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감자의 세계적 식량화에 노력

“식량안보 차원에서신품종개발위해 노력해야”


감자를 모르는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에 대한 이미지는 흔하고 둥글며 못생겼고 촌스럽다는 것 쯤 될 것이다. 좀 더 고민을 해서 생각하면 맛은 없지만 배를 채울 수 있는 작물, 가난한사람들의 먹거리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감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늘 가난한 사람들의 곁을지키는 서민들의 벗이었다.

힘든 농장 일을끝내고 돌아온 가난한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감자로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을 그린 ‘감자 먹는 사람들’이란 그림이 반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다. 김동인의 소설 ‘감자’에서 주인공 복녀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훔쳤던 것도 감자다. 이렇듯 감자는 늘 가난한 사람들의 식량이었다. 조선시대에는 흉년이들었을 때 굶주리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재배했던 구황작물이 바로 감자다. 세계적으로 식량자원의 대표격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감자종자 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며 특히 식량자원이 부족한 빈국에서 감자에 대해 큰관심을 갖고 있다. UN은 2008년을 ‘세계감자의 해’ 로 공표하기도 했다.

감자의 놀라운변신을 이끌다

하지만 감자의역할이 굶주린 사람들을 구제하는 구황작물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색깔과 맛, 요리에서 다양한 변신을 하고 있다. 흰색을 내는 감자 고유의 색깔이오렌지색, 보라색, 빨간색으로 변신하는가 하면 고구마나 무맛을내는 감자도 있다. 쪄서 먹는 전통적인 감자가 구워서 먹기 좋은 감자,생으로 갈아 즙으로 먹거나 주스를 만들어 마실 수 있는 감자로 변신해 상식을 넘어선다.

이런 감자의화려한 변신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감자박사 임학태다. 강원대학교 의생명과학대학 생명건강공학과교수인 그는 국가에서 지정한 한국유일의 감자연구기관인 한국감자소재은행장이다. 또한 감자를 이용해 식품, 의약, 향장용 신소재 추출 및 무병씨감자를 대량생산하는 첨단줄기배양기술을 지닌 중소기업 (주)메디트론바이오의 대표이사를 맡고있는 기업인이기도 하다.

그의 감자에대한 지극한 관심은 강원도란 지역연고에서 출발했다. 강원도가 고향인 그는 강원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유학해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유전육종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부터 강원대학교에서 교수로재직하며 강원도를 대표하는 연구과제가 없을까를 고민하다 만난 것이 감자다. 강원도 사람들을 가리켜 ‘감자바우’라고 할 정도로 강원도는 감자와 인연이 깊다. 어딜 가나 감자밭이 펼쳐져 있고 쪄서 먹는 감자에서부터 감자부침개, 감자옹심이, 감자송편, 감자술 등 감자요리도 발달한 곳이 강원도다.

하지만 임교수가유학을 마치고 강원대학교 교수로 부임할 당시 강원도에는 감자를 제대로 연구하는 곳이 없었고 재배되는 품종도 모두 외국 품종들이었다. 강원도 감자의 정체성과 대한민국의 감자의 정체성을 찾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은 생각에 감자 연구에 매달렸다.

수년간 전국의감자밭을 헤맸고 실험실에서 수천, 수만 번의 실패를 거듭했다. 감자밭을빌려 직접 농사도 짓고 유통도 직접 했다. 손해도 많이 보았다. 그과정에서 대학교에서 감자연구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세계적으로 대학에서감자육종을 직접 하는 곳은 드물다. 국내에서는 강원대학교가 처음이며 지금도 유일하다. 외국의 경우 감자육종 개발을 위해 주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지만 우리나라 실정은 달랐다. 어려운 연구환경 속에서 많은 시행착오, 거듭되는 실패를 하며 만들어낸 것이 기능성 감자, 색깔있는 감자인 밸리감자 약 20여개품종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감자의 국가품종중 약 50%, 칼라감자는 90%가 그가 개발한 품종들이다.

직접 감자농사지으며 연구에 연구 거듭

고구마처럼 생으로먹을 수 있는 ‘고구밸리’는 국내 최초로 붉은 색 표피를한 감자다. 단백질 함량은 기존 종자보다 높지만 열량은 적다. 임교수는 고구밸리 품종에서 천연항생제 및 항암 역할을 하는 펩타이드를 발견했다. 동물사육 실험에서 사료첨가제로사용된 펩타이드는 천연항생제 효과를 보여주었다. 인공항생제는 현재 과다남용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고구밸리에서발견된 펩타이드는 그것을 예방할 수 있는 대체 항생제로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세계적인 사료회사에서관심이 매우 높다.

노화방지로 알려진항산화화합물질인 페놀성화합물의 함량이 포도처럼 높아 땅속의 포도로 불리는 보라색 감자 ‘보라밸리’는 감자 칩이나 가공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 보라밸리에서는 항비만, 항당뇨 및 위궤양치료제 소재를 개발했다. 항비만 특허는 전세계에출원했고, 러시아 및 호주 국가에서는 이미 특허등록되었다. 특히알콜유도성 위궤양치료제는 국내에 4개 특허 및 PCT 출원을한 상태로 만성 위궤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천연대체약이 될 수 있다고 기대된다.  

‘구이밸리’는 구어서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자칩, 감자전분, 감자프랜치프라이 등 다양한 가공용 제품에 이용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전천후 가공용 품종이다. 수입용 감자전분, 냉동구이 및 냉동 프랜치프라이 감자를 대체할 수있는 품종이다. 구이밸리는 바이러스병과 가뭄에 강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몽골, 카작스탄, 키르키즈스탄, 중국등 열악한 환경에서 생산성이 매우 뛰어나 미래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보라밸리’는 특허 등록 감자.

