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된 한일관계 이제 정치권이 나서라

-장기화하는 주한일본대사의 부재를 우려한다-

㈜ 에스포유 회장, 국제학 박사 허남정

 

2016년 12월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으로 국가리더십이 정지된 와중에 민감한 영토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외교공세가 거칠어졌다.

지난 1~2월중 일본의 주요 공세내용을 보면 (1)평창올림픽 게시물의 독도 표기문제에 대한 우려 및 검토 요청 (2)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에 대한 관방장관과 외무대신의 잇따른 영토 주장 (3)우리 외교부 인터넷 홈페이지의 동해 홍보영상에 대한 항의 (4)문부대신의 영토교육 강화방침 발표 (5)독도영유권을 담은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의 홈페이지 게재 (6)시마네(島根)현이 주최한‘다케시마의 날(2/22) 행사’에 중앙정부 차관급 인사 파견 등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동북아국장이 대리대사를 맡고 있는 일본 대사관의 총괄공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엄중 항의했으며 경상북도는 일본 시마네현의 행사에 대응 하여 같은 날 ’대한민국 수호 범국민 다짐대회‘를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하였다. 그리고 울릉도에서는 군수 등 주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규탄대회가 열렸으며 ’다케시마의 날‘행사 당일 우리 독도수호전국연대 소속 회원 5명은 시마네현청 앞에서 항의 퍼포먼스를 가졌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장기적인 목표 하에 전략적으로 그리고 집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대응은 다분히 감정적이며 일회성 행사로서 그 때 그 때 분노하고 그리고는 까마득히 잊어버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어 국제적인 분쟁지역화를 피하겠다는 생각에 방어적이며 소극적인 대응하고 일관하고 있지만 휘발성이 높은 영토문제임에 비추어 범정부차원의 단호한 연계대응이 요망된다.

 

그리고 이제 학교에서도 독도에 대한 우리의 주장과 함께 일본 측 주장의 근거와 배경에 대한 교육도 병행 실시해야 한다. 일본도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도 다케시마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해오고 있으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와 자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에서도 지피지기는 백전백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했듯이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영토문제란 전쟁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해결이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번번이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냉정한 대응이 요망된다. 한미일 안보협력체제 속에서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한 양측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며 전쟁으로까지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상적인 한일관계를 위해서는 정치인과 언론이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반일정서는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특효약이어서 정치인과 언론이 늘 이를 이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지난 1월 9일 본국으로 소환 조치된 주한 일본국 특명전권대사의 부재상태가 기약 없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로서 오늘의 비정상적인 한일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보다 우려스러운 일은 온 나라가 대통령 탄핵문제에 매몰되어 한일관계의 위중함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중국의 터무니없는 압력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몸을 낮추면서도 일본은 막 대해도 되는 나라라고 편하게 생각한다.

 

최근의 일본의 잇따른 외교적인 공세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 간 합의(2015. 12)의 우리 대응에 대한 일본 국내의 악화된 여론 때문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서 국민의 대표인 정부 간에 이루어진 합의는 그 이행을 위해 쌍방이 성의를 가지고 노력해야한다. 양국이 공히 불만 세력들의 반발 속에서 어렵게 이루어 낸 합의이다. 27년이나 끌어 온 장기현안의 해결을 위해 국익차원에서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전임 성김 주한미국대사가 한국에 부임한 이후 불가사의하게 생각했다는 세 가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우리의 대일인식이다. 그것은 한국인들이 이웃나라인 강대국 일본의 실체를 잘 모르면서도 가볍게 생각하는 점이라고 했다. 세계에서 일본을 우습게 보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한다. 일본을 대단치 않게 여기고 일본에게만은 질 수 없다는 우리의 오기는 강력한 추동력이 되어 오늘의 대한민국을 경제대국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고대 선진 문화를 일본에 전수해 주었다는 자긍심이 우리에게는 있으며 근세 이전 중화질서 속에서 유교문화에서 뒤진 일본을 우리는 한 수 아래로 보았다. 고대 가야 백제 신라 그리고 고구려의 유민들이 대거 일본에 건너가 우리의 앞선 문화와 힘을 바탕으로 한 때 일본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기도 했다. 동경대학 모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오늘의 일본인의 70%이상의 DNA가 한국인과 일치한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핏줄로만 보면 우리와 같은 형제이다.

