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

동인천고등학교 졸업

성균관대 행정학과 학사

영국 웨일즈대학교대학원 경제학 석사

연세대 보건대학원 박사(의료법 윤리학)

제16회 행정고시

보건복지부 총무과장·기술협력관·감사관

대통령비서실 복지노동수석실 보건복지비서관

보건복지부 사회정책실장(1급)·차관

건강보험통합추진기획단 공동단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현)건양대 석좌교수

(현)한국실명예방재단 회장

(현)중앙입양원 원장

‘입양’ 관련 모든 업무 통합적 진행…“입양은 또 하나의 행복입니다“

입양특례법 제26조에 따라 아동의 권익을 보장하고 입양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입양 관련 업무지원·조정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국민의 복지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2012년 8월 설립된 (재)중앙입양원. 다음은 신언항 초대 원장과의 일문일답.

▲ 중앙입양원은 입양인의 친부모 찾기를 도와주는 기관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 1950년대 한국전쟁 후 지금까지 약 23만 명의 아동이 국내외로 입양되었습니다. 이들 중 17만 명 정도가 해외로 입양 되었습니다. 해외 입양인들의 소원 중 하나는 자기를 낳아준 친부모를 찾는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에게서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정체(正體)를 알려고 하는 욕망이 있습니다. 이는 본능입니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자료가 여러 입양기관에 흩어져 있고, 오래 되었고, 있는 자료도 사실과 다르게 기록되어 있어 친부모를 찾는데 많은 애로가 있습니다. 중앙입양원은 이들에 대한 자료를 집중 관리하면서 그 뿌리찾기를 도와주는 것입니다.

▲ 해외로 입양된 사람 중 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입양인도 많다고 하던데요. 이들에 대한 사후관리도 가능한지요.

- 어느 사회나 여러 가지 이유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특히 해외 입양인은 체형이나 피부색이 다른 부모 밑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고 합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개인적으로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비록 그 사회에서 성공하였다 할지라도 말로 다 할 수 없는 괴로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특히 우리 사회와는 달리 국외입양인은 20세를 전후하여 입양부모로부터 독립된 삶을 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 중에는 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이 자신이 태어난 나라인 우리 한국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일입니다.

  이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도 아주 당연하지요. 한국전쟁과 그 이후 우리가 못 살 때 발생한 많은 요(要)보호아동을 우리 사회가 책임지고 양육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도 느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 것인가를 정부는 고민하게 된 것입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요. 그 결과 설립된 것이 중앙입양원입니다. 입양인들 중에는 한국에 와서 정착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우리사회에서 일자리를 얻어 살고자 하는 분도 있습니다. 

  중앙입양원은 이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입니다. 이들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우리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우리말과 한국문화를 익히는 것도 도와주어야 합니다.

▲ 해외 입양에 대하여 ‘고아 수출’이니 하여 부정적인 시선이 많습니다. 원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우선 인격을 가진 사람에게 상품과 서비스와 같은 거래를 연상하게 하는 수출이라는 언어의 사용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해외로 입양된 사람들이 그런 기사를 읽는다면 얼마나 서럽겠습니까.

  친부모로부터 분리되는 아동은 어느 사회나 불가피하게 발생합니다. 질병, 사고, 이혼, 원치 않는 임신과 출생 등 말입니다.

바람직한 것은 가까운 친척 또는 친지가 맡아 기르거나 위탁되어 양육되는 것입니다. 그도 안되면 국내 가정에 입양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혈통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는 고아의 입양을 꺼립니다. 그러다 보니 매년 7천여 명의 요 보호아동이 발생하는데 이중 1천5백 명 정도만이 국내 가정에 입양됩니다. 나머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용시설인 보육원, 아기집 등에 입소하여 생활합니다. 그리고 국외로 입양되기도 합니다.

  저는 국내입양이 되지 않는다면 시설 보다는 해외로라도 입양되어 성장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세계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인종, 혈통의 편견은 선진사회에서 극복되고 있습니다.

  고아원과 같은 아동복지시설에 집단적으로 수용되는 삶이 어떤지에 대하여는 젊은이들이 꺼려하는 군대생활을 연상하면 됩니다. 이러한 아동복지시설에서 18년간을 생활하고 사회에 나온 우리의 아들딸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이런 점에서 외국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도 있겠지만 시설보다는 낫다는 생각입니다. 

▲ 혈통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고아 입양을 꺼리는데 그 대책은 무엇인지요.

- 우리 사회가 입양을 꺼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혈연중심의 사회, 입양한 아이가 특히 남자 아이인 경우 성장하면서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등의 이유일 것입니다.

  제가 7년 전에 막내를 입양하였다고 하면, ‘대단하시네요’ 또는 ‘좋은 일하시네요’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입양은 특수한 사람들만 하는 것처럼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헌신적이고 봉사 정신을 가진 사람들만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 입양을 왜 하겠습니까? 미국이나 유럽의 입양부모들이 모두 이타(利他)적인 사랑 때문에 외국아이들을 몇 명씩 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들은 경험 상 의지할 곳 없는 아이를 기르다 보니 그 자체가 행복하고 기쁘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 가서 한국아이를 입양하는 외국인 부모에게, ‘감사합니다’, ‘참 훌륭하십니다’ 하면 그들은 아주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들었습니다. 

▲ 아이를 입양하여 기르는 것이 행복하시다니 의외입니다.

- 행복합니다. 지난 7년간 막내를 키우면서 ‘입양은 또 하나의 행복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막내 때문에 머리도 아프고, 장래 걱정도 되지만 오히려 이것이 기쁨이 되고 행복이 됩니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그리고 학교 등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아이가 힘들게 하고 고민만 하는 골치덩어리로만 인식한다면 이 세상에 아이를 낳아 기를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마도 세상 부모들은 자식들에게도 자식을 낳지 말라고 권할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인류는 이미 멸망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아이를 기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낳아서 기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힘들기도 하지만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지요. 행복은 거져 얻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가를 치려야 합니다.

