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국인 불법체류자, 범죄자는 아니다.

송인선 경기글로벌센터 대표

 

지구촌 사람들은 거주(居住)의 권리로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왕래하며 사는 것이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국경의 장벽을 높이고 출입국관리라는 이름으로 각 국가에서는 인간의 왕래를 통제하고 있다.

과학이 발달하고 다양한 문화가 공유되면서 인간의 이동은 자연스럽게 많아졌고 아울러 세계 그 어떤 곳이든 터를 잡고 둥지를 틀면 그곳이 바로 내가 사는 곳이고 내 집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득권(旣得權)을 가진 자(者)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고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야 하는 개발도상 국가의 국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대한민국은 어느새 외국인 200만 명이 함께 사는 나라가 되었고 외국인이 없으면 우리는 생선과 채소를 먹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만큼 합법이든 불법이든 외국인들 노동의 가치는 우리의 의식주(衣食住)를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그 비중이 크지만, 일부 우리 국민은 외국인들을 너무 무시하며 혐오하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 시대에 외국인 노동자 수급에 제동이 걸리면서 가장 먼저 곤란을 겪은 곳은 농축산업과 어업시장이었다. 그러나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불법체류자 40만 명 때문이란 것이다. 이들은 체류자격이 없다 보니 고용주들 마음대로 일을 시킬 수가 있었고 근로기준법상 시간과 상관없이 최저임금에 매일 야근만 시킬 수도 있었다.

그리하여 코로나19 시기에는 불법체류자 단속도 안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외국인 불법체류자 40만 명을 넘겼고 이에 정부는 뒤늦게 여론을 의식하여 법무부 장관이 앞장서서 불법체류자를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겠다면서 정부 합동 단속으로 4월 말일까지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아무리 특별단속이라 해도 부족한 인력시장부터 먼저 해결해 놓고 단속을 해야지 무조건 단속만이 능사(能事)는 아니다. 이미 보도된 내용이지만 과잉 단속으로 종교기관 예배 중임에도 불구하고 수갑 채워 연행하고, T국의 유명 가수 내한 문화공연장에서 한 번에 158명을 단속하는 무례를 저질렀다.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숙소·공장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단속을 함으로써 시민단체들과 인권단체들로부터 많은 항의와 비난을 받고 있지만, 법무부의 불법체류 외국인 합동 단속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도 과거에는 비자를 반드시 받아야 만이 방문 할 수 있는 미국과 일본 등으로 많은 사람이 경제활동을 하기 위하여 ‘아메리칸드림’으로 빠져나갔고 나아가 그곳에서 비자가 원활히 발급이 안 되어 일부는 불법 체류한 한국인이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국민 750만 명 가운데 불법체류 국민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궁금하다.

일일이 조사해보지는 못했지만 2019년 12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불법체류 중인 한국인은 17만여 명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일본과 캐나다 유럽으로 몇 개국만 확대해도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은 한국인이 외국에서 불법체류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단순히 많은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불법체류하고 있으니 국내 외국인 불법체류자도 이와 같은 논리에서 생각해 보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을 바꾸자는 이야기다. 언론에 불법체류자 관련 기사가 보도되면 댓글에는 ‘무조건 추방해라. 불법체류자는 범죄자다’ 등 악플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국회에서 외국인 관련 법률을 개정한다든지 입법 예고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국회 입법 예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악법반대 결사반대’ 등으로 도배가 되어있다.

이민자들과 늘 함께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며 해외에도 수시로 방문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젠 국내 외국인들을 바라보는 눈높이를 맞춰야 할 시대가 되었다. 평소에 늘 걱정하며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단 한 사람이라도 마음에 상처받지 않고 안정된 생활과 정착이 곧 국격을 높이는 일이고 나아가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은 무자원 국가로서 오직 수출만이 살길이다. 그리하여 우리 공산품들이 해외시장 점유율을 놓고 무한 경쟁하고 있는 시점에 한국에서 마음에 상처받고 출국한 외국인이 자국에 가면 수십여 명의 지인들에게 한국의 나쁜 이미지만 전달할 것이고 나아가 그들은 한국을 방문한 적도 없지만, 한국에서 상처받은 한 사람 때문에 한국을 증오하고 한국 공산품에 발길질을 안 당하면 다행이다. 따라서 이젠 외국인 무시 혐오 이딴 것은 마음에도, 두지 말아야 하고 국내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범죄자가 아니고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라는 인식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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