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SLBM 막자고 핵추진 잠수함? 단방약 찾기

<칼럼>김정은 SLBM 다음 수순은 핵추진 잠수함

한미동맹 위기는 외교전략의 근본 변화를 요구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2016년 9월 5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신화통신에 의하면 시진핑은 회담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하여 “이 문제(사드 배치 문제)를 부적절하게 처리하면 지역의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분쟁을 격화할 수 있다”(Mishandling the issue is not conducive to strategic stability in the region and could intensify disputes.)"라고 말했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듯이 노골적으로 반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지금까지의 반대 의견을 철회한 것도 아니다. 다만, 한중 정상은 과거 항일투쟁 역사와 한중 간의 다양한 공동이익들을 강조하면서 부드럽게 회담을 진행했고, 시진핑의 모두(冒頭) 발언에는 사드문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며, 이에 관한 소통의 필요성에 동의했다는 점에서 사드 배치로 우려되었던 한중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사드가 배치되거나 중국이 이 문제를 양해한다고 하여 북한의 핵위협이 해소되거나 방어태세가 충분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드는 방어를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중 정상회담이 종료되자마자 3발의 노동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G-20 개최에 분주한 중국을 당황하게 만들고,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는 더욱 근본적인 시각에서 북핵 위협에 대한 국가전략의 전환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지난 8월 24일 북한이 500㎞를 비행시킴으로써 “성공 중의 성공”이라고 자축하였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 위협이다. 북한은 줄곧 사용해오던 액체연료를 고체연료로 전환하여 새로운 방향으로 추진하였음에도 지난 4월 23일 사출시험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이번 시험평가에 성공하였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관한 북한의 기술 수준이 높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SLBM은 한미동맹의 견고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사실이다. 잠수함 자체가 너무나 은밀하여 쉽게 탐지 및 추적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SLBM의 개발에 성공할 경우 괌(Guam)은 물론이고, 알래스카, 하와이, 심지어 미 본토도 핵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미국이 아무리 부인해도 미 본토와 태평양작전지대는 이제 우리의 손아귀에 확실하게 쥐여져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한 이유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동맹공약에 의하여 한국을 지원하고자 할 경우 북한은 미국의 영토나 본토의 주요 도시를 핵미사일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국은 한국에 대한 지원을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북한의 SLBM 성공을 계기로 한국이 국가안보전략 또는 외교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북한 SLBM의 의미와 전망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SLBM은 무서운 무기이다. 이것은 잠수함의 결정적 장점인 은밀성과 핵무기의 결정적 장점인 대량살상력을 결합한 것이기 때문이다. 2010년 3월에 우리의 군함인 천안함이 북한의 잠수정에 의하여 격침되었지만 우리 군은 그 잠수정의 흔적을 전혀 찾지 못했는데, 그것은 우리군의 역량이 미흡해서라기보다는 잠수함이 지니는 은밀성의 강점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SLBM의 대부분은 핵무기를 탑재하기 때문에 SLBM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은밀하게 접근하여 적국의 어디에든 기습적인 핵미사일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따라서 SLBM을 보유한 국가와 대적하는 국가는 핵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가 된다.

 

예를 들면, 현재 영국과 프랑스는 200~300기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대부분 SLBM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프랑스는 일부 폭격기용으로도 보유). 미국이나 러시아를 비롯한 대규모 핵보유국이 공격할 경우 SLBM을 장착한 그들의 핵잠수함이 5대양을 항행하다가 적국의 주요 도시를 핵미사일로 보복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다. 미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대규모 핵보유국도 SLBM을 장착한 영국과 프랑스의 몇 척되지 않는 잠수함을 사전에 파괴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수개 도시가 초토화되는 위험을 각오하지 않고는 영국과 프랑스에 핵공격을 가할 수 없다. 이것을 최소억제전략(strategy of minimum deterrence)라고 하는데, 그 전제는 SLBM을 장착한 핵잠수함이고, 이것은 거의 탐지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이점을 가진 SLBM이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은 그의 완성에 더욱 진력할 것이다. 또한 그 SLBM을 탑재할 수 있도록 핵추진(소형원자로를 엔진으로 사용하는 잠수함으로서 장기간 수중작전 가능)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거나 빠른 시간 내에 건조할 가능성이 높다. 핵무기를 만든 북한이라서 잠수함을 위한 핵엔진도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고,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어 SLBM을 탑재해야 진정한 핵잠수함(정확하게 말하면, ‘핵추진’ 및 ‘핵미사일 탑재’ 잠수함)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3000톤급이면서 2개의 발사관을 가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고, 일부 언론에서는 김정은이 3000톤급의 잠수함을 2018년 9월까지 완성하라고 지시하였다는 보도도 있었다. 2년 정도 후 북한이 최소한 1척의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될 가능성은 낮지 않다.

