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방주’ 위해 동분서주하는 캐나다 한인 사업가

캐나다 제3의 도시 벤쿠버는 자연이 살아 숨쉰다. 어디에서든 로키 산맥의 산자락과 태평양을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벤쿠버 시민들은 자연을 무척 사랑하고 특히 동물들을 아주 좋아한다. 이런 벤쿠버 시민들의 태도는 동물들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끼쳐 동물들도 사람을 보고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도심 곳곳에 산재한 공원에서는 청설모, 너구리 등은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갈매기들은 해안은 물론 시 외곽까지 거리낌 없이 날아든다.

벤쿠버 도심에서 차를 몰고 외곽으로 빠져 나가면 너른 들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 너른 들판을 지나다 보면 동물원이 하나 자리하고 있다. 이 동물원의 정식 명칭은 광역 벤쿠버 동물원(GVZ, Greater Vancouver Zoo). 1970년에 문을 열었으니까 올해로 개장한지 만 39년이 된다. 동물원의 총 면적은 총 49만5천868m², 여의도 공원 면적의 2.5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GVZ는 동물원이라기보다 자연생태 공원에 더 가깝다. 인공 조형물은 먹이를 주는 축사, 그리고 동물들이 겨울을 나는 우리 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광활한 목초지에 철조망만 하나 세운 것이 전부다. 사자, 호랑이, 치타, 코요테 등 맹수들의 우리는 보다 촘촘하게 시설이 되어 있을 뿐 우리 내부는 자연 목초지 그대로다. 버스를 타고 사파리 투어에 나서면 곰들이 숲속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한편, 영화 ‘늑대와 춤을’에서 보았던 버펄로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광경들을 볼 수 있다. 공작은 아예 우리에 가두어 두지도 않는다. 공작들은 동물원 입구에 있는 기념품점이나 매점들을 마음껏 돌아다닌다. 이곳에 있는 동물들은 사람들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유난히 동물들을 사랑하는 벤쿠버 시민들은 틈만 나면 동물원을 찾아 동물들을 보며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랜다. GVZ는 벤쿠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벤쿠버 여행 안내서에는 돌아보아야 할 관광지로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벤쿠버 시민들과 벤쿠버를 찾아 먼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GVZ는 놀랍게도 한국인 사업가가 경영을 맡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박덕원 원장(73). 박 원장이 GVZ를 인수한 시기는 15년 전인 1994년. GVZ는 개장 이후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였고 이를 보다 못한 박 원장이 직접 인수에 나선 것이다.

박 원장은 인수 후 사자, 호랑이 등 동물원의 단골손님들은 물론, 홍학, 하마 등 인기 동물들의 개체수를 크게 늘렸다. 그리고 시설투자에 많은 공을 들였고 직원들의 복지제도 개선에도 힘을 기울였다. 인수 당시만 해도 노조를 결성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경영진과 마찰을 빚었던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노조를 해산하기에 이른다.

현재 GVZ에 종사하는 인원은 모두 55명. 직원들은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무엇보다 박 원장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건 모든 직원들이 동물들을 무척 사랑하고 아낀다는 사실.

“직원들이 동물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남다릅니다. 그래서 모두 기쁘게 일하고 있지요. 이렇게 일하는 직원들을 볼 때 마다 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성공에는 늘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 박 원장의 경영이 처음부터 순탄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특히 무엇보다 인수를 전후한 시점에서 쏟아지던 캐나다 현지의 질시가 무척 부담스러웠다.

“이곳 현지 사람들은 동물들을 무척 사랑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에게 동물원이 한국인의 손에 넘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지니 아쉬워했고 그 아쉬움은 분노로 변해갔습니다. 특히 아시아인이라는 편견이 무척 힘들게 했어요.”

그러나 박 원장은 한국인 특유의 섬세함으로 모든 난관을 이겨 나갔다. 오랜 경영개선 노력 끝에 2007년 GVZ의 경영수지는 흑자로 반전됐다. 무엇보다 동물원을 찾아오는 관람객들이 경영개선에 큰 힘이 됐다. GVZ를 찾는 관광객 수는 연 평균 25만 명, 하루 입장 수입이 최고일 때에는 캐나다 달러로 4만 달러(4천5백만 원)에 이른다. GVZ의 동물원 입장료가 성인 기준으로 20달러니까 하루에만 2천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갔다는 이야기다.

현재 박 원장은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노아의 방주'로 명명된 테마파크 조성공사다. 박 원장이 기획중인 프로젝트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모티브로 미국의 디즈니랜드에 필적하는 세계적인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핵심 뼈대다. 특히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박 원장은 ‘노아의 방주’가 놀이만을 위한 테마파크가 아닌,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뿐만 아니라 전세계 기독교인들이 일생을 통해 한 번쯤은 찾기 희망하는 성지(聖地)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아의 방주’ 프로젝트 소요 예산은 3천만 캐나다 달러(약 34억 원). 박 원장은 일단 테마파크 조성 공사가 완료되면 GVZ를 찾는 관람객이 2백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프로젝트 예산 마련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박 원장은 뜻있는 한국 기업의 투자 참여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노아의 방주 프로젝트는 사람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돈 벌이만을 목적으로 한 투자는 받고 싶지 않습니다. 선한 사업을 위해 기꺼이 거액을 쾌척할 수 있는 기업, 특히 기독교 정신으로 충만한 한국 기업이 나서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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