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철 대한민국명장

‘거북선 명장’으로 유명…기계조립 기술·디자인 융합해 敎材로 활용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있었다면, 현대에는 오정철 대한민국명장의 ‘거북선’이 있다.

오 명장은 2017년에 기계조립 직종 명장으로 선정되기 전인 2014년부터 교육 교재로 거북선이 최적이라는 판단으로 나무 저금통 모형을 채색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금속 거북선을 제작하거나 3D프린팅 형태로 발전시키는 등 다양한 기술을 융합하며 거북선 모형을 개발했다.

오 명장은 ‘거북선’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거북선은 우리 민족의 상징적 기술 문화유산이자 세계적인 ‘보물’”이라며 “따라서 거북선 디자인에 기계조립의 요소를 가미해서 후학들이 재밌게 체험하며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모형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 명장은 1986년 10월 전국기능경기대회를 마치고 입사한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36년을 근무하고 있다. 신입사원 때는 건설기계를 생산하는 중기계중장비생산부에 배치돼 기술을 연마했으며 자기계발 노력으로 30대에 ‘새천년제안왕’으로 선정, 최연소 반장(현장관리 감독자)을 역임했다.

 

현대중공업에서 36년째 근무, 30대에 ‘새천년제안왕’

그리고 2009년 1월 사업부를 이동하여 지금의 엔진기계사업부에서 제2의 현대중공업 생활을 시작했다. 새로운 부서에서는 그동안 익힌 기계조립 및 유·공압 기술을 활용하여 선박용 기자재의 국산화 프로젝트, 신규 개발품의 양산에 참여했으며 다양한 지식과 생산기반 경험을 통하여 담당 제품이 세계 일류상품에 선정되는 등 회사와 국가산업발전에 힘써 왔다.

오 명장은 “육상제품을 만드는 것에 익숙했던 내가 거대한 선박이라는 해상 제품을 처음 만드는 작업은 시운전을 끝내고 날이 밝으면 인도로 출항하는 배 안에서 시작됐다”며 “담당 제품이 문제를 일으켜 밤을 새워가며 고장(故障)을 찾아 수리하고 동해에서 붉은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볼 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엔진기계사업부의 업무는 오 명장을 우리나라 전국은 물론 전세계를 누비는 선박 기자재 전문가로 발돋움하게 했으며 혼자서 10개국 16개 도시를 출장 다니며 경험을 쌓게 됐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40대에는 대한민국신지식인, 국가품질명장, 대한민국명장으로 선정됐다. 현재는 보유 기술을 활용하여 사내(社內) 신입·경력사원 교육에 참여하고 있으며, 사외(社外)에서는 미래숙련기술 전수사업과 기계기술자로서의 사회공헌활동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선박 수리 마치고 보는 수평선 태양은 예술”

이렇듯 대내외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오 명장은 ‘대한민국명장’으로 선정됐을 당시 기분이 어떠했을까. “무엇보다 나 자신의 도전과 성공, 가족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아빠의 모습을 보여줘서 더없이 기쁘고 행복했다. 더불어 어머니를 꼭 모시고 인증식에 참가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서 작은 효도라도 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오 명장은 ‘대한민국명장은 공인(公人)’이라고 단정한다. 따라서 양대 명장(국가품질명장·대한민국명장)으로서 매사에 모범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그런데 이는 부담감이라기보다 올바른 삶을 살아가려는 자기희생과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자기 노력의 종합이라고 생각했다.

오 명장은 “명장에 선정된 이후 주변에서 부르는 명칭이 바뀌었다. 이는 직급을 떠나 공인으로 인정받은 것이며 동료들의 많은 칭찬과 격려는 더욱 열심히 활동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며 “맡은 바 임무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 때로는 어렵고 힘든 고통이 있을지라도 변치 않는 정직함으로 숙련기술인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데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늘 ‘명장답게, 명장스럽게’를 강조하는 오 명장은 “공인으로서 산업계와 지역사회의 리더로서 보탬이 될 수 있는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가치있게 만들어 가는 역할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개인의 안위보다는 사회와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자세로 좀 더 낮은 곳, 불편한 곳을 찾아서 챙기는 것이 바로 명장의 도리”라고 역설했다.

“名匠은 公人, ‘답게’ ‘스럽게’ 言行해야”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되는 길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다’라는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말을 늘 마음에 새긴다는 오 명장은 “나 혼자서 잘 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더불어 같이 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삶의 자세가 바탕이 돼 현대중공업그룹 1% 나눔재단에 참가하고, 어르신 급식 봉사 단체 후원 등 다양한 기부 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기부도 횟수로 6년째다.

재능기부 역시 탁월하다. 기능장회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이 모여 도배 장판, 전기시설 보수 등 취약계층의 주거 공간을 개선해 주고 중학교에 방문해 찾아가는 숙련 기술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기계 기술자의 업무에 관해 알리기도 한다. 코로나19 상황 이전엔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서 해외 재능기부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오 명장은 기계 전문가로서 예비 기술인들에게 직업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힘든 일을 안 하고 큰 보람, 큰 소득, 자기만족을 찾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느 직종에서든 전문가가 되거나 원하는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힘든 일을 겪어야 한다. 정신력을 키우고 참고 견디다 보면 반드시 성공한 미래가 다가온다는 것은 바로 진리다.”

오 명장은 2017년 명장에 선정된 이후 매년 ‘대한민국명장전’에 참여하고 있다. 기술민족의 후예로서 거북선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해서다. 이제는 여러 곳에서 강의 요청이나 학습 문의도 많다.

오 명장은 “업무와 병행하면서 무리없이 진행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금속 거북선은 이제 자랑스럽게 작품으로 대우받고 잡월드 숙련명품전시관 등 여러 기관에 전시 및 기증했다”며 “기술민족의 후예로서 혼(魂)을 담은 생활친화형 거북선 창작 활동과 거북선의 무한한 변신을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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