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영양분"

임헌정 감독은 우리 시대의 진정한 음악인으로 통한다. 그는 항상 투철한 장인정신과 윤리의식으로 일관하며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 해석에 있어서 정도(正道)를 걷는 음악가로 인식돼 있다.

1989년부터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맡아 최정상에 올려놓은 임헌정 예술감독. 임 감독이 부천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서울음대 졸업 후 미국 메네스 음대와 줄리어드 음대에서 작곡과 지휘를 공부하고 1985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당시 부천필을 맡아보지 않겠느냐는 요청을 듣고, 워낙 잘 알려지지 않은 오케스트라여서 처음에는 망설였는데 주위의 적극적인 권유와 나 스스로도 기존의 단원이 없는 것이 장점일 수 있다는 생각에 맡게 되었다. 처음에는 고생을 많이 했다. 단원들도 겨우 스무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새로운 단원을 뽑아야 했고 연습실도 갖춰지지 않아 로비에서 연습을 했을 정도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현재 부천필은 국내 대표적인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했다.

임 감독은 “지금에 이른 것은 모두 단원들의 덕분이다. 처음부터 단원들이 잘 따라와 주었다. 이러니 나 역시 열심히 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생기고 부천시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내가 요구하는 곡이 힘든 곳이 많은데 단원들이 내색하지 않고 힘을 주니 나로서도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를 밀어주는 단원들에게 모자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고 말했다.

1989년부터 부천필 맡아 ‘최고’로 키워

임 감독은 우리 시대의 진정한 음악인으로 통한다. 그는 항상 투철한 장인정신과 윤리의식으로 일관하며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 해석에 있어서 정도(正道)를 걷는 음악가로 인식돼 있다.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에 이어 모차르트와 슈만, 브루크너와 브람스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는 그는 이제 국내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임 감독은 음악전문가들 사이에서 국내 최고의 지휘자로도 통한다. 그는 2003년 동아일보에서 국내의 전문음악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클래식 음악 분야 설문조사에서 ‘국내 최고 지휘자’로 선정됐으며 2004년 초 한겨레신문 기획으로 이루어진 우리 사회 각 분야의 개혁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 중 ‘한국의 미래를 열어 갈 100인’중 한 사람으로 선정됨으로써 21세기 한국을 이끌어 갈 문화계 주요 인물로 지목됐다.

또한 한국음악협회에서 수여하는 한국음악상을 수상했고, 2001년 제9회 우경문화예술상(음악 부문)을 수상하여 한국의 대표적인 지휘자임을 입증했다.

그의 개척정신은 유명하다. 서울대 재학 시절 스트라빈스키의 ‘병사의 이야기’를 한국 초연(初演)한 것을 비롯하여 바르토크와 베베른 등의 20세기 작품들을 국내 초연했고, 제14회 동아콩쿠르에서 작곡 부분으로는 최초로 대상을 수상했다. 또 1993년 문화체육부가 지정하는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음악 부문’ 제1회 수상자의 영예를 안았다.

부천시민에 다가가는 연주회 펼쳐

부천필을 맡고 서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국내 최초로 말러교향곡 전곡을 성공적으로 연주해냄으로써 국내 음악계가 지향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제시하고 음악애호가들의 기호를 만족시키는데 공헌했으며 항상 새로운 레퍼토리의 발굴과 창의적이며 성실한 연주를 통해 부천필을 세계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교향악단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 감독이 생각하는 좋은 음악은 어떤 것일까. 그는 “정신을 건강하게 하고 소양을 함양시키는 음악”이라고 말했다. 그 반대는 “정신을 흥분시키고 소비시키는 음악”이란다.

“책에 교양필독서가 있듯이 음악에도 필수음악이 있다. 좋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면 육체가 건강해 지듯이 좋은 음악은 정신을 건강하게 만든다. 건강한 정신은 윤리문제나 사회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다.”

그는 부천시민들이 삶을 윤택하게 해 주는 ‘좋은 음악’을 맘껏 즐기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천필은 정신적 삶의 영양분인 좋은 음악을 준비해 놓았다. 이를 활용하는 것은 부천시민의 몫이다.” 부천필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시민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음악회를 열고 있다. 부천필을 원하는 어느 곳이든 달려가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임 감독은 ‘클래식은 검증된 음악이고 대중지향적인 음악’이라며 “클래식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삶을 윤택하게 해 주는 클래식을 맘껏 즐길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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