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간채 바른역사시민연대 상임대표

“歷史는 사건 발생 배경과 과정 및 결과의 의미해석으로 規定”

 

‘나라가 형체(形體)라면 역사는 혼(魂)’임을 강조하는 나간채(羅看采) 바른역사시민연대 상임대표. 다음 나 대표와의 일문일답.

▲ ‘바른역사시민연대’의 역사는 어떻게 되는가.

- 몇 년 전 한국사 특강 벽보를 보고 그 강연에 참석했는데, 나는 거기에서 강의를 들으며 참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한 진리로 믿어왔던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이 강대국의 지배권력에 의해 조작되거나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낙랑군의 위치가 평안도 대동강 부근으로 모든 국민이 알고 살아왔는데, 이것이 사실은 허구였고, 중국의 역사서를 참고할 때 그 위치는 지금 북경 인근 지방이라는 것이었다. 이 밖에도 고려의 북방 국경은 교과서에 기술된 천리장성이 아니라 백두산에서 700리 위쪽에서 요동반도에 걸쳐 있었다는 것 등이다. 이 밖에도 한반도 남부지역의 임나일본부 문제, 한국 민족의 후진성이나 정체성 문제 등 여러 사실들이 왜곡되고 조작되었다는 폭로였다.

그 충격 이후, ‘역사바로세우기’ 준비모임을 조직하여 그 힘을 키워오던 중, 작년 9월에 이덕일 박사를 초빙하여 식민사학과 역사 왜곡에 관한 강연회를 가졌다. 식민사학의 죄악상과 잔혹성을 폭로하기 위하여 개최한 강연회는 기대 이상으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준비 활동에 집중하던 중에 갑자기 ‘전라도천년사’ 편찬사업 문제가 터졌다. 2022년 12월 19일에 그 책의 내용에 친일 식민사관을 나타내는 표현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전북 남원을 일본서기에 나와 있는 기문으로, 해남 강진을 침미다례로 기록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사회에서 광범한 비판과 저항운동이 폭발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2023년 3월 10일에 ‘바른역사시민연대’가 대중의 참여와 기대 속에 출범하였다. 그때 특히 광주광역시 의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기억에 남는다. 출범 후에 우리는 우선의 당면과제인 ‘전라도천년사’ 폐기운동에 집중해 왔다.

▲ ‘바른역사’의 정의는.

- 역사란 과거의 사실을 원료로 하되 가공된 언어로 표현된 용어(개념)이다. 과거에는 사건으로 있었지만, 현재에는 없고 언어로 표현해 놓은 것뿐이다. 그러나 과거의 모든 사실들 그 자체가 모두 역사로 되는 아니다. 이를테면, 한강을 건너는데 수많은 시민이 매일 건너는 것은 역사적 사건이 아니다. 그러나 쿠데타를 일으키기 위해 심야에 군부대가 한강을 건넌 것은 역사적 사실 즉 역사가 된다.

즉 역사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과 그 과정 및 결과에 관한 의미 해석에 의해 규정된다. 그리고 그 사건에 관한 의미 부여는 역사가의 몫이다. 그래서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간의 대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말한다. 즉, 전통적인 관점에서 역사란 역사가가 구성하고 해석하여 만들어 낸 작품이다. 그가 사건을 선택하고 분석하고 의미를 부여하여 해석하는 일이 그의 직무인데, 현대에는 그에 관한 관점이 다양한 특징을 보인다.

이를테면, 과거의 역사학이 대학의 폐쇄적인 상아탑에서 작동하여 그 역할을 독점했다면, 20세기 후반부터는 그 벽이 개방되어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역사해설사, 발굴전문가, 박물관 전시전문가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발전하여 공공성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공공사학(public histor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역사학 자체가 과거에는 교수나 지배층의 독점물이 되었다면, 이제 공공사학은 구술사, 생애사, 민중사, 문화사 등의 개방된 영역에서 발전하고 있음을 주목할 만하다. 바른역사시민연대는 바로 이러한 시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관점을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기존 대학의 한국 역사학계가 독점적이고 폐쇄적이며 배타적인 성향을 보여 왔다는 점에 있다. 이 뿌리에는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에서 황국사관을 바탕으로 하는 편찬사업에 편수 직원으로 참여했던 사람이, 뒤이어 해방 후에 설립된 대학의 초창기 교수가 되어 후진 양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에 그 뿌리가 있다. 이로부터 시작된 사승관계가 사슬이 되어 현재 한국 사학계의 다수 성원이 황국사관에 토대한 식민사학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식민사학의 강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이들의 학풍은 세대를 이어 계승되고 있고, 다른 시각의 역사학, 특히 민족사학에 대하여 강한 거부감과 적대감을 보이고 있다. 이를테면, 단재 신채호 선생, 백암 박은식 선생의 민족사학을 맹렬히 비판하고, 환단고기와 같은 민족의 상고사 자료를 위서(僞書)로 규정하며, 식민사학의 비판하는 연구자를 사이비 사학자라고 폄훼하는 상태이다. 이들은 자기들의 역사를 식민사학이나 바른역사라고 말하지 않고 실증사학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는 역사 인식의 기본이 되는 역사이념이나 가치판단을 숨기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자신의 연구가 누구에게, 어느 정파와 국가에 이익이 되는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증사학의 베일에 가려 식민사학의 효과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바른역사시민연대는 다양한 관점의 학문적 결과를 개방적 관점에서 토론하고 비판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 주요 활동 내용과 성과에 대해 말해달라.

