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현재 ‘唱道의 리더십’이 절실한 시기…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와 대안 필요

2006년 9월 출범한 한반도선진화재단은 자타공인 ‘민간 싱크탱크’로 정평이 나 있다. 한반도의 통일 전후 준비를 하면서 산업화와 민주화의 격을 높이자는 취지로 설립된 이 재단이 올 9월 탄생 9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3월부터 재단을 이끌고 있는 박재완 이사장은 “한반도선진화재단은 ‘공동체자유주의’를 기치로 한반도 통일과 선진화를 위한 정책대안을 연구·교육·홍보하고 있다. 또한 시대의 흐름을 읽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꼭 풀어야 할 중장기 전략과제를 다루고 있다”며 “특히 지금까지 누구도 큰 관심을 갖지 않던 통일 담론의 불씨를 지피고 정치권 등이 외면하는 근원적인 구조개혁 처방을 환기해 왔다”고 자평했다.

그는 또 “통일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는 통일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며 “한반도 통일을 연착륙시킬 수 있는 완전한 시나리오도 미리 만들어 놓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자 의무이기도하다”고 말했다.

한선재단은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부문의 과제에 대한 연구와 해법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주 금요일 정책 세미나와 매달 한 번씩 시민단체와 함께 국가전략포럼을 여는 등 나름대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창립 9주년을 맞는 소감에 대해 박 이사장은 “물길을 거슬러 노를 젓는 마음으로 전력을 다하겠다. 불편부당과 실사구시의 자세로 전문가 식견을 모으고 널리 알려 정론(正論)이 중론(衆論)이 되도록 힘쓰겠다. 무모한 쏠림이나 대중인기 영합주의에는 경고음을 내겠으며 교언영색(巧言令色)과 조삼모사(朝三暮四)를 꾸짖고 탁상공론(卓上空論)과 남귤북지(南橘北枳)를 경계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불편부당과 실사구시의 자세로 正論이 衆論 되도록 노력할 터”

박 이사장은 현재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에게는 MB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광,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더 익숙하다. 행정고시 합격 후 감사원과 재무부 등에서 공직생활을 하던 박 이사장은 1996년 성균관대에서 교수로 변신하여 후학 양성에 정열을 쏟았으며 다양한 사회단체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이론과 실천을 겸비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던 중 박 이사장은 2005년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제17대 국회의원이 돼 입법 활동을 하게 되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책 호흡을 맞추다 대선 직후 청와대에 발탁돼 정무수석과 국정기획수석을 맡으며 이른바 ‘MB 노믹스’를 구현하는데 중심 역할을 했다.

따라서 박 이사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정책통’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의 분석과 입안(立案)은 그대로 정책에 반영돼 실현되는 정도다. 그러므로 국내외적인 장기불황에 대한 타개책, 특히 우리나라 경기불황에 대한 돌파구를 찾아내는데 있어서 박 이사장의 안목은 절대적이다.

그래서 박 이사장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기본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진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고 세계 경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학자들은 지금까지 대침체기(Great Recession)라고 부른다”며 “그러나 멀리 보면 아직도 여진이 계속되고는 있으나 2012년 3분기, 4분기를 저점으로 해서 바닥을 치고 회복국면에는 진입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복 속도가 V자형의 힘찬 반등이 아니고 미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계 경제 역시 지역마다 약간씩 온도 차이는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4대 구조개혁이 한국경제의 앞날 좌우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경제에 더 큰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어떠한 처방이 필요할까. 박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산업화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등 혁혁한 업적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제는 예전의 시스템 적용을 지양해야 한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육성해야 하고 교육체제, 원천기술 확보, 연구개발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개발을 민간이 주도하는 시스템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의 개발독재는 과거에는 들어맞았으나 첨단시대를 추구하는 현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지금까지는 제조업으로 경쟁력을 갖췄지만 미래에는 금융·보건의료·법률·관광 등 서비스 산업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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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봉체계도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과감하게 바뀔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기본을 더욱 강화하는 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4대 개혁은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4대 구조개혁이 크게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노동개혁과 금융개혁에서는 조금 진전이 있으나 교육과 공공개혁은 별 움직임 없는 것 같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노동개혁의 경우도 정권 첫해에 대선 공약 이행 차원에서 경제민주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정년 연장을 했지만 그때 ‘임금피크제’를 동시에 도입했어야 한다는 게 박 이사장의 대안이다. 그는 “구조개혁을 이루는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원칙과 전략, 그리고 뚜렷한 프로세스를 갖고 진행하고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간헐적으로 불쑥불쑥 나오는 정책으로는 험난한 과정을 헤쳐 나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MB정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박 이사장은 대통령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노동개혁과 관련해 '대안은 없다'고 외치며 강하게 추진했다"며 “대처 전 총리는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의 앞 글자를 따서 '미세스 티나(TINA)'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정치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금융개혁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아쉬움도 밝혔는데 "과거 기재부 장관으로 있을 때 산업은행 민영화 등을 단행하려 했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국은 정책금융이 과하다"며 "심지어 은행이 대출금의 정부보증률을 95%까지 높여달라는 경우도 있다. 이는 금융이라 할 수 없다. 금융이 과도한 정부지원의 그늘 아래서 위험관리 기능 등이 취약해졌다. 이제라도 정부 영향력을 줄이면 고급인력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교육제도 개혁해야 고용·출산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어”

