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역남쪽으로 내려서면 역 위를 지나는 고가도로를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그럭저럭 모습을 갖춘 식당과 작은 술집들이 줄지어 있다. 전혀 화려해 보이지 않는 얼굴이다. 

 

약간 늦은 저녁에그곳에 서서 왼쪽으로 눈길을 조금 돌리면 작은 골목이 시작되는데 그 속은 길가의 불빛이 닿지 않아 어두워 보였다.골목의 어슴푸레함 속에는 다가구주택들이 모여 있고 오십보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위치한 건물 2층에서새어 나오는 불빛을 따라 가면 바로 ‘카페봄봄’이 있다.

 

이곳은 원래 ‘서울노동광장’이란 단체에서 노동자 교육을 위해 사용하던 사무실이었지만지역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삶의 애환을 나누는 공간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그 변신의 세월이 어느 덧지난 7월에 1년이 됐다.

 

이곳 카페지기인김동규 대표매니저는 “‘봄봄’ 공간을 마련하고 지역주민들과함께 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여 왔다”며 “처음에는 우리에대한 작은 오해와 서먹함으로 호응이 미미했으나 마을 벽화그리기와 다양한 교양 강좌 등을 통해 주민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으며 이제는 한 가족처럼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갤러리북카페, 스터디모임공간은 물론 전시·공연·강좌·공예 등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특이한 것은 일상생활에서꼭 필요한 삶의 지혜들을 마을주민 누구나 가르치고, 누구나 배우는 ‘누구나강좌’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이 강좌는3명만 모여도 출발한다.

 

상자텃밭만들기, 재봉틀과 바느질 강좌, 수공예품 강좌, 바리스타 강좌도 운영되고 있으며 하우스맥주만들기, 드로잉기초강좌, 기타 강습, 천연DIY강좌, 부모커뮤니티모임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물들, 즉 하우스 맥주나 수공예품 등은 전시 판매를 통해 수익금을 창출하고 이 금액은 더 많은 주민들이 카페를 활용할수 있도록 하는데 쓰인다.

 

이명식 매니저는 “이 카페 운영에 힘을 보태고 있는 매니저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며 각자의 업무가 마무리되고 나서 이곳으로 와노력봉사를 하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1년을 굳건하게 지킬 수 있었으며 그만큼 자란 모습을 보고 스스로 대견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9일부터 4일간 ‘카페봄봄’에서는 1주년기념 ‘개춘절(開春節)’ 잔치를벌였다. 노동과 마을의 합체를 꿈꾸며 시작한지 한 돌을 맞아 그 동안의 추억을 담은 사진전, 하우스맥주 만들기, 카페 문화 소모임의 작은 공연, 그리고 골목 벽화 그리기, ‘이웃과 집밥’ 나눔밥상, 재활용 텃밭 강좌, 골목벼룩시장등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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