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 그게 ‘성공’이랍니다”

 

1930년 미국에서 증권 세일즈맨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워렌 버핏은 콜롬비아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뉴욕 월가로부터 2000km나 떨어진 미국 서부 네브래스카주의 작은 도시 오마하. 그는 그곳 회색 벽돌집에서 45년째 살고 있다.

미국 포브스지에 따르면 2008년 10월 기준 그의 재산은 약 580억 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15년 친구인 빌 게이츠 재단에 재산의 85%인 37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으며, 2007년에는 21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등 기부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좋은 집에 사는 것과 좋은 차를 타는 것엔 관심 없다. 내 관심은 버크셔 해서웨이(버핏이 이끄는 금융지주회사)를 잘 경영해 주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 뿐”이라고 늘상 말한다.

미국 경제전문 격주간지 포천은 최신호에서 버핏을 ‘미국 제1의 파워 경제인’으로 선정했다. 돈으로만 따지면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의 재산이 버핏보다 많다. 그러나 포천지는 ‘미국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라는 영광을 게이츠가 아닌 버핏에게 선물했다.

한 유명한 일화를 소개한다. 1990년대 버핏은 한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와 골프를 했다. 그 CEO가 버핏에게 “이번 홀에서 당신이 2달러를 걸고 티샷을 해 홀인원을 하면 내가 1만 달러를 주겠다”고 내기를 제안했다. 재미삼아 해 볼 수도 있었지만 버핏은 “그렇게 확률이 낮은 도박은 안 한다”며 거절했다.

머쓱해진 그 CEO가 “그렇게 부자면서 2달러 갖고 뭘 그렇게 벌벌 떠느냐”고 묻자 버핏은 “2달러로 투기를 하는 사람은 1만 달러를 손에 쥐어줘도 마찬가지로 투기를 합니다. 이길 확률이 없는데 요행을 바라는 것은 투기꾼이나 할 짓이지 투자자가 할 일이 아니지요.”

버핏은 ‘대박을 노린 투기’를 끔찍이 싫어했다. 저평가된 좋은 기업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평범한 원칙만이 돈을 버는 올바른 길이라는 고집을 지켰다. 그가 늘 입버릇처럼 밝히는 투자 철학 두 가지. 첫째, 돈을 잃지 않는다. 둘째, 첫째항을 항상 지킨다.

버핏은 65년 오마하에 버크셔 해서웨이를 설립했다. 그런데 버크셔는 지난해까지 38년 동안 연간 투자 수익률이 50%를 넘은 적이 한 번밖에 없다. 열 배, 스무 배는커녕 1년에 원금이 갑절로 불어난 해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주식투자로 세계 제2의 부자가 됐다. 바로 ‘돈을 잃지 않는다’는 투자 원칙을 항상 지켰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설립 이후 38년간 투자로 손해를 본 해는 2001년뿐, 65년부터 2000년까지 36년 연속 이익을 봤다. 수익률은 매년 평균 25?30%. 고만고만한 수익률을 36년간 이어온 결과 버크셔의 투자 원금은 3000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는 투기 대신 철저히 기업 실적 위주의 정석 투자를 고집한 결과라는 평가다.

버핏은 ‘행동하는 양심 투자자’로도 유명하다. 자신이 투자한 회사에 잘못이 발견되면 주주로서 거침없이 회사를 비판하고 시정을 요구한다. 얼마전 워싱턴 포스트는 독특한 양심선언을 했다.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아 약 360만달러의 추가 수입을 올린 것처럼 장부를 꾸몄다는 내용이었다. 이 양심선언의 뒤에는 워싱턴 포스트의 주요 주주인 버핏이 있었다.

버핏은 2001년 말부터 엔론 회계 부정으로 미국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자신이 주요 주주로 있는 워싱턴 포스트 경영진에 “완벽하게 깨끗한 회계 장부를 만들어라. 그렇게 하면 당장은 힘들겠지만 먼 훗날 다른 모든 기업이 쓰러져도 워싱턴 포스트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설득한 것이다.

얼마전 버핏은 워싱턴 코트 호텔에서 열린 ‘책임지는 부자’라는 이름의 모임에 모습을 드러냈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그는 연설 순서가 오자 “미국에서 가장 잘 사는 1만3000가구의 소득이 못 사는 2000만가구 소득과 맞먹는 불평등한 현실에서 조지 W 부시 정부가 추진하는 상속세 폐지 법안은 얼토당토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봄 인구 39만명의 소도시 오마하에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무려 1만5000명이 몰려들었다. 버핏은 주총 내내 아내 수전과 함께 돌아다니면서 주주들과 함께 밥 먹고 춤추고 노래하고 토론했다. 그들은 부부지만 77년 이후 별거 상태. 특이한 것은 현재 버핏의 동거녀인 애스트리드 멩크스를 수전이 직접 버핏에게 소개했다는 점과, 두 사람이 별거하면서도 공석에는 항상 다정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주주들과의 토론 시간. 아버지를 따라온 13세 중학생이 버핏에게 물었다. “성공이 뭔가요.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 거죠” 잠깐 뜸을 들이던 버핏은 이렇게 답했다. “사랑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 그게 ‘성공’이랍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 모인 주주 여러분께 사랑 받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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