- ‘바른역사시민연대’은 2023년 3월에 창립되었다. 그러나 2022년 12월 ‘전라도천년사’ 문제가 제기되면서 창립 이전의 준비위원회 상태에서 ‘역사왜곡바로잡기오백만전라도민연대’에 참여하여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전라도천년사’ 편찬사업은 전라도 정도 1천 년을 기념하여 호남의 3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추진한 것이다(주관단체 : 전라북도, 연구기간 : 2018-2022, 예산 : 24억 원, 연구결과 : 총 34권, 13,500여 쪽, 집필자 : 213명).

우리 단체의 주요 활동은 성명 발표, 집회 시위, 관계부서 항의 방문, 농성, 사적 답사 등의 형태를 포함하고 있다. 3월에 창립대회를 마친 후에 전개된 주요 활동은 아래와 같다. 5월 초에 광주광역시의회 의장을 면담하여 ‘전라도 천년사’ 역사왜곡 문제 설명하였고 이에 호응하여 시의회는 곧이어 ‘전라도 천년사’ 편찬사업에 대한 비판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호남지역 국회의원, 전남도의회, 전남도 시장군수협의회, 영남지방의 가야사전국연대, 서울의 역사정상화전국연대 등의 비판 성명이 발표되었다.

홍보활동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한 방식과 홍보물 배포, 피켓시위, 토론회 등의 형식으로 진전되었다. 티브이 방송은 광주MBC가 최초로 기획하여 시행했고, 신문을 통한 활동은 각종 신문에서의 지상 토론과 기고를 통해 이루어졌다. 남도일보에서 기획한 토론에서 중요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져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 내용은 그 책 전체를 이미 인쇄하여 배포했으면서도 시민사회에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검증 결과를 수정하여 반영할 것처럼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일종의 기만행위가 아닐 수 없다. 더 놀라운 일은, 편찬위원회가 진실을 말하지 않고 시민을 기만한 사실에 대하여 어떠한 도덕적 사과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여러 토론회 가운데 특히 국회토론회(8.24, 국회의원회관)는 중요한 결과를 창출했다. 첫째로 주요 대학 교수들이 발표한 집필 내용에 대한 검증결과에서 ‘출판불가’ 판정이 나온 경우도 있으며, 내용이 부실하다는 점이 다수 지적되었다.

둘째로 이 문제는 전라도에 국한된 지역적 문제가 아니라 한국 역사가 직접 관련됨으로써 국가적인 차원에서 접근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세 번째로는 이 토론회 기획단계에서 편찬위원회 측이 참여를 요청하여 허용했는데, 토론회 아침에 임박하여 불참을 통보해 왔다. 이는 공적 행사에 대한 규범의식이 미흡한 사례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 바른역사 시민연대의 활동으로서 홍보물 배포와 피켓시위는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그리고 대중이 많이 통행하는 중심가 번화가에서 1달간 집회 허가를 얻어 순회하면서 행해졌다.

▲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 시민운동은 기본적으로 자발적인 참여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활동을 계속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운동에 소요되는 자원 동원 역량이 중요하다. 자원에는 지도자, 핵심 활동가, 적극 참여자, 소극적 참여자, 후원자 등의 인적자원과 경제적 요인을 중심으로 하는 물적자원, 그리고 문화예술적 요소로 구성된 상징자원 등을 고려하여 추진하는데, 이 가운데 각각의 자원에 대한 평가와 동원가능성, 질적 요인 등이 적절히 평가되어야 한다. 부차적인 문제로서 조직 내부의 통합력을 제고(提高)하는 일, 리더십을 강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내부갈등이 없을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되면 매우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기에 지도부는 깊은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 후세(後世)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역사바로세우기운동을 전개해나가면서 절실하게 느낀 가장 큰 과제는 대다수 시민 대중이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우리 역사가 대외종속사관, 황국사관의 사슬에 묶여 있는 매국세력에 의해 농단되고 있는 이 엄청난 사실을 아직 다수 국민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먹고 살기 힘들었을 때는 그 문제가 우선이었겠지만, 이제 문화강국으로 알려진 한국사회에서 국민의 역사인식이 매우 중요한 정신 자산이라고 본다.

그래서 우리 바른역사시민연대는 다른 단체와 연대하여 ‘전라도 천년사’를 전국의 청소년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익히기 위해 문제점 찾기대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전 국민적 수준에서 역사인식이 높아질 때 진정 문화강국의 위상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황국사관의 식민사학은 지구상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잔혹하고 야만적임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나라가 형체라면 역사는 혼’이라는 고려 말 선각의 언명을 마음에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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