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훈(社訓)이 ‘예술 열정’이다. 사훈으로짐작컨대 이 회사는 분명 문화계 전문기업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오답(誤答)이다. 충북 충주시신니면에 위치한 농업법인 (주)장안농장의 사훈이다.

장안농장 유근모대표는 ‘상추CEO’로 유명하다. 채소로 연 매출 100억원을 올리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농업을 단순한 농사에서 예술적 단계로 승화시켰다. 그의경영이념은 “장안농장은 유기농업에 바탕을 두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생산농부, 판매농부, 소비농부와 주주가 성과와 가치를 공유하며 유기농 세상의건강함과 문화를 선도하는 사랑받는 친환경 기업이 되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가치문화 구현”이다.

장안농장에는 5등화 운동이 있다. 생산을 차등화하고 판매를 차등화하고, 소비를 차등화하고 건강을 차등화하고 긍지를 차등화한다는 것이다. 유대표는 “씨 뿌리고, 가꾸고, 수확하고, 여기까지가 농사라면 이제는 이것을 가공하고 디자인하고, 유통하고, 판매하고, 모든것을 한꺼번에 하는 농업의 원-사이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말했다.

그는 또 농업인이가장 많이 공부해야 하는 직종이라고 강조한다. 읽고 보고 배우고 실천하고 시장조사도 더 열심히 해야하는 국제적인 무한도전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제 다른 나라에 장안농장 농산물을 공급할 준비를하고 있다. 우리는 긍지를 갖고 생것으로 채소를 먹어보지 못하는 다른 나라를 불쌍하게 생각한다. 새로운 한류의 시작이다.”

 

‘5차등화 운동’으로 명품 채소 생산

장안농장의 현재모습은 1996부터 준비되어 왔다. 서울에서 조경관련 사업을하던 유 대표는 갑작스런 사업의 몰락을 겪고 방황하다 귀농을 결심하게 된다. 국내 최대 유기농 기업장안농장이 지닌 ‘대한민국 최초’란 타이틀만 무려 100여 개에 달한다. 그는 도매상을 거쳐 판매되는 관행에서 벗어나채소의 택배 판매, 친환경쇼핑몰 개설, 쌈 채소 축제와 쌈채소 공원, 쌈 채소 박물관까지 열었다. 지금까지 장안농장을다녀간 사람은 20만 명, 직원만 2백여 명이 넘고 재배하는 쌈 채소만 100여 종이다.

유 대표는 “내가 볼 때는 '가장 안전하다고 소문난 외국산 농산물'이 '품질이 가장 나쁜 국산 유기농'보다 100배는 더 못하다”며 “우리나라에서유기농으로 생산되는 농산물은 채소가 아니라 약”이라며 유기농 채소 예찬론을 폈다.

장안농장의 성공비결에 대해 유 대표는 친환경적인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최고 품질의농산물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유기농 쌈채소 축제를 열어 소비자들이 최고의 품질과 안정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성공의 비결로 꼽을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곧 FTA로부터 우리나라 농업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노력이라고 말한다. 유 대표는 “인터넷의 발달로 농산물 재배기술은 평준화가 됐다. 이제 우리 스스로 농업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하며 스스로 체질을 강화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마케팅 교육이필요하다”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칩 기술이 세계가인정하는 수준이듯 우리 농산물도 최고 수준이다. 다만 반도체 칩의 홍보와 마케팅 방법을 농업에 접목시키고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면 우리 농업은 대외 개방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강조했다.

 

“유기농만이 농업이 살아 남는 길”

특히 유기농이해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유기농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필요하다고 말한다. 가장 기본적인 어려움이 초기에는 노력에 비해 이익이 적다는 점을 들 수 있고 안정적인판로를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란다.

유 대표가 가장어려웠던 점은 ‘유기농이라고 해서 모두 안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일반 소비자의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이었다. 간혹 이름만 유기농이라고 붙여 판매되던 채소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는보도라도 나가면 '그것 봐 그럴 줄 알았어'라는 식의 '식품안정성 피해증후군'을 극복하는 과정도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또 생산비는낮추면서 한결같은 품질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 역시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10년이 넘도록 휴일 한 번 편히 쉬지 못하고 늘 긴장하며 생활했다고 그 동안의 고충을 말했다.

농촌 출신이기는하지만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었던 유 대표는 특히 유기농법을 시작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귀농뒤 초기엔 농약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잡초를 하나하나 뽑고 벌레를 일일이 잡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기상이변 등 환경 극복이 가장어렵다고 한다.

