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 전통 한복 계승 바탕으로 신개념 스타일 연구

 

2016년 9월 한복 명장으로 선정된 박춘화 연화우리옷 대표. 서울 자양동에 위치한 박 명장의 매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작고 아담했다. 그 곳은 단순히 상품을 진열해 놓는 곳이 아니라 최고의 전통 한복을 탄생시키기 위한 박 명장의 연구실이나 다름없다.

박 명장이 ‘옷’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된 데에는 가정환경이 한 몫 했다. 부친은 일본과 비단무역을 했고, 어머니는 바느질 솜씨가 뛰어나, 이 소문을 듣고 옷 제작을 의뢰하는 사람이 많아져 자연스레 ‘공부가 된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 박 명장이 복식(服飾)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때는 1986년. 그는 “그 당시에는 단순히 옷을 만들어 판매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제대로 된 작업 시스템과 전통 우리 한복을 재현하고 싶다는 욕심과 책임감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명장의 생각을 현실화하기에는 부족한 게 많았다. 우선 전통 한복을 재현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료를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그야말로 구전(口傳)에 의존한 경우가 많아 소위 ‘교과서’가 없었던 것이다.

 

한복 관련 서적없어 각종 자료 모아 ‘한복교과서’ 정립

 

그래서 가장 먼저 시작한 작업이 바로 한복에 대한 교본을 만드는 일이었다. 당시에는 ‘옷본’을 근거로 만드는 게 최선이었다. 그러다보니 의도치 않은 모양의 변화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의복 제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구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끝에 드디어 박 명장의 전통 한복 제작 ‘매뉴얼’이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자는 지금도 의상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가장 중요한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각고(刻苦)의 노력은 ‘대한민국 명장’으로 방점(傍點)을 찍었다. 30년 이상의 세월동안 올곧이 우리나라 전통 한복의 맥을 잇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대한민국명장은 1986년 제도가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22개 분야 96개 직종에서 총 616명에 불과하다. 명장의 위상과 엄중함을 말해주는 숫자다. 명장은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함은 기본이고 그 분야 기술의 발전 및 기술보급이나 전수, 재능기부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박 명장으로 선정된 첫 소감을 “국가로부터 인정받는 명장이라서 더욱 귀하게 생각하고 그 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돼 너무 행복하다”며 “이제 명장이 되었으니 우리 전통 한복을 널리 알리는 홍보대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명장 선정이후 자부심과 책임감 강하게 느껴…청소년 후진 양성 집중”

 

박 명장은 현재 서울 광진구 광진문화예술회관 ‘전통한복반’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무형문화재 침선장 11호 이수자, 우수 숙련기술자(제2014-45호),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제2015-10-006호)이기도 하다.

또한 각종 대회에서 수상은 물론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 간의 수상 경력을 보면 2014년 세계의상 페스티벌 최우수 디자이너상, 제3회 대한민국 한양공예예술대전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한복기능경기대회에서는 출제 및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한 때 기능경기대회에서 ‘한복’분야를 제외할 계획이라는 소문을 듣게 된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우리 전통 의복 문화를 짓밟는 처사라며 강력하게 대응했고 다행히 그 계획은 철회됐다.

박 명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경제성과 사회적 분위기를 빌미로 우리 전통의 맥을 끊는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정신을 말살하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상업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우리 전통”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복교육관’ 설립해 전문 교육은 저변 확대가 목표

 

그는 “우리는 우리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이를 계승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며 “인간이 살면서 중요한 것 세 가지가 의식주라 하는데 그 중 가장 앞에 있는 게 바로 ‘옷’이다. 따라서 그 나라의 수준을 알려면 의류 문화의 발달 정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명장은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을 통해 첫 인상이 정해지듯이 한복은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차원의 일환으로 박 명장은 외국대사관 부부 등에게 한복을 제공하는 일이 많다. 이는 단순히 한복 한 벌이라는 의미를 넘어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와 정신, 그리고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매우 중요한 민간 외교라고 말할 수 있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박 명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후진 양성이다. 그 중 서울공고 산업현장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하다보면 그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전통 기술에 접목해 현대적 한복 모델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박 명장은 “우리의 전통 기법은 그대로 이어나가되 젊은 학생들의 생각을 통해 현재의 젊은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신세대적 한복을 만듦으로써 그들이 한복과 더욱 친해 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 매우 즐겁다”고 말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박 명장은 ‘한복 교육관’ 건립을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다. 여러 가지 난관이 있지만 교육관이 생김으로써 후배 양성은 물론 한복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기술을 전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명장으로 선정된 이후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더욱 열심히 활동하게 되었다는 박 명장은 “ 한류의 기본인 한복의 확산과 기능경기대회가 한복을 배우는 많은 사람들의 실력 향상과 자기 점검의 좋은 계기가 되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지도하고 현장 체험을 할 수 있는 각종 문화행사에 동참하도록 여건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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