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규 대한민국명장

2018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試演…“시대 초월 感性 전달 作品 할 터”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완성하려 기(氣)를 다해 노력한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엄연한 진리(眞理)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늘 조심하고 집중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 이천 장휘요(奘輝窯)에 ‘뜨거운 불’을 넣고 있는 최인규 대한민국명장의 일성(一聲)이다. 다음은 최 명장과의 일문일답.

▲ 명장 선정 연도와 소감은.

- 2007년에 처음 도전한 이후 10년이 지난 2017년에 영광스러운 칭호를 얻었다.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이 흐른 것은 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사람으로서 기본을 갖추고 꾸준히 연마하라는 ‘높은 뜻’이 아닌가 생각했다.

따라서 ‘빚는데’ 더 많이 고민하고, ‘굽는데’ 더 크게 몰입하는 마음가짐이 흔들리지 않도록 정도(正道)에서 벗어나지 않는 도예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야만 우리나라 전통을 잇고,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대한민국명장’ 타이틀은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 일종의 사명감을 부여받은 것 같았다. 더 훌륭하고 참된 도예가가 돼야 한다는 각오를 새삼 했으며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자 마음먹었다. 즉 우리 전통 도자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뜻을 같이하는 도예가들과 힘을 모아 해외 교류 전시회 및 워크숍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계획을 세웠다.

그중 하나가 2018년 10월, 이천시와 중앙정부가 공모하는 문화사업에 제출한 제안서가 선정되어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지하광장에서 개최된 세계 전통문화 박람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이 행사는 전세계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최대의 장소로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전통 도자기 제작 시연을 진행했다. 우리 도자기의 아름다움과 성형 및 장식 등 뛰어난 기술력이 큰 관심을 받았다.

행사 당시 프랑스 대통령 부인의 방문으로 전세계의 이목(耳目)이 더욱 집중되기도 했다. 프랑스 영부인을 비롯한 많은 외국 관람객들은 대한민국 전통 도자의 아름다움에 공감을 표했고 수많은 미디어의 관심도 뜨거웠다.

 

▲ 지금까지의 삶을 반추(反芻)해 본다면.

- 어린 시절부터 세상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물론 자라면서 다듬어지고 더해지고 했지만 의기소침(意氣銷沈)하지 않은 성격은 맘에 들었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때를 돌이켜 보면 그리움, 아쉬움, 자부심, 안타까움 등 만감(萬感)이 휘몰아친다.

그런데 그동안의 내 인생 과정 중 가장 감사한 시절은 3년간의 군 복무 기간이다. 제한된 공간과 시간에서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기회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청년 시절에 나를 성숙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매우 뜻깊은 기회의 기간이었다.

인생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중요한 점을 인식했고 상황을 분석하고 기획 및 설계하며 미래에 대한 목표설정을 명확하게 한때가 바로 군대에서다. 군 복무 3년 동안 전국에서 모여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과 생활하며 인내와 이해, 배려 등을 배웠다.

사회 복귀 이후 주인 정신과 명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규칙을 정하고 실천했다. 첫째, 한눈팔지 말자. 둘째, 스승님께 누(累)가 되지 말자. 셋째, 나만의 능력과 기술 습득을 위해 고(古) 도요지(陶窯地) 답사, 박물관 견학 등으로 견문을 넓히고 전문분야에 매진하자. 현재의 나를 있게 한 불변(不變)의 지침(指針)이다.

이런 다짐들은 나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었고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설 수 있는 능력으로 배양되었다. 매 순간 모두에게 감사하고 그 꿈을 향해 과거도 현재도, 미래에도 노력만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고 확신한다.

▲ 도예가로서 걸어온 길은.

- 1972년 서울공업고 요업과를 졸업하자마자 실습생으로 이천에 왔다. 중·고등학교 육상 선수였던 나의 지구력(持久力)을 눈여겨본 담임선생님이 끈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도예가 맞는다는 생각에서 권유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고의 청자(靑瓷) 장인인 해강(海剛) 유근형(柳根瀅) 선생님의 제자로 들어갔다. 그리고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30여 년 동안 해강 선생에게 성형, 청자 문양, 조각 등 다양한 도예 기술을 익혔다.

1991년에 장휘고려청자 연구소를 설립했고, 2005년 이천시 도자기 명장 선정, 2007년 제7회 강진청자공모전 대상 수상, 그 해 제32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청자상감당초화문대반(靑磁象嵌唐草花文大盤)’으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장휘요 작업장 및 전시장을 신축 완공했다.

▲ ‘대한민국명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 우리나라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의 명품을 탄생시켜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공감을 형성하기 위해 상호 이해와 배려를 실천해야 하는 것이 분야를 넘어 명장이 갖춰야 할 자세일 것이다.

대한민국명장 선정 기준 세부 항목에 특허와 사회봉사활동이 있어서 조금 황당했는데 정부에서 '명장'이라는 칭호를 주는 이유는 그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후진양성에도 만전(萬全)을 다하라는 의미인 것을 알았다.

▲ 국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 어느 나라이든 국가의 발전은 어느 한 분야만의 융성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명장제도와 같은 우수한 프로그램을 통해 균형발전에 큰 노력을 해야 한다. 문화를 등한시하는 국가는 미래가 없다. 명장의 최고 기술과 정신을 활용하여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여 국가 발전에 기여(寄與)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 궁극적인 비전은 무엇인가.

- 마음속 깊은 곳에 품었던 그 옛날의 꿈을 바탕으로 성실하고 참신한 최고의 도예가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 도자를 세계에 알리고 그 맥을 유지하여 새로운 도예가의 탄생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특히 보다 멋지고 훌륭한 도자기를 만들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고, 시대를 초월한 감성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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