 

한미동맹 위협

 

당연히 북한의 SLBM은 한국에게도 심각한 위협이다. 잠수함이 은밀하게 기동하여 동해안이나 남해안에서 공격하면 북쪽 방향으로 구축되고 있는 우리의 탄도미사일방어체제(BMD: Ballistic Missile Defense)는 무기력해지기 때문이다. 남‧동해안까지 방어할 수 있는 BMD를 구축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한국은 북한의 스커드, 노동, 무수단 미사일의 사정거리 내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SLBM이 추가되었다고 하여 현재의 위협상태가 급격히 커지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한국을 핵미사일로 공격하려면 스커드나 노동을 사용하지 굳이 어려운 SLBM을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SLBM을 개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한미동맹의 와해이다.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최소억제전략을 미국에 대하여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면 현재의 개념은 동맹조약에 근거하여 미국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SLBM을 보유하게 되면 북한은 그 때 미국에게 한국을 지원할 경우 미국의 영토나 주요 도시를 SLBM으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자국의 주요 도시에 대한 핵공격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한 한국을 지원하지 못한다. 미국 국민들은 “시애틀에 대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을 지원해야할 것인가?”라는 논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북한이 SLBM을 확보하게 되면 평시에도 미국을 협박할 수 있다. 미국과 어떤 적대적 사안이 발생할 경우 북한은 SLBM으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것이 먹혀들어갈 경우 결국은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할 것이고, 한미동맹의 와해까지도 고집할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한국은 혼자서 핵무장한 북한을 상대해야 할 것이고, 북한은 무력에 의한 통일을 추구하게 될 것이며, 한국은 민족상잔의 전쟁을 겪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잠수함 능력이 미흡하여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능력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비상(非常)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나라이다.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는 회항(回航)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잠수함은 항속거리의 1/2에 해당되는 거리와 SLBM의 사거리에 해당되는 범위에 대하여 위협을 가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공격 후 승무원들에게 공격 후 각자도생하라고 명령할 경우 항속거리와 SLBM의 사거리에 해당되는 만큼을 위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2개 이상의 발사관을 보유한 잠수함을 다수 확보하여 교대로 운영하겠지만, 북한의 경우 1-2발의 SLBM을 장착한 1척의 잠수함으로도 미국의 영토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할 수 있고, 이것을 과장으로만 생각하여 무시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핵미사일은 한발로도 1백만명 정도의 희생자를 야기할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북한의 SLBM 개발은 한국에 대한 핵공격 수단의 하나가 추가되는 것이 아니다. 한미동맹의 존속과 견고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평시에도 한국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는 전략적 무기이다.

 

북핵 대응전략에 관한 종합적 재검토

 