박 이사장은 대한민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리라는 일부 분석에 대해서 “저성장 기조란 크게 두 가지를 말한다. 하나는 절대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GDP 차이다. GDP 격차를 줄이기 위해 생산가능 인구를 늘리고 경제활동인구를 극대화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젊은 층의 취업 연령을 당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0명 중에 7명은 대학에 가고, 대학에 가도 어학연수와 휴학 등으로 평균 1,2년은 더 다니고 졸업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어 대부분 20대 후반에야 첫 직장을 잡는데 이는 OECD 평균 취업 연령보다 3~4년 정도가 늦은 현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기간 차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고등교육 시스템의 개혁을 주장했다. 이공계와 인문계의 대학 정원을 산업 현장의 수요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 현장에서의 선발 비율은 이공계 8, 인문계 2인데 대학에서는 5대 5의 정원이라 인문계 출신의 취업난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과 영국 등에서 확산하고 있는 MOOC(대중개방형온라인 교육시스템·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제시했다. 그는 “MOOC는 온라인으로 강의를 수강하기 때문에 학비가 싸고 수많은 사람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Q&A도 오프라인에서보다 더 심층적으로 할 수 있다”며 “학생이 캠퍼스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고 일과 학업의 병행이 가능하다. 인문계는 2년 수료하고 먼저 취업한 뒤 나머지 2년에 걸쳐 자신이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 온라인 강의로 듣고 학위를 받는 방식으로 개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교육제도 개혁이 저출산 해결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4년을 학교에서 보내고 군대와 어학연수를 가거나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 추가의 시간을 보냄으로써 취업연령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결혼 시기도 늦어지게 됨으로 출산율이 낮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바꿈으로써 취업하는 시기를 앞당기고 결혼도 빨리 할 수 있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1.1명으로는 내수 활성화는 논의하기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

박 이사장은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주창에 대해 매우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창조경제는 방향을 잘 잡은 것 같다. 창조경제란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창출하고, 다른 영역끼리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해 새 모형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창조경제의 원동력은 민간과 기업에 있으므로 정부는 창조경제가 꽃 피울 수 있는 여건과 인프라를 만들어 주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각 부분에 얽혀있는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급선무다. 진입 장벽과 부문 간 이동을 방해하는 울타리를 없애고 민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과거 개발독재시대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지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이사장은 현재의 남북관계 및 통일, 그리고 통일 이후에 대한 공부와 준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하루빨리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한 뒤 통일에 대한 이야기가 부쩍 많아 졌다“며 ”하지만 정작 통일 이후 미국과 중국·일본·러시아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교육·사회복지 시스템 구축 등 구체적인 대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의도와 달리 북한이 급변하는 상황에 마주치면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플랜B'까지 미리 준비해야지만 한반도의 완전한 통일을 기대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할 일도 많고 매우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고 말하는 박 이사장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개혁’이 물 건너가는 거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이뤄내는 게 리더십”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국민께 '따라와 달라, 그렇지 않으면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설득하고 양해를 구하는 게 내가 늘 주장하는 '창도(唱道)'의 리더십”이라며 “전진을 위해서는 잠간의 후퇴도 좋은 작전이다. 구조 개혁을 하려면 기득권이 변화되고 거기에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의 저항이 거세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전체를 위해선 조금 양보하고 희생하는 것이 미래 세대에게 도움이 된다는 비전과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강단에서 정년을 맞을 계획이다. “9년 가까이 학교를 떠나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 빚 갚는 게 급선무다. 열심히 학생들 가르치고 연구를 해서 학교에 성과물을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라에서 받은 혜택도 많으니까 조금이라도 갚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한반도선진화재단 일을 열심히 해서 올곧은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하도록 힘을 보태려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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