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께 바란다

비선 실세라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으로 나라 안이 몹시 뒤숭숭하다. 신문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삼류 주간지나 막장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참담함과 자괴감 속에서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들끓는 민심은 최근 서울 청계천 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촛불집회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을 국가원수로 인정할 수 없으니 자진 사퇴하거나 정치권에서 탄핵을 하라는 것이다. 국민들은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에 대해 큰 배신감과 좌절감 그리고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런 엄중한 사태에 직면하고도 박 대통령은 여전히 40년의 긴 세월을 이어온 사이비종교 교주 최태민 부녀와의 인연과 깊은 유대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들과의 관계가 피를 나눈 가족보다 더 끈끈하다고도 한다. 국민으로부터 국정에 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일개 아녀자에게 전방위적인 국정농단을 허용한 책임의 위중함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 그리고 전해지는 소식에서 강하게 느껴지는 이런 대통령의 모습에 분노를 넘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벌거벗은 채 혼자서만 옷을 입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동화 속의 왕의 모습이라고 할까.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전개되었던 비상식적인 대일 외교를 놓고 많은 일본 전문가들이 의아해했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이 분야에도 최순실의 짙은 그림자가 보인다. 근본적인 해결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위안부 문제에만 매달려 중대한 대일외교를 지난 3년간 사실상 올 스톱 시켰다.

주권자인 국민을 무섭게 생각해야 한다. 당 태종이 정관정요에서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나 권력의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이 또 다시 밀실에서 국민의 의식수준과는 동떨어진 정치공학적인 방식으로 위기탈출을 시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위로서 분노한 국민들의 보다 큰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4.19 전야 그리고 10. 26 전후를 기억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 제3자나 구경꾼이 아니라 국민적 공분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책임 당사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분명히 깨닫고 국민 앞에 나서야한다.

박 대통령은

(1) 무엇보다도 먼저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뜨린 최순실 그리고 최씨 일가와의 질긴 인연이나 미망과 하루 속히 결별하고 이를 국민 앞에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

(2) 더 이상 민심이 악화하기 전에 검찰의 수사진행과는 무관하게 국민 앞에 스스로 진실을 밝히고 저간의 불찰과 과오에 대해서 사과해야 한다.

(3) 문제가 드러난 청와대 인적 조직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과감하게 쇄신해야 한다.

(4) 내각과 정부산하 단체의 최순실 부역자를 일소해야 한다.

(5)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국내정치와 후계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마음을 비워야 한다. 이미 민심은 박 대통령을 떠났다.

(6) 개헌이 2017년 중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회의 개헌 추진에 적극 협조해 야 한다.

(7) 남은 임기는 윗사람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것이 체질화된 관료출신이 아니라 중 량감이 있고 경륜을 갖춘 중립적인 정치권 인사를 책임총리로 영입하고 대통령은 외치에만 전념해야 한다. 아버지 박 대통령이 존경했던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의 자세를 본받아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국정의 마무리에 최 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이번에 구성된 ‘최순실 특별수사본부’도 더 이상 위를 쳐다보지 말고 성역없는 철저한 조사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이를 계기로 정치 검찰 그리고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조금이라도 씻어주기 바란다. 우리 국민들이 피땀으로 만들어 낸 오늘의 선진 대한민국이 더 이상 국민들에게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조롱거리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국난 속에서도 ‘대한민국 호’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야당도 박 정권의 이번 실책을 2017년 대선을 위한 정치적인 호기로 생각하고 비판만으로 일관해서는 야당의 미래도 없다. 위중한 시기에 헌정중단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현 상황을수습하는 데 여야당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이것이 국정을 함께 이끌도록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권의 의무이다. 여당 역시 자기들이 만든 대통령이 비상시국을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해 협력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소 잃은 뒤지만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내년 대선을 현재의 헌법 하에 치름으로써 또 한 사람의 제왕적인 대통령이 등장하게 해서는 안 된다. 여당과 야당은 전문가 그룹과 머리를 맞대고 이미 나와 있는 개헌안을 잘 가다듬어 2017년 중 개헌을 완수하여 이미 우리 몸에 맞지 않다는 것이 수차례 증명된 87년 체제를 이제는 극복해야 한다.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이번의 위기가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재도약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금년 11월말이나 12월초에 동경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한중일 정상회담이 우리 측의 사정으로 다소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가급적 계획대로 외교 일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참고로 임기 말 정치적인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대일정서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했던 이명박 전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이 대통령은 지인들과 특히 정치적 멘토이자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권력농단으로 법정 구속되는 정치적 위기를 맞자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올림픽 축구 3,4위 결정전에서 한일양국 대표가 격돌하는 하루 전날을 잡아 독도를 전격 방문한 데 이어 일본 천황에 대한 사과를 요구함으로써 한류로 상승무드에 있던 일본 국민들의 대한감정을 냉각시켰으며 반한감정으로 일본국민을 똘똘 뭉치게 만들어 극우 아베정권의 탄생에 일조를 했다. 이렇게 시작된 한일 경색국면은 박근혜 정권의 비정상적인 대외외교와 맞물려 오늘날까지 냉각상태를 지속해오고 있다. 3년간의 한일외교 공백이 가져온 직간접의 손해는 막대하며 금전으로 계산할 수도 없다(2016.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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