   요즘엔 반려견이라 해서 외로운 사람들이 인생의 반려자처럼 애완동물을 키우는데, 먹이고, 똥오줌을 치우면서 잘 기릅니다. 아플 때는 의료보험이 되지 않아 엄청나게 비싼 치료비를 들여 치료를 해 줍니다. 소음으로 이웃과의 마찰도 감당하여야 합니다. 왜 그런 고생을 하면서 기를까요?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기쁨을 주기 때문입니다.  기르기 힘들지만 주인을 알아보는 그들이 행복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힘들지만 나를 오로지 부모로 의지하고 따르는 것을 보면서 행복을 느낍니다. 제 아내가 막내를 예뻐하는 것을 보노라면 천사의 모습이 이런 것 아닌가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니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입양은 또 하나의 행복입니다.’

▲ 최근 입양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입양특례법으로 베이비 박스에 아이를 두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친부모가 신분을 감추기 위해 아기를 유기하는 이유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유기되는 아동은 영원히 자신의 뿌리를 알 수 없습니다. 자기를 낳아 준 부모, 출생 장소, 시기 등을 알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고 출생시부터 성명권과 국적 취득권을 가지며, 가능한 한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하여 양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합니다.

  이는 인격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명 못지않게 중요한 권리입니다. 자기의 뿌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한(恨)을 가지고 살아 갑니다. 그러기에 아동 유기는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우리 사회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있는 한 아이를 기르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어요? 게다가 우리 사회의 고용구조가 혼자 아기를 낳아 기르는 것은 참 어렵다 할 수 있을텐데요.

- 사생아라는 굴레 속에서 힘들게 살아 갈 아이를 생각하면 자기 아이를 거두어 기른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편 자신의 결혼, 취업에서 차별을 받을 것을 생각하면 용기가 나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는 미혼모 그리고 이들의 자녀들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지원 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입니다. 현재 아동복지시설의 아동은 1인당 월 평균 120만원 정도를 정부로 부터 지원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원을 한부모 가정에 지원한다면 경제적인 부담은 해소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도 280개 시설에 1만6천명이 살고 있습니다.

  또 미혼모 등에 대하여는 직장알선과 같은 고용시장에서의 배려도 편견을 없애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 외 의료급여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아이의 출생 후 7일이 지나서야만 입양 동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아이를 버리게 하는 이유라면서요. 

- 7일간의 입양숙려제의 취지는 출산직후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서의 섣부른 결정을 막고, 아이를 직접 키울 경우 어떤 경제적 지원 제도가 있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입양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한 것입니다. 사실 일주일도 충분한 시간은 아니지만 출산 전부터 입양 동의서와 친권포기각서를 받고, 출산 후 바로 아이를 떼어놓던 오랜 관행에 비춰보면 숙려기간 도입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5월 10일 ‘입양의 날’ 행사가 있다는데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요. 

- 입양의 날은 5월 11일입니다. 가정의 달인 5월에 한 가정마다 한 아이를 입양하자는 취지에서 이날을 입양의 날로 정하였습니다.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행사를 가질 예정입니다.

  입양부모와 그 자녀들을 모시고 한마당 축제를 열려고 합니다. 평범한 가정에서도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것입니다. 이날 입양부모님의 노고를 치하하고 시상도 할 예정입니다.

  입양 자녀들에게는 자신과 같이 많은 아이들이 입양되어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입양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떳떳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다짐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이러한 모습을 보고 일반국민들도 불우한 아이를 입양하여 행복을 얻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성공적인 행사라고 봅니다.

▲ 실명(失明)예방사업도 하신다면서요. 국민 눈 건강 증진을 위한 사업을 하는 한국실명예방재단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십시오.

- 2009년 한국실명예방재단의 회장에 취임하였습니다. 우리의 신체 부위 중 눈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실 것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눈인데도 불구하고 늦게 병원을 찾아 실명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래서 1973년 뜻 있는 안과의사를 중심으로 재단을 설립하였습니다. 우선 치료를 요하는 환자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순회이동 눈 검진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작년의 경우 80회에 걸쳐 이동 눈검진을 실시하였습니다. 약 1만 2천명의 어르신, 취학 전 아동을 검진하였습니다. 안과의사의 진료를 받기 어려운 지역이라고 하여도 눈에 이상이 발견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직 많은 어르신들이 나이 들면 눈은 당연히 나빠지는 것이라 여겨 아예 의사를 찾지 않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안경을 맞추어 드리거나 수술비를 지원하여 드립니다. 수술 후 신문을 읽을 수 있게 되면 얼마나 기뻐들 하시는지 모릅니다. 

  작년에는 약 5천 안(眼)의 수술비를 지원하였습니다. 올해부터는 캄보디아에도 백내장 수술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프놈펜에 있는 한국선교병원에 안과 클리닉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백내장을 수술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캄보디아 의사 1인과 간호사 1명이 상주하면서 환자를 관리합니다.

  우리 재단에선 두 달마다 안과의사가 금, 토, 일등 공휴일을 이용하여 현지를 방문합니다. 의사가 진단한 백내장환자를 수술하여 줄 계획입니다. 연간 200안(眼)을 수술할 계획입니다.

 ▲ 그러한 사업을 하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하실 터인데 어떻게 확보하시나요. 

- 정부, 기업, 개인으로 부터의 후원금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년 수술비를 지원 받기 원하는 분들이 늘어 나고 있으나 많은 분들이 후원하여 주셔서 큰 문제없이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충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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