특히 예상치못한 강추위나 폭염, 장마, 안개로 인한 기상불순 때 채소품질을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려워 이를 극복하기 위해 키토산이나 옥돌, 맥반석, 목초액, 숯 등을 활용해 땅의 기초체질을 강화시키는 생태순환농법을이용하고 있다.

장안농장 성공의가장 기본은 최고 품질의 유기농 채소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은 성공요인이 바로 마케팅 전략이다. 유 대표는 “나만의 비법과 기술을 깊이 있게 연구하며 유기농 채소를차별화해 나가야 한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차별화가 중요하다. 이를위해서는 끊임없이 시장조사를 하며 감각을 유지하는 게 필수”라고 말했다.

 

철저한 상품관리는첨단반도체공장 수준

장안농장 물류센터냉장고는 600평에 달한다. 이곳에서 채소를 저장, 분류하고 포장한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덧신과 마스크, 모자를 착용한 뒤 에어샤워를 거쳐야만 문이 열린다. 입구와 출구도 다르다. 시설 규모가 반도체공장을 방불케 한다.

유 대표는 “나쁜 기분상태로 작업하면 상추가 금방 안다. 그래서 빨리 시든다. 그러면 맛이 없어지고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한다”며 채소를 생산하고분류, 포장하는 모든 일을 예술이라고 할 만큼 장안농장의 열정과 자부심은 남다르다. 몇 해 전에는 물류창고에서 성악콘서트를 열었고, 물류창고 옆엔 ‘장안갤러리’를 마련해 직접 수집한 그림 3백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전체 13만평의 장안농장은 그야말로 규모면에서도 유기농업계의 대기업이라고 불릴만하다.6개의 대규모 농장에 비닐하우스가 135개나 있다. 워낙많다보니 일련번호를 적어 운영한다. 채소에 관한 자료가 전시돼 있는 장안 채소 박물관과 쌈 채소에 관한이야기가 곳곳에 붙어 있는 쌈 채소 공원까지 장안농장은 대규모 쌈 채소 생산지이자 관광지로 조성돼 있다.

그리고 농장한가운데 정남향의 언덕 위 명당자리에는 커다란 항아리 2백여 개가 차지하고 있다. 유 대표가 애지중지하는 유기농 식초 보관창고다. 그 옆으로 채소만큼각별한 대우를 받는 유기농 소들의 운동장인 밤나무 농장이 있다. 유기농 소는 한 마리당 5평의 공간에 먹는 것도 유기농, 바닥에 까는 볏짚까지도 모두 유기농이다.

이러한 각고(刻苦)의 노력으로 일궈놓은 장안농장은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은 물론일반인들에게까지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장안농장을 방문하고유 대표의 말 한마디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식당 프랜차이즈로 ‘최고의 밥상’선물

그러나 유 대표는귀농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단다. “즉흥적인 기분으로 귀농을 결정하지 말고최소 5년은 준비해 단계적으로 접근하고 가족과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탱크처럼 저돌적으로 일하며 고생할 수 있는지, 판로를 직접 개척해 물건을팔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는 또 도시에살면서 익혔던 업무와 연계할 수 있는 ‘부분 귀농’을 찾아보는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귀뜸했다. 도매업 경력이 있다면 그것을 잘살려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의 농산물까지아울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시·군에서 마련한 귀농 프로그램이나 농업교육, 각 대학의 최고경영자 프로그램도도움이 될 수 있다며 귀농 뒤 돈을 버는 것은 신용불량자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보다 어렵다는 것을 각오하고 나서야한다고 엄포(?)를 났다.

이제 유 대표는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식당 프랜차이즈다. 장안농장에서생산되는 모든 식재료를 구비한 말 그대로 ‘최고의 밥상’을차린다는 것이다. 9월에 장안농장 내에 본점을 오픈하고 매월 1곳씩준비해 전국적인 체인망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 사업을 시작하는이유에 대해 유 대표는 “국민 모두가 최고의 음식을 저렴하게 접할 수 있는 건강마당을 만들기 위함”이라며 “어려운 사람들이 더 좋은 음식을 먹고 힘을 내야 하는데 그렇지못한 안타까운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내 이름을 걸고 하는데 막 하고 싶지 않다. 명품 농축산물을 생산해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그동안 고생한 보람을 많은 국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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