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의 뛰어난 건축문화 정신, 이어 받아 미래 번성 이끈다

 

“건축은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그 안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루어진다. 건축은 또한 인간의 위대함과 창조성을 표현해주는 문화이며, 긴 시간을 뛰어넘어 다른 세대와 소통하는 시각적인 언어다.” 김영수(金永洙)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의 건축철학이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 건축사협회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축사의 품위 유지 △건축사업무의 개선발전 △건축기술의 연구·개발을 통한 건축물의 질적 향상 등 대한민국 건축문화의 발전을 위하여 건축사법 제31조에 따라 설립된 건축분야 최고의 전문가 단체입니다. 내년이면 협회 창립 50주년을 맞이하지만 사실 협회의 역사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합니다.

 

1945년 광복과 함께 조국의 건국을 위한 건축전문가들의 인적네트워크의 필요로 설립된 것이  ‘조선건축사회’로  협회의 시초입니다. 이후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토 재건을 위해 좀 더 체계적인 조직으로 성장시킨 것이 현재의 대한건축사협회입니다. 현재 대한건축사협회는 16개 시도건축사회와 122개 지역건축사회로 조직을 갖추고 12,000명의 전국 건축사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협회장으로서 그 동안 추진한 사업과 앞으로 추진할 사업은.

 

- 대한민국의 건축은 지난 50년 동안 지속적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위해서는 관행이라는 이름하에 건축 이해 당사자들이 묵인했던 비정상을 타파해야 합니다. 제가 협회장으로서 그 동안 추진한 사업과 앞으로 추진할 사업은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한 마디로 응축됩니다.

 

우리나라는 건축의 질을 좌우하는 설계·감리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 소홀해 왔습니다. 특히 공공부문의 건축설계에 있어서도 건축사의 디자인·기술력을 평가하기보다 설계 가격을 중심으로 발주제도를 운영하면서 역량 있는 건축사들이 성장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러한 비정상을 개선하기 위해서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의 제정, LH, SH 등 공공발주사업 대가의  현실화, 건축사업무대가 지급 의무화를 골자로 한 건축사법 개정과 ‘건축물 감리제도 개선법안’등 을 추진하였으며 앞으로도 제도적인 부분의 정상화에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 건축사의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 건축사는 고도화된 지식과 정보, 기술의 결정체인 현대 건축물의 마에스트로가 되어야 합니다. 설계와 감리 등 건축 프로세스 전반을 기획하고 감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히 공부하고 지식을 쌓아야 합니다. 책을 소유하자는 말은 그러한 뜻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건축사의 중요한 덕목 세 가지를 담고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건축사의 중요한 덕목은 세 가지로 책임감과 소통, 유연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앞 글자를 따서 책을 소유해야 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건축사는 국민의 삶의 공간을 설계합니다. 우리의 삶의 공간은 더욱 정교해지고 거대화되어가고 있습니다. 한 순간의 실수는 다수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건축물 대형 참사에는 불가피한 자연재해나 다른 외부요소에 의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철저한 설계와 감리를 통해 대비할 수 있습니다. 1000년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 조상들의 건축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건축사들도 1000년을 바라보고 설계와 감리에 임해야합니다. 그러한 자세가 책임감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건축사는 소통능력과 유연성을 가져야 합니다. 하나의 건축물은 수많은 사람들이 얽혀서 완성됩니다. 그리고 건축사는 그 사람들의 지휘자가 되어야 합니다. 간단하게는 건축주와 시공사, 관련 협의부서 사람들과 계획부터 사용승인 까지 모든 과정에서 소통해야 합니다. 또한 하나의 작품을 설계하기 위해 기능성과 안전성, 심미성과 경제성을 고려하며 끊임없는 내적 소통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방향성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 안에 유연성이 없다면, 프로젝트를 끝까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가 힘듭니다.

 

 ▲ 우리나라 건축사의 국제 경쟁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 세계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경이적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석유와 같은 자원도 없고 내수만으로도 경제성장이 가능한 인구대국도 아닌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그 중심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고급인력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건축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본과 설비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건축사들의 국제 경쟁력은 세계의 수위를 다툽니다. 올해 2014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한국관이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최근 영국 건축전문지인 ‘Building Design’이 발표한 세계 100대 설계회사 순위에서 우리나라 건축사사무소 4곳이 모두 40위 안에 포함된 것은 우리나라 건축사 수준의 가시적 지표입니다.

 

 

▲ 간혹 국내 유명 건축물 디자인을 외국 건축사에 맡기는 것에 대한 견해는 어떻습니까.