현재 한국에서는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이 필요 또는 가능하냐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듯이 북한의 SLBM 대응책과 관련하여 한국 사회는 단편적이거나 대증적인 대응책에 빠져 있고, 이러한 토의마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소홀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게 가해지는 위협은 너무나 심각해지고 있다. 핵무기는 국민들의대량살상은 물론이고, 국토를 불모지대로 바꾸어 민족의 영속을 단절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SLBM은 물론이고, 스커드, 노동, 무수단 미사일 등 북한의 핵위협을 냉정하게 재평가한 후 종합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해야하고, 위협의 심각성과 절박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잘 선정하여 대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북핵 대응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한 후 한국의 상황과 여건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주체적인 북핵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근거하여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맞춤형 억제전략’이나 ‘4D전략’(Detect, Disrupt, Destroy, Defend)과 같이 미군의 전략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입장에서 최선의 대응전략을 수립한 다음에 미군의 전략을 반영해야 한다. 청와대, 국방부, 국정원, 외교부 등 관련부서가 모두 동참하여 자체적인 북핵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그 속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어떻게 활용하고, 우리의 방어력은 무엇을 어떻게 구비해야할 것인지를 규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종합적 북핵 대응전략의 수립과 시행을 위한 첫 번째의 과제로서 필자는 현재 청와대에 있는 ‘국가안보실’을 ‘북핵대응실’로 명칭과 기능을 조정하여 북핵 대응을 위한 국가 차원의 컨트롤 타워로 지정하자는 제안을 수차례 제기한 적이 있다. 이러한 컨트롤 타워가 없기 때문에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쏘면 이에 대한 대응책, 북한이 SLBM을 쏘면 이에 대한 대응책이 단편적으로 무분별하게 논의되는 것이다. 또한 국방부를 비롯한 북핵 관련부서의 조직도 북핵 대응 중심으로 조정하고, 재래식 군비 중심의 군사력 증강 방식도 핵대응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최근 북한의 SLBM과 관련하여 사드가 유용하지 않다는 일부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SLBM은 지상에서 수중으로 발사 위치만 변경되었을 뿐 동일한 탄도미사일이기 때문에 사드는 여전히 필요하고, 현재로서는 사드가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한 방어책이다. 다만, 동해안을 따라 깊숙이 남하하여 발사할 경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사드가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2015년 3월 경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남한 전역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3개 포대의 사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외교전략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스커드, 노동, 무수단과 같은 핵미사일도 그러하지만, 북한의 SLBM은 더욱 한국 단독으로 방어할 수 없다. 넒은 동해바다에서 SLBM을 탑재한 북한의 잠수함을 한국 단독으로 탐지-추적-파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북핵대응에서도 요구된 바 이지만, 북한의 SLBM은 더욱 한국에게 외교를 통한 대응(伐交) 즉 지금까지 적용해온 외교전략의 근본적 재검토부터 요구하고 있다.

 

