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흥분 가라앉히고 비핵화 매진해야>

인류 전체의 겨울축제인 평창동계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북한 참가로 안전하면서도 성공적인 올림픽이 돼 다행스럽다. ‘평양올림픽’이라는 비판도 있으나 얻은 것도 많고, 새로운 평화의 기운도 감지되고 있다. 이번 올림픽 개회식 주제가 ‘행동하는 평화’였듯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사절이 방한했고,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공식 초청했다. 여자하키팀은 남북단일팀으로 경기했고, 북한의 대규모 예술단 및 응원단도 가세했다.

그러나 올림픽의 남북한 동참만으로 평화는 지속되지 않는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남북한은 함께했지만 한반도의 평화는 여전히 멀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평화가 더욱 취약해졌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북핵이 제거되지 않은 채 평화를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제 정부는 평창올림픽에서 마련된 남북대화의 실마리를 비핵화로 연결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러한 비핵화 연결이 가능하다고 하기에 국민들은 태극기를 한반도기로 대체하거나 몇몇 한국 여자하키 선수를 탈락시켜도 정부를 지지한 것이다. 핵문제를 거론조차 하지 않으려는 북한을 어떻게 설득하고, 어떤 지렛대를 사용할 것이며, 어떻게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을 수용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한·미동맹과는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복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화를 위한 대화’로 북핵 고도화를 위한 시간만 제공하거나 대북 압박에 대한 한·미 또는 국제적 공조만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과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남북대화를 추진했을 때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자유민주주의와 경제력을 배경으로 한 한국이 다소 양보해도 괜찮았다. 국민들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남북대화를 지지했고, 북한도 유연하게 반응했다. 그럼에도 그 당시의 노력은 북한에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시간과 자금을 제공한 채 중단됐고 ‘대화를 위한 대화’였다고 비판받고 있다. 이번에도 유사한 시행착오를 반복할 경우 얼마 후 북한은 명실상부 핵 강대국이 될 것이고, 종국적으로는 한국에 핵으로 위협하면서 굴복을 강요할 수도 있다. 이렇듯 한국은 비핵화, 그것도 조기 비핵화가 필수불가결한 절박한 상황에 직면한 상태이다.

더욱이 북한의 비핵화는 미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일본도 적극 참여해야만 가능한 복잡한 문제이다. 이들 국가가 ‘6자회담’이라는 이름으로 수년간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비핵화를 한국 정부 혼자서 달성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중·러가 북한을 압박해야 하고, 중·러의 설득을 위해 미국이 나서야 한다. 미국이 적극 나서지 않는 비핵화는 불가능한 셈이다. 그런데 정부는 올림픽 이후 한·미 연합훈련 재개 여부만 시사할 뿐 분명한 일정은 미루고, 미국과 북한의 대화만 촉구하고 있다. 북한에는 비핵화를 제대로 언급하지 못하면서 한·미동맹의 균열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미 미국은 통상압력으로 한·미 간 동맹 관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

북한은 평창올림픽 개막 하루 전인 8일 군사퍼레이드를 하며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과시했다. 신형 SRBM은 핵무기 탑재용으로 비행고도가 낮아 탐지가 어렵고, 대기권에서 회피 기동도 가능해 패트리엇이 무용하다고 한다. 북한이 500㎞ 이하의 사거리를 가진 이 SRBM을 개발한 목적이 한국 공격용이 아니라고 부인하기 어렵다. 

북한이 말하는 통일은 평화통일이 아닐 수 있다. 과거 우리가 숱하게 목격해왔듯이 북한은 여전히 한편으로는 평화를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이제 평창올림픽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비핵화라는 과제 처리에 매진해야 한다.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한·미동맹도 평화도 지속될 수 없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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