 

- 세계는 지금 무한 경쟁 중입니다. 경쟁하지 않으면 도태됩니다. 우리나라 건축물을 국내 건축사들의 경쟁으로 한정한다면 국내 건축 문화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국내 유명 건축물을 디자인할 때 외국의 건축사와 국내 건축사가 경쟁하는 것은 건축문화 발전이라는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당연히 권장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경쟁이 아닌 외국건축사에게 맡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건축주가 국내 건축사 외국 건축사를 구분하지 않고 경쟁을 맡긴다면 고유한 우리나라 문화를 더 잘 아는 국내 건축사가 건축물의 디자인을 맡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세종시를 보면 우리나라 건축사들의 잠재능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주도하여 특화된 도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해외로 나가서 유명 건축물을 보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건축을 공부하는 전세계인들이 세종시의 건축물을 보고 공부할 수 있는 특별한 건축물로 도시를 디자인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세종시에 있는 국립 세종도서관은 국내 건축사가 설계한 건물로 전세계가 인정하는 건축물로 벌써 세계인의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건축사들의 디자인, 설계능력은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뛰어납니다. 외국 건축사가 더 나을 것이라는 건축주의 막연한 기대감이 국내 건축문화 발전에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건축주들의 인식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 부실감리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떻습니까.

 

- 부실감리에 대한 문제는 감리자의 업무태만도 있을 수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관행이라는 덫에 걸린 제도입니다.

 

건축법 제25조 및 시행령 제19조에 따르면 감리자는 건축주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을 건축하는 경우에 건축공사현장에서 위반사항을 발견하거나 시공자가 설계도서대로 공사하지 않으면, 이를 건축주에게 알린 후 위반 사항을 조치하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감리자에게 권한 없는 책임만이 부과되고 있는 것입니다. 감리자는 위법사항에 대한 조치와 허가권자에 대한 보고의 법적 의무를 지지만 결국에는 경제적 논리에 의해 건축주와 시공자의 위법행위를 묵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규모 건축을 제외하고는 건축주가 감리자를 지정하기 때문에 그런 종속현상은 깨기가 힘든 것입니다.

 

저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설계자와 감리자의 철저한 분리와 감리자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건축물 감리제도 개선법안’을 건축 관련 단체들과 협력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 협회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은 무엇이 있습니까.

 

- 대한건축사협회는 △교육 △문화예술 △봉사활동 △재능기부 등을 사회공헌활동 역점분야로 구분하여 각 부문별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건축의 공공성, 문화성 인식확산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건축물 총괄디자이너로서의 재능기부도 활발히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교육분야는 현대 건축 트렌드인 친환경과 경제성으로 주목 받는 우리나라 고유의 건축물인 한옥에 대한 프로그램과 건축 관련 교양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옥과 함께하는 건축창의체험 △친환경건축설계 아카데미 △한옥설계 전문인력 양성과정 △시민건축대학 등은 건축의 전문성과 보편성을 함께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문화예술분야로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사랑 나눔의 밤 문화행사를 매년 개최하여 국민에게 건축을 통한 문화적 혜택을 증진하는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올해 6회째로 국민이 영화라는 친숙한 매체로 건축을 접할 수 있게 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봉사활동분야는 지역단위로 △사랑의 김장김치 나누기 △사회복지시설·장애자 시설 봉사활동 △건축사 봉사단 운영을 통한 전문가로서의 공공적 사명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농어촌 지역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기위해 다솜둥지복지재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또 건축분야 최고전문가로서의 재능기부를 통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침수건축물 안전점검 실시 △무료 해비타트 집짓기 사업 설계 및 감리 / 기부금 전달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며 건축사와 건축이 국민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 ‘건축’에 대한 정의를 내리신다면.

 

 - ‘건축은 인간이다.’ 저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심리학자 매슬로우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5단계의 욕구가 있다고 합니다. 의식주에 해당하는 1단계 생리적 욕구와 2단계 안전의 욕구, 집단에 소속되고 싶은 3단계 사회적 욕구, 그리고 4단계 존경의 욕구와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가 그에 해당합니다. 이 욕구들에는 위계가 있어서 전 단계가 충족되어야 다음의 욕구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건축에게도 이 단계는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하고 싶다는 욕구가 해야 되는 과제로 바뀌는 차이 뿐입니다. 완성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1차적인 과제는 안전한 공간이라는 2차적 과제를 남깁니다. 완성된 안전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주변 지형과 문화, 관련법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3차적인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안전과 조화 속에서도 아름다우면서 돋보이는 건축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4차적 과제는 건축에서 가장 힘든 부분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과제들을 해결하면 하나의 문화로서 남는 좋은 건축물이 완성됩니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결국에 건축은 인간을 위해 인간이 하는 일입니다. 건축은 인간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 경영철학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고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저는 고인 물이 흐를 수 있도록 물길을 트는 것이 경영자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이 생명력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유지되기 위해서는 경영자는 ‘변화’를 불어넣어야 합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사무조직을 개편하고 간부직원 순환보직을 실시하여 협회의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변화는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발성을 위한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저는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익히 아시다시피, 아는 것은 좋아함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뜻입니다.

 

직원들이 동기부여가 되어서 일을 즐길 수 있게 같이 소통하고 업무환경을 조성해주려 합니다. 관리자(Manager)가 아닌 지원자(Supporter)가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대한건축사협회라는 조직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건축사 사회에서 대한건축사협회의 회장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회원들의 권익향상과 업무향상을 지원하고 우리나라 건축계의 발전을 위해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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