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을 이틀 정도 남겨둔 날에 동네 야트막한  산을 걸었습니다.

그곳은 일명 '진달래 동산'있는 아담한 산입니다.

매년 봄이면 진달래 축제가 열릴 정도로 온 산에 진달래 꽃이 만발합니다.

가끔 그곳을 갈 때면 걷는 코스가 진달래 동산을 시작으로 정상까지 천천히 이어 집니다.

그날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하늘도 보고, 땅도 보고, 주위를 둘러 보며 걷고 있는데, 세 걸음 정도 뒤로 물러 나게 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진달래 꽃이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놀랐습니다.

"아니 지금이 어느 땐데?"

초겨울이라 기온도 차고, 바람도 날카로운데 진달래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건강'한 모습으로. 딱 한송이만.

진달래 나무들은 내년 봄에 화려한 꽃을 피우기위해 손질이 되어 있는데, 어찌 이 꽃만은 아직도 이러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것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역경을 이겨낸 것인가, 아니면 '철'이 없는 것인가?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괜한 생각들이 도드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급히 정리했습니다.

그냥 지금의 이 모습만을 바라봐 주고, 인정하기로 말입니다.

우리 인간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함부로 남을 판단하기 보다, '지금'을 이해하고 인정해 주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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