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중국의 민낯을 확인하며 광복 71주년을 맞이한 일본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된다.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미국이라는 4대 강국이 한반도에 이해관계를 가진 오늘의 지정학적인 입장에서 우리의 살 길이 무엇인가? 답은 자명하다. 한미일 동맹을 분명히 하고 여타 주변 강대국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일일 것이다. 안보에 앞서는 가치는 없으며 나라가 있고 다음이 경제이다. 그 동안 국민들을 혼란하게 했던 정부의 엉거주춤하고 애매한 태도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이번 사드배치 문제로 우리 국민이 중국의 본 모습을 확인하게된 것은 그나마 최상의 소득이며 교훈일 것이다. 상대방의 말은 전혀 듣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을 하며 그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안하무인의 공갈과 협박을 일삼는 나라가 신 중화주의를 꿈꾸는 중국의 본 모습니다.

19세기말 임오군란 후 청나라에서 파견 나온 20대 젊은이 위안스카이는 칼을 차고 조선 조정을 휘젓고 다니며 고종임금을 아랫사람 대하듯 하며 내정간섭을 했었다. 5000년의 중화문명은 상호 주권과 존중을 기반으로 한 민족국가 체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본질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중국의 속국에서 벗어나 독립국가가 된 것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일본 덕분이다. 일본과 청나라의 전쟁에서 청나라가 패배함으로써 비로소 조선은 대한제국으로 독립국을 선포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이 전쟁을 여전히 청일전쟁이라고 부르며 역사교과서에서 가르치는 것은 우리의 사대주의 소중화사상의 표현일 뿐이다. 일청전쟁이 올바른 표현이다.

사드배치로 중국에 의한 경제 보복을 걱정하지만 이것은 나라의 안보를 위한 기회비용으로 각오하고 차제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남중국해 영유권분쟁을 놓고 필리핀과의 국제재판에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는 필리핀의 손을 들어줌으로 중국은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했다. 중국이 필리핀에 대한 경제적인 보복을 공언하고 있지만 이는 자유무역의 가장 큰 수혜국인 중국 스스로의 목을 조이는 결과가 될 것이다. 또한 교역은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시혜가 아니다.

한일관계는 어떠한가? 대통령 취임이후 취해왔던 대일강경노선이 취임 2년 반 만에 열린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개선의 실마리를 찾았으며 그 원인을 제공했던 위안부 문제 역시 작년 12월 양국 정부간에 타결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정대협을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일본정부의 사과와 법적인 책임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나는 이 말을 잘 이해 못하고 있다. 이미 일본 정부는 정부의 대표인 총리와 대신이 수차례 사과를 표명했으며 아시아여성평화기금을 통해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조치를 했다. 다만 일부 위안부 할머니는 정대협의 권유로 수령을 거부했다.

차제에 이웃 일본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을 뒤돌아본다. 우리는 일본에 대한 미워하는 감정이 눈을 가려 일본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으며 제대로 보지 않으려고 한다. 8.15 광복 71주년 정부당국과 언론이 여전히 일본에 의한 피해를 강조하는 데서 벗어나서 우리가 왜 나라를 빼앗겼는지 우리의 당시의 지도층이 얼마나 부패하고 무능했는지 국제정세는 당시 어떠했는지 등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난 70년 충분히 미워했다. 이제 국민소득 25000불의 선진국이다. 이임한 성김 주미대사는 한국에 부임하여 불가사의하게 생각한 것이 한국이 이웃 강대국 일본을 잘 모르며 그러면서도 가볍게 생각하는 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중국이 그렇게 표면상 반일감정을 내세우지만 오늘날 일본 경제를 떠받히는 것은 중국의 관광객들이다. 일본의 지방 관광지 마다 중국인으로 넘쳐흐르고 동경 긴자 사정목에 있는 미쓰꼬시 백화점에는 10시 30분이 개장시간인데 무려 1시간 전부터 중국 관광객이 입구에서 진을 치고 있다.

일본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유일하다고 하는데 나도 이 주장에 동감한다. 그러면서도 일본을 다녀온 내국인들은 일본과 일본인의 장점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다. 2차 세계대전에서 침략을 당한 동남아 여러 나라도 오히려 한국보다 일본을 좋아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얼마 전 발표된 적도 있다.

