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처음 만난것은 지난 5월의 어느 날 저녁, 서울 대방동 공군회관에서다.

 

지인(知人)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찾은 그 곳에 조금 일찍 도착했지만아는 얼굴이 없어 어색한 자세로 앉아 있는데 그가 눈에 들어 왔다. 밝은 웃음이 가득한 얼굴에 약간긴 곱슬머리, 그리고 소위 ‘찐빵모자’라 불리는 헌팅캡을 쓰고 있는 모습이 친근하면서도 매우 활기 차 보였다.

 

그러나 그는이러한 겉모습과는 사뭇 다른 아픈 과거가 있었다. 지난 2010년간질환으로 경기 남양주시 에덴요양병원에 입원한 그는 당시 간경화에 따른 식도정맥류, 당뇨, 고혈압 등의 합병증으로 입원, 3개월 동안 정상적인 식사를 못하고 ‘볶음’ 곡식으로 겨우 연명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생활로 한 해를 넘긴 그는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하자 손에 카메라를 쥐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병원 이곳저곳을다니면서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환자의 모습도 담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병마(病魔)로 인해 삶이 메말라있는 환자들의 그들의 모습을 그대로 내놓고찍으라고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핀잔과 욕설을 듣기 일수였다.

 

그래도 그는굴하지 않고 환자들에게 웃음을 찾아주면서 끊임없이 셔터를 눌렸다. 그리고 그의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환자의 모습은 하나의 ‘작품’이 되기 시작했다. 그가 바로 ‘암 환자 전문 사진사’‘포토테라피스트(Phototherapist) 찰리’ 김완철씨다.

 

찰리가 주로렌즈에 담는 인물은 주로 말기 암 환자들이다. 이유에 대해 그는 “그들에게사랑과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한 뒤 “그리고 환자들이죽음에 맞서 당당하고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을 세상에 널리 알려 누구나 용기를 갖고 살 수 있다는 의지를 공유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촬영이 끝나면병원 5층에 마련된 치료상담실에서 사진을 다듬고 좋은 글도 덧붙여 현상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말기 암 환자들의 병실 벽에 굳건히 붙여진다. 그런데희한하게 사진 속 환자들의 표정은 모두가 밝다. 찰리의 카메라 뒤에서의 재롱(?) 때문이다. 그 노력으로 죽음의 공포에 휩싸여 잔뜩 눌려 있던환자의 웃음이 용솟음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제는찰리의 카메라를 거부하는 환자가 많지 않다.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그에게 찍히기를(?) 원한다.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가장 추하다는 생각이 바뀌어 현실을받아 들이고, 오히려 ‘오늘’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는 마지막선물이기도 했다.

 

찰리는 “암 환자들이 사진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자기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환자 내면의 아름다움을 끌어내기 위해 환자들의 웃는 모습을촬영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찰리의 렌즈를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 말기 암 환자들의 사진은 그들에게 또다른 웃음 거름이 되어 주지만 결국은 영정 사진으로 간직된다. 아마 이것 때문에 찰리의 활동이 더 의미가 깊지 않나 싶다. 만일환자들의 마지막 모습에서 웃음이 없었다면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것은 슬픔뿐만이 아닐까 생각된다.

 

찰리는 사진을통한 봉사활동뿐만 아니라 음악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적은 수익금은다시 삶의 마지막 장에 서 있는 그들을 위해 쓰여 지는 것이다. 사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마음껏 사랑을베풀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찰리는 지금도투병중이나 마찬가지다. 1994년부터 B형 간염, 간경화, 당뇨 등으로 여러 차례 병상 신세를 지고, 생사의 위기를 겪었지만 지금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에 신께 감사한다는 찰리는 “최근 몇 년간 간경화 현상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있는 것은 자신에게 남을 위해서 살라는 소명이 주어졌기때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찰리는 오늘도이곳저곳을 다니며 사랑을 전달하고 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든가,용기를 주는 시를 읊어 주든가, 웃음 가득한 얼굴을 찾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던가. 그를 처음 봤을 때 느꼈지만 찰리는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 그 자체’가사랑이고 희망이고 용기인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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