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꽃이 피어난다. 물방울들이 하늘로 차오른다.

 

‘자유기고가 권주현이 본 김용옥’

시간 속에서 모든 것은 영원할 수 없다. 시간의 영속성은 변화와 결핍을 만들어내고 인간은 오랜 세월 고통과 변화, 역경을 겪으며 진화하고 진보했지만 여전히 개개인의 일상은 쉽게 소모되고 뜻 깊은 서사는 바래고 잊혀진다.

삶은 덧없이 짧다. 꽃처럼 진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시들고 병들며 고통받고 죽는다. 시간은 분절되고 공간은 이질적이라 관계와 의미는 쉬이 고립되지만 캔버스에 담겨진 아름다움이라면 어떨까. 김용옥 작가의 심상에 담겨진 생명력과 힘이라면 봄 햇살을 좇아 나들이하듯 거닐다 멈춘 이곳에서 잠시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자기 자신과 대면하며 작업실에서의 낯설고 고요한 시간을 진중하게 견뎌온 김용옥 작가의 '피어나'는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다. 희귀성 난치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그의 캔버스에 유약한 꽃 한송이의 생명이 가장 역동적으로 힘차게 피어나는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는 환상과 결핍의 아이러니를 말이다.

그는 시간의 영속성을 깨뜨리고 생명의 영원한 젊음과 완벽한 정점, 고결한 절정의 찰나를 탐닉한다. 각각의 생명이 피어나는 그 순간의 환희와 격정을 사랑한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 '영원한 생명과 환희'라는 신의 영역을 기원하며 갈망한다. 결핍과 목마름은 생명수를 만들고 죽어가는 것들에 대한 연민과 상실감은 생명에의 근원을 꽃피우게 한다. 지속가능한 생명력에 대한 근원적이며 본질적인 욕망은 그의 작품의 화두이며 끝없는 탐구 과제가 아닐까.

김용옥 작가의 그림 속 꽃과 과일 사물은 얼핏 극복할 수 없이 약하고 짧은 생명력의 한계, 유한한 시간을 감추고 찰나의 가장 아름다운 단면을 찍은 정교한 사진처럼 보인다.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여. 강인하게 피어나라! 그의 '피어나라' 연작은 세상의 추악한 어두움과 늙고 시들어 말라버린 피폐함 대신 물과 빛 색채와 자연으로 시공간을 초월하고 생동하며 영원하다.

그의 작품은 사진보다 정교하고 섬세해서 얼핏 극사실주의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표현은 간결하고 선명하다. 주변의 것들을 배제하고 소재와 의미를 단순화시켜 명확한 메시지를 드러낸다. 객관적 사물, 물자체를 일상의 구상과 구도로 답습하지 않는 작가의 해석은 꽃과 물의 객관적 속성에서 비껴나 있다. 꽃은 물 위에서 피어나고 물은 꽃과 잎줄기로 넓고 깊게 파동한다. 역동적이며 무한한 생명력에 닿은 그것은 정지된 화면 속에서 넘치고 튀어 오른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역동적 순환작용과 반작용에서 유한한 시간을 극복하고 싶은 생명과 젊음의 최고점이 만개할 뿐이다. 작가가 구현하는 세계에서 물자체는 꽃은 땅에 핀다는 객관적 사실을 상실하지만 물이라는 새로운 지평 위에서 거대하고 강렬한 에너지로 상호작용하며 '영원한 생명수'로의 상징적인 메시지로 피어난다.

꽃이 내리치는 물방울들이 하늘로 차오른다. 그의 작품에서 삶은 환희이다. 유약한 장미와 목련, 무궁화의 생명력이 물을 뜨겁게 차오르고 솟구치게 하는가, 아니면 물의 역동적 힘이 빳빳하고 순결한 꽃의 정열을 가능하게 하는가는 알 수 없다. 시작과 끝이 구분되지 않는 생명의 선순환과 에너지가 푸르른 젊음으로 생동하는 환희를 느껴볼 뿐이다.

고요하게, 김용옥 작가의 세계에서 어느새 꽃이 핀다. 어느덧 꽃이 피어난다.

생명에게 겨울은 낮이 짧고 밤이 길어 옅은 빛과 추위에 한없이 혹독하고 고립되는 지난한 시간이다. 그러나 늘 생명은 움트고 겨울이 다 비켜가기도 전에 알싸한 향기로 색으로 인사를 건네듯 어김없이 봄은 온다. 자연의 섭리와 순환의 약속을 믿고 겨우내 분주하게 움직여온 수많은 생명이 꽃망울을 피워내는 봄이다.

끝없이 외로운 작업으로 오래된 시간 속에서 어둡고 추웠을 작가의 겨울도 봄을 맞았다. 그 빛과 바람의 계절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많은 이들에게 아름답고 강인한 삶의 의지는 축복이리라 믿는다. 많은 시간 진중하게 준비해온 김용옥 작가의 전시회를 축하한다.

*** 박스

개인전 (구리타워내 하늘갤러리 2017.4.27~5.9)

<프로필>

개인전7회, 아트페어4회

한중대표작가전(의정부예술의전당)

한국구상대제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국제미술제(조선일보미술관)

한민족남북작가초대전(강남역삼문화센터)

한국미술리필전(서울미술관)

한국구상미술초대전(울산문화예술회관)

한국미술의빛전(공평갤러리)外 단체, 그룹전 150여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평론가상, 특선, 입선外 다수 공모전 수상

심사 및 운영위원

경기미술대전 세계평화미술대전 대한민국회화대상전 外 심사/운영위원 20여회

현재: 전업작가,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신작전, 한국자연동인회, 문화센터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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