이제는 일본과 경제협력보다 문화협력에 특히 그들의 오랜 선진국으로서의 높은 공중도덕이 우리 사회에도 정착될 수 있도록 그리하여 벽에 부딛친 1인당 GDP 3만 불 고지를 돌파하고 명실공히 존경받은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도록 일본과의 협력방식을 재고해야할 것이다. 이것이 동북아에서 우리가 살아남고 번영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광복되고 71년 아직도 삐꺽대고 있는 오늘의 한일관계를 정상적인 상태로 가져가기 위해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여전히 우리사회에 뿌리 깊은 조선시대의 주자학의 폐습인 공리공론보다는 하나라도 실천이 중요하며 간단한 것 같지만 이런 것이 하나 둘 모여서 좋은 한일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우리 언론이 호칭하는 <일왕>이라는 표현은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천황>으로 바꾸어 불러야 한다. 상대방을 깍아 내린다고 우리들의 입장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며 우리의 자격지심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행동이다. 일본인들이 존중하고 국민통합의 상징이며 신격화에 가까운 존경심을 보이는 천황을 깎아내려서 무슨 득이 있겠는가.

이명박 전임 대통령의 천황에 대한 사죄요구 발언은 보통의 일본인들을 격분시켰다. 일본인들은 평시 잘 화를 내지 않지만 차곡차곡 쌓인 분노가 한 번 폭발하면 상대를 죽이거나 아니면 반신불수를 만든다. 일본문화를 이해하는 바이블이라고 인식되는 미국의 루스 베네딕트가 쓴 ‘국화와 칼’에서 그녀는 “ 적을 나쁘다고 철저하게 깎아내리는 일은 용이하지만 적이 어떤 방식으로 인간을 보는가를 적 자신의 눈을 통해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해야만 될 일 이었다”라고 말했다.

둘째, 일본대사관 앞에 서있는 위안부 소녀상은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위치로 이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안부 문제는 아쉬운 대목이 없지 않지만 정부간의 합의가 이미 이루어졌으며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간의 합의는 존중되어야 한다. 외교란 상대가 있기 때문에 윈윈하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고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 그리고 위안부를 보는 시각이 우리와 전혀 다른 사람들이 다수 일본에 있다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독일의 어느 지도자는 “자기 나라의 역사에 의문을 제기하고 객관적인 질문을 던질 때 친구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우리가 배운 역사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에 산티아고 순례 길을 두 달 간 걷고 온 지인은 서양의 엄청난 유물을 보고는 우리 역사 교과서가 국민들에게 사기를 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금도 새 정권이 전임 정권을 철저히 부정하듯이 신생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은 일제 강점기를 철저하게 부정하고 피해를 과장했을 개연성이 있다.

위안부 소녀상을 이웃나라를 창피를 주겠다는 한풀이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선진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드리는 일이다. 쥐 한 마리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안보의 근간인 한미일 동맹이라는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를 되새기고 국민적인 각성과 다짐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유동인구가 많은 광화문 광장이나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적당한 이전 장소가 될 것이다.

셋째, 한일자유무역협정(한일FTA) 체결을 위해 중단된 양국간 협상을 조속히 재개하고 하루 속히 일본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야할 것이다. 수준 높은 협정의 체결로 양국 국민간의 신뢰회복을 가져오는 기틀이 되어야 하며 반일감정을 완화하는 계기를 가져올 수 있도록 정치권의 결단이 요구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은 이미 체결되었다.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고 사회 경제 문화의 수준이 유사한 한일양국이 수준 높은 모범적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양국 경제인들의 모임인 한일경제인 회의를 통해 양국의 경제인들이 매년 건의를 올리지만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메아리가 없다. 양국이 살기 위해서 하나의 시장이 될 필요가 있다. 공로명 전 외교장관은 “한ㆍ미ㆍ일 3국간의 동맹적 협력 관계의 구축에 대해서는 중국에 대한 고려 때문에 소극적 견해를 갖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중국 입장에서는 한ㆍ미ㆍ일 동맹체제 속의 한국으로서 중국에 우호적인 것이 보다 매력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데 나는 이 견해가 탁견이라고 생각된다.

 

저작권자 © The PeoPl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