우리 언론에 일본에 관한 기사가 등장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일본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높지만 일본인들은 의외로 한국에 대해 무지하다. 일본인구의 80%는 전후세대로서 그들은 식민지 시절의 역사에 대해서는 배우지를 않아 잘 모르며 한국인의 계속되는 사과요구를 이해하지 못한다. 일본인들의 눈은 지금도 오로지 서구를 향하고 있으며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높아진 중국에 대해서 최근 조금 관심을 보인다. 과거 메이지유신 이후 그들의 국시였던 탈아입구(脫亞入歐)는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한미일 삼각안보협력체의 한 축인 일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하는 것은 당위이며 이를 위해서는 상호 존중하는 관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인접국이었기 때문에 발생했던 과거사 문제를 지금 와서 아무리 거론해보아야 지울 수도 없는 일이다. 과거사를 들추어내는 일은 피해국인 우리의 상처에 스스로 소금을 뿌리는 일이다. 가해국과 피해국의 과거사에 대한 생각은 다르며 이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와 흡사하다.

 

과거사를 생각하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인접국 일본이지만 이사 갈 수도 없으니 함께 부대끼며 역사를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웃나라끼리 현안이 없는 나라는 없다.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활발하게 교류하며 살아가는 것이 국익에도 그리고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한일관계의 선각자 박태준은 일본과의 과거사를 잊지는 말되 일본을 제대로 알고 그리고 활용해서 일본을 이겨야 비로소 일본과 이퀄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주창했다.

 

40년 가까운 세월을 일본과의 경제협력을 위해 수백 차례 드나들며 일본과 일본인들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일본인들의 외모는 우리와 구분이 안갈 정도로 흡사하다. 그렇지만 그들의 사고방식은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리와는 아예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생김새가 흡사한 데서 오해가 발생한다. 외모에서 차이가 나는 서양인의 생각이 우리와 다른 것은 이해가 되는데 똑 같이 생긴 일본인이 그러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한다. 이웃에 사는 우리가 서구인들보다 일본에 대해서 잘 모른다. 문제는 잘 모르면서도 잘 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전에 일본과 비즈니스를 하는 친지가 밴드에 올린 글을 읽어보니 우리나 일본이 같이 쓰는 중국의 4자 성어 팔방미인(八方美人)의 용도가 한일 양국에서 전혀 다르게 쓰이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이 말이 한국에서는 긍정적으로 사용되지만 일본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된다.

 

일본에서의 팔방미인의 의미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이 이것저것 기웃거리는 실속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일본인들은 한 가지를 파고드는 사람 즉 그 분야의 최고인 장인이나 전문가를 우대하는 사회이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포르노 배우가 당당하게 지상파 TV에 나와서 자기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는다. 삶에 지친 샐러리맨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그들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직업에 귀천이 없으며 그들은 일 자체를 신성시하며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 한다. 일본에서 공교육을 받으며 14년을 살았던 박태준은 포스코를 건설하고 운영하면서 <세계 최고의 품질>을 모토로 내걸었다. 이러한 일본인의 의식구조는 노벨상 수상자의 숫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이공계를 중심으로 24명에 달한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법리심사와 변론절차가 모두 끝나고 이제 최종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자칭 대선주자들은 더 이상 헌재의 결정에 영향을 주려는 촛불과 태극기 집회 참가를 자제해야 하며 집회 참석자들이 이제는 일상에 복귀하도록 호소해야할 것이다. 어느 쪽으로 결정이 나든 큰 사회적인 혼란이 예상된다.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 헌법재판소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줄 것을 진심으로 기대한다.

 

또한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한·일간에 갈등을 조장하고 나아가 우리를 동북아의 외교 미아로 몰아가고 있는 동맹국 공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 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시민단체의 설득에 나서야 한다. 요즘 나라의 안보위기를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다. 안보에는 여와 야가 있을 수 없다. 정부에서도 특사파견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중단된 일본과의 고위급회담 그리고 통화 스와프 논의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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