냉전 시대에 한국은 한미동맹을 안보와 국방의 초석으로 간주해왔으나 냉전이 종식되자 점진적으로 그에 대한 의존을 약화시켜 왔다. ‘위협’과 ‘대응력’ 중에서 냉전시대의 접근방법이 동맹을 통한 ‘대응력 강화’에 중점을 둔 것이라면 변화된 접근방식은 적대국이나 잠재적 적대국과의 대화를 통한 ‘위협의 감소’에 중점을 두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이 ‘북방정책’이었고, ‘화해협력정책’이었다. 이 중에서 화해협력정책은 북한의 핵개발로 중단되었으나 중국과의 관계는 지속되어 한국은 2008년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체결하였고, 중국을 활용하여 북한을 평화적으로 변모시키거나 북핵문제를 해소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위협감소를 지향하는 북방정책과 같은 새로운 접근방식은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였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자제시키는 데 있어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기대에 비하여 크게 미흡하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시에도 북한을 두둔하였고, 최근에는 순수한 방어목적인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허용하지 말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크게 비난하지 않으면서 한국의 방어력 증강만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중국에 대하여 그 동안 가졌던 기대를 중단할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포기시키기 위한 조치는 거의 강구하지 않으면서 한국의 사드 배치는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아무리 합리적으로 설득하였지만, 중국은 들으려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북한을 앞세워 남한을 적화통일하고, 이로써 한반도를 계속 그들의 영향력 하에 두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의심할만한 행동을 지속하고 있다. 명(明)‧청(淸) 시대의 조선처럼 한국을 대하고 있는 징후가 적지 않다. 우리에 대한 안보지원을 기대하기에는 중국을 신뢰할 수 없는 측면이 너무나 많이 드러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한미동맹을 최대한 활용하여 안보와 경제발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했던 선배들과 우리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선배들은 자존심 손상을 감수하면서도 미국을 최대한 활용하여 국가안보를 증진하고자 노력하였고, 그에 힘입어 한국은 휴전상태에서도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는 한미동맹은 약화시키는 대신에 한중관계를 강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고, 이로써 안보도 불안해지고 경제적 성장도 지지부진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어려운 시절에 미국의 힘을 활용하여 안보와 경제를 병행 달성하였던 선배들을 사대주의로 폄하하고 있지만, 우리는 후손들에게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 자주만 주장하다 안보위기만 초래한 세대로 기억되지 않겠는가? 위협받을 경우 안보보다 더욱 소중한 국가의 가치가 없다고 한다면, 이제 우리는 선배들과 같이 자존심보다는 국익을 더욱 중요시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 강화에 관한 터부 탈피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시험발사, 사드 배치를 통하여 드러난 중국의 태도, 북한의 SLBM 시험발사 성공을 계기로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 마음 속에 지니고 있었던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무의식적인 터부(taboo)를 탈피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은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고, 한미연합사를 통하여 유사시에 한미 양국의 군대가 일사불란한 군사작전을 수행하여 한국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도록 되어 있다. 다만, 2000년대 초반 참여정부가 들어서서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 하는 등으로 자주를 강조함에 따라서 미국과의 협력은 강조하면 덜 자주적이거나 덜 지식인이고, 자주를 강조해야 민족적이거나 신지식인인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것이 북핵 대응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부에서 주장하는 “미 MD 참여”(MD는 BMD의 잘못된 용법이고, 미국의 본토에 대한 BMD가 한국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며, 미국이 이러한 요청을 한 적도 없다)라는 주장이 전형적인 사례로서,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고자 한다면 주한미군의 BMD와 한국의 BMD는 당연히 효과적으로 통합 및 조율되어야 한다. 동일한 영토 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였을 때 한국군과 미국군이 서로 책임을 미루다가 방어조치를 제대로 강구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BMD(탄도미사일방어: Ballistic Missile Defense)와 관련하여 미국과 협력하면 미국이 세계지배를 위하여 구축한 BMD의 일부분이 되는 것으로 오해하였고, 따라서 미국과의 협력을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는 인식이었다. 따라서 일본과 이스라엘 등 탄도미사일 위협에 노출된 국가들이 미국과의 협력을 통하여 조기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BMD를 구축해왔음에도, 한국은 미국과의 협력을 극력 회피해왔고, 따라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면서도 최소한의 신뢰성있는 BMD도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동맹은 동맹을 맺은 국가에 대한 공격을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여 지원해주겠다는 너무나 특수한 관계로서, 당연히 동맹국 간에는 평소부터 긴밀한 협력이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 한미연합사령관은 양국 합참의장, 국방장관, 대통령으로부터 공동의 지휘를 받고 있고,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는 조직이 아니다.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는 계속하여 미군이 그 사령관의 직책을 수행하고, 평시의 전력증강에 관해서도 서로 조율할 정도로 긴밀하지만, 그의 해체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고, 어느 회원국도 현 체제가 주권의 침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는 한미관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바탕으로 두고 북핵대비를 위한 미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북한 SLBM의 시험발사 성공으로 미국과 협력해야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SLBM으로 북한은 미국의 영토와 본토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SLBM은 미국에게도 직접적인 위협이라서 협력이 쉬울 수 있고, 특히 미국은 세계 최강의 대잠전 능력을 구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협력할 경우 한국은 최소한의 노력으로도 북한의 SLBM을 차단 또는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북한 SLBM에 대한 대응책을 협의하고, 분업개념에 입각하여 서로의 역할을 나눌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핵잠수함을 투입하여 북한의 항구 바깥에서 24시간 북한 잠수함의 동향을 탐지하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핵추진 잠수함을 추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이 대두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주성 고양 차원에서 한미동맹을 다소 약화시키는 것을 다소 양해해줄 수 있었다. 그러나 핵위협이 이와 같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한미동맹의 약화라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 핵무기로 응징보복하겠다는 약속을 미국이 지키지 않을 수도 있는 증거가 나타나면, 북한은 오판하여 핵무기로 공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같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국가와 동맹을 맺은 상태임에도 자신의 힘만으로 북핵을 막아내겠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사고인가?