‘얼리밸리’는 70일 감자로 널러 알려졌다. 단기간에 감자를 파종해서 수확할 수 있기 때문에 감자재배 시기가 짧은 지역에서 선호한다. 1년에 여러 번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식량이 문제되는 지역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그 이외에도병충해 및 가뭄에 강해서 중앙아시아지역에서 각광받는 다솜밸리, 태동밸리 등 여러 품종들이 있다. 이들 품종은 국가 품종으로 정식 등록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유세를 위해 강원도를 방문했을 때 강원도 대표 농산물로 유세장에서 두 손에 들고 소개했던 바로 그 감자다.

그는 국내뿐만아니라 해외에서 활동도 왕성했다. 2007년 모스크바에서 열렸던 국제감자박람회에서는 최고상인 ‘금상’을 ‘보라밸리’ 품종으로 수상했다. 이런 국제적인 수상에 힘 입어, 카작스탄에 4개, 몽골에 10개, 네팔에 7개, 중국에 5개, 키르키즈스탄에 12개 품종이 국가기관과 대학으로부터 검증을 받았다. 2008년 UN이 정한 ‘세계감자의해’ 기념국제심포지움에서는 그는 한국, 일본, 중국을 대표하는 학자로유일하게 초청되어 ‘식량문제해결을 위한 전천후 감자품종개발’이라는주제로 강연했다.

특히 미국 최대의감자생산지인 아이다호에서 그의 ‘밸리감자’가 지난 6년간 생산되고 미국시장에 검증 되었다. 미국 최대의 감자유통회사와지난 6년간 종자생산을 했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소비 시장에 판매가 될 예정이다.

아시아 학자중 유일하게 UN국제심포지움 강연

임 교수는 2002년에는 밸리감자의 보급을 위해 벤처기업인 (주)포테이토밸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2004년에 대한민국창업대전에서 은상(바이오분야 최고상)을받았고 강원도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됐다. 2005년에는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 다른 유망 IT 분야를 제치고 칼라기능성 감자의 개발공로로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현재감자종자 보급회사에서 벗어나 감자 추출물 및 기능성 소재을 이용한 바이오식품 및 의약 회사로 한 단계 도약했고 이름도 (주)메디트론바이오(MediTronBio Co., Ltd) 로 바꿨다. 이 회사는 국내의 몇 안 되는 감자종자업등록회사이며 그 중에서 최대의 유리온실을 자체 보유한 회사다. 국내 유일의 감자육종회사인데 국내 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 기능성감자추출물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이다.

임 교수는 식량자원으로서감자의 역할에 관심이 크다. UN의 기아극복 프로그램의 일환인 감자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고, 한국감자소재은행의 은행장으로 매년 그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자연구원 및 관계자들을 초청해 감자심포지엄을개최한다. 이러한 행사들을 통해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가장 걱정스러운 것이 식량과 에너지”란 점을 강조한다. 그해법 중 하나가 전통적인 구황작물이고 바이오에탄올의 주원료가 되는 감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발더 나가 그는 “감자는 식량자원에서 벗어나 비만과 당뇨, 고혈압등 선진국형 질병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기능성 식품”이란 점도 강조한다.

실제 그는 고생산성및 기능성 감자 개발에 많은 힘을 쓰고 있다. 이런 감자의 변신을 위해서는 좋은 품종과 더불어 바이러스등 병이 없는 무병 씨감자 생산 기술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난 수년간 배양용기 내에서 인공씨감자(기내소괴경) 및 새알씨감자를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특허도 가지고있다. 이런 배양기술은 국내 최초로 2010년에 중국회사에 30만불 기술이전 계약을 했고, 현재 중국 북경에 세계최대의 씨감자첨단배양실을 짓고 있다.

벤처기업 설립…대통령표창 수상

그는 종자생산에대한 관심이 크다. IMF 직후 우리나라의 유명 종묘회사들은 줄줄이 외국기업으로 넘어갈 때 정부나 업계는남의 일 취급을 했다. '종묘주권'에 대한 인식이 없었기때문이다. 종자가 사라진 후부터 로열티 지급이란 손실이 발생했고 결국 식량안보까지 위협받게 됐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가 해외에 준 로열티는 1,000억원이 넘고, 우리가 받은 것은 고작 4천만원에 해당된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UPOV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 에 2002년에 가입했고 10년 유예기간을 받았다. 그렇지만2012년 이면 국내의 모든 생물자원에 대한 로열티를 내야 된다. 그래서 정부는 올해 ‘Golden Seed’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10년간 세계적인 종자를개발하기 위해서 약 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감자도 이미미국과 일본의 외래품종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됐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거나 판매되는 품종은 미국의 '수미' 와 ‘대서’ 종이나 일본의 '대지'종이대부분이다. 감자칩이나 튀김용 감자, 전분 등 가공 감자시장이급속히 팽창하고 있어 결국 연간 1조원 정도의 시장을 외국에 빼앗긴 꼴이 됐다.

이와 관련해임 교수는 “국내 식량 자급률이 30% 이내인 우리나라는식량안보 차원에서 국가차원에서 신품종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감자만큼 세계적으로 많이 재배되는 작물도 없다. 미래투자 가치가매우 크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감자에 미친남자,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감자 연구의 권위자, 감자로후학양성에 힘쓰는 학자, 벤처기업인, 감자사진작가 등 그의스펙트럼은 넓다. 한 면으로만 보아서는 그를 다 볼 수도 없다.

그 많은 모습들중 그가 가장 힘쓰고 있는 것은 식량자원으로서의 감자의 세계화다. 이를 위해 감자 신품종 개발과 감자를이용한 신물질 연구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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