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대한민국의 시간과 함께 걸어온 ‘대한민국명장’에 尊敬을 표하며…

 

대한민국명장이란 숙련기술장려법에 따라 산업 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로서 숙련기술 발전과 숙련기술자의 지위 향상에 크게 공헌한 사람을 지칭한다.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하여야 함은 물론,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의 추천 등을 통해 엄격한 검증단계를 거쳐 선정된다. 지금은 15년이지만 예전에는 20년 이상 산업현장에서 종사한 경력이 대한민국명장의 신청요건이었다. 20년이면 금수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이다. 그만큼 힘든 시간을 거쳐야만 한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1986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명장 제도는 2023년까지 38개 분야 92개 직종에서 696명이 선정되었다. 대한민국이 6.25 한국전쟁 후 철저하게 파괴되어 아무것도 없는 폐허에서 2017년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 달러를 넘기까지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수많은 도전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1950년 최대 수출품이 텅스텐, 생사(生絲·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실)였던 대한민국이 70년 만에 반도체, 자동차, K-방산, 2차전지 등으로 개벽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명장 등 숙련기술인이 산업현장에서 묵묵히 갈고닦은 인내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것과 같다.

대한민국명장은 어디에 있든 자부심을 갖고 현장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면허(?)를 가지고 있다. 2023년 대한민국명장으로 선정된 포항제철 냉연부 이기식 과장은 국내 최초로 초극박·극저재를 연속 풀림로에 통과시켜 균일한 재질을 확보하는 핵심기술을 개발하여,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생산되는 2차전지 니켈도금용 강판 생산 토대를 만들었다. 2022년 한복생산 직종에서 선정된 김명희 명장은 한복산업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해 K-패션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대한민국명장 한명 한명 모두에게는 시간과 함께 성장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스토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걸어온 삶의 스토리가 대한민국의 힘이다.

“사회와 同行하며 성장하는 努力 필요”

이렇게 대한민국의 힘이 되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향상되어 왔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명장에 대한 대우는 정부가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이다. 금전적인 보상도 중요하지만, 사회와 시민 특히 청년들이 대한민국명장 등 숙련기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이들이 사회에서 더 높은 대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명장도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함께 사회와 동행하여 성장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추진되고 있는 대한민국명장회의 사회공헌 봉사활동도 매우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농기계수리, 방충망 창틀 갈이, 이·미용 등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숙련기술인의 공헌활동은 숙련기술이라는 브랜드의 인지도와 친근감을 높일 수 있다. 또한 2023년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혼(魂)으로 빚는 예술’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제25회 대한민국명장전은 산업화에 기반한 숙련기술을 명장의 분야라고 생각한 시민에게 숙련기술의 분야는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발전시켜 온 모든 기술을 망라(網羅)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어렵고 힘들다고만 생각한 숙련기술이 사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매우 가까이 있다는 것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일산 킨텍스에서 대한민국명장회 등 5개의 숙련기술인 단체들이 함께 참여하여 국내 최대 규모로 개최하게 된 ‘2023 금속산업대전’도 매우 뜻깊은 행사였다. 이런 행사들이 더욱 활성화되어 숙련기술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나갔으면 한다.

“미래 숙련기술인 育成에 모두 함께 해야”

특히 대한민국명장회가 베트남 하노이산업대학교와 타이빈성과 숙련기술의 국제교류를 위해 체결한 MOU는 대한민국명장의 격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후진을 양성하기 위한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산업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 기술이 중단되지 않고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 것은 대한민국명장을 포함한 모든 숙련기술인의 사회적 책무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미래 숙련기술인 육성지원 등의 사업은 예비 숙련기술인 육성과 청소년들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길을 안내해 주는 것이다. 또한 숙련기술인 육성은 낮은 출산율 등에 따른 인구구조변화와 함께 더욱 중요하다. 인구 감소에 따른 국가 경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더 높은 생산성이 필요하며, 이는 결국 숙련기술의 고도화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명장은 기술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시간 여행자’와 같다. 현재의 기술은 과거로부터 왔으며, 다시 미래의 기술에 영감을 준다. 대한민국명장은 과거를 오롯이 지키고 돌아보며, 현재를 이겨내고 의지를 전달해 기술로써 후손들에게 더 멋진 미래를 선사한다. 1993년 출범한 대한민국명장회가 어느덧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2023년에는 모든 숙련기술인의 바람이었던 숙련기술인의 날이 법정기념일(9월 9일)로 제정되어 숙련기술인의 자긍심 고취에 큰 힘이 되었다. 2024년에는 숙련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더 많은 후진을 양성할 수 있는, 마중물의 역할을 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대한민국명장의 손에서 더 멋진 대한민국의 시간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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