 

일본과의 협력도 필요

 

북한 SLBM 시험발사의 성공과 잠재적인 핵잠수함 가능성은 일본과의 협력 필요성도 높이고 있다. 일본은 북한과 바다를 두고 떨어져 있고, 북한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북한의 SLBM에 대하여 일본도 한국 못지않게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도 한국과의 협력을 바랄 것이고, 일본 대잠능력을 활용할 경우 한국은 북한 SLBM 대응을 위한 재원과 노력을 상당할 정도로 절약하여 다른 분야의 대비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회에 한국은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무조건 기피하는 태도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고 말하듯이 필요하면 국가들은 협력하고, 어떤 상충되는 소재가 생기면 전쟁도 불사한다. 그러나 한국은 과거사 문제로 인하여 일본과의 협력을 무조건 배격해왔고, 이로 인하여 국방의 효율성을 훼손해온 점이 있다. 현재의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가용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하고, 그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가 한일 안보협력인 것은 분명하다. 한일이 협력할 때 한미동맹도 강화될 것이다.

 

이제 한국은 미군은 물론이고 일본군과도 협력하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특히 SLBM을 장착한 북한 잠수함에 대한 대잠작전을 함께 준비 및 수행해야 한다. 한국, 미국, 일본의 3개국이 협력할 경우 북한의 SLBM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핵위협에 대해서도 훨씬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기초로 한국은 2012년 중단한 군사비밀보호협정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상호군수지원협정도 체결함으로써 일본과의 실질적인 군사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까봐 일본과의 협력을 반대하겠지만, 사드 배치로 드러난 중국의 태도를 보면서도 아직 중국에 대하여 미련을 갖는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북한의 SLBM으로부터 우리의 생존을 보호하는 것은 절대적인 가치이고, 이에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면 추진해야하며, 이러한 우리의 판단에 중국 요소가 개입되도록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한국이 미국 및 일본과 긴밀하게 협력할 경우 중국은 한국의 가치를 더욱 크게 인식하여 협력적으로 나올 것이고, 북한의 핵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단방약을 찾지 말아야

 

이 기회에 우리가 반성할 필요가 있는 사항은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에 대한 특효약 또는 단방약(單方藥, silver bullet)을 찾는 경향이다.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서는 핵무장으로, 북한의 SLBM에 대해서는 핵추진 잠수함을 들고 나오는 것이 그러한 경향이다. 현실이 답답하여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안보를 이와 같이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우리 국민 모두가 알고 있듯이 북핵에 대해서는 외교적인 비핵화 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하고, 유엔결의안 2270호를 활용하여 북한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도 해야 하고,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지만 그래도 중국이나 러시아의 협력도 확보해 나가야 한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여 확장억제 약속이 지켜지도록 하는 가운데, 미국의 핵전력이 더욱 많이 자주 한반도 주변으로 전개하여 억제력을 과시하도록 만들어야하고, 한미연합사령관에게 4D전략을 철저하게 이행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도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은 물론 예방타격(preventive strike)의 가능성도 검토하고, 한국의 상황과 여건에 부합되는 BMD 구축을 위하여 미군의 사드는 물론이고, 추가적인 사드 구매도 검토하며, PAC-3 요격미사일도 추가로 구매하여 주요 도시들을 방어하도록 배치해야 한다. 나아가 최악의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민방위에 핵상황도 더욱 포함시키고, 대피소도 핵폭발에 적합하도록 기준을 조정하여 준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아무도 이와 같이 어렵고 지루하고 그리고 돈이 많이 드는 방안을 채택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밖에 현실성있는 대책이 없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암환자에게 의사는 책에 있는 대로 매우 복합적인 치료법을 요구하지만, 우리 모두가 불평을 삼키면서 듣는 것은 그래야 산다는 것을 확실히 알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를 두고 드러난 중국의 진의, 북한의 SLBM 발사로 드러난 한미동맹의 위기는 한국의 외교전략에 대한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북핵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가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한중관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한미동맹에 치중해야 한다. 자존심보다는 생존이 더욱 절실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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