는 ‘공직사회 성과주의 확산’에 대해서는 조속한 검토가 필요하다.

 

- 일반 국민의 ‘공무원 기득권’에 너무 집착한다는 시각에 대한 생각은.

▲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공무원은 ‘철밥통’이자 ‘기득권’으로 대변되고 있는 듯 해 안타깝다.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일부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공무원 사회 전반을 대변하고 있는 듯 비춰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대한민국으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으며 살아가는 ‘근로자’의 한 부류다. 도리어 ‘공무원’이라는 신분이 낙인으로 작용해 ‘근로자’로서, ‘국민’으로서 누려야할 기본권들이 제한받는 경우가 많다. 또 실제 대민현장에서 활동 중인 대부분의 하위직 공무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낮은 봉급을 받으면서도 오직 ‘대한민국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이라는 직업군이 기득권층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사회 전반의 고용불안정과 열악한 근로환경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무원만 누린다’가 아니라 ‘공무원도 누린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한다. 그런 차원에서 공노총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강화와 함께 정규직 공무원 증원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 공노총 변화에 대한 복안은 무엇이니가.

▲ 공노총은 이번을 계기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헌법 제7조 제1항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며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국민의 목소리에 따라야 할 봉사자가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잘못된 내부구조에 대한 조직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도 느꼈다.

공노총은 앞으로 상부의 부당한 지시에 대해 견제하고 부정부패를 바로잡기 위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다하여 ‘건전한 공직사회 구축’에 한발 더 나아갈 것이다. 공무원 노조법 개정 등을 통해 공무원들의 단결권을 강화하여 불합리한 관행이 공무원 사회에 자리 잡지 못하도록 ‘자정장치’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또 공무원들이 오직 국민을 위한 공무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공공성을 훼손시키는 정부의 무분별한 성과주의 확산을 저지함과 동시에